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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삶의 예배로 세워가는 하나님의 나라

정현욱 | 2018.05.19 22:36
삶의 예배로 세워가는 하나님의 나라 히브리서 산책/최승락/이레서원/정현욱 편집위원

책을 고를 때 두 가지 기준이 있다먼저는 나에게 필요한 책인가’ 묻는다그 책이 필요하다면 어느 만큼의 깊이가 있는가?’를 다시 묻는다첫 번째 질문인 필요성을 말할 때 다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하나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가이다즉 독특성이다동일한 관점으로 써 내려간 두 권의 책이 필요하지 않다그런 책은 한 권으로 충분하다매일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나로서는 성경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가장 중요하다그다음 질문은 어떤 앞선 두 번째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개론서인가아니면 세세한 주해서인가?를 살핀다.


책을 깊이 읽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독서가 필요하고다양한 관점에서 한 주제를 읽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그때 깊이 있는 책으로 나아가야 한다철학의 역사와 개요도 모르는 독자가 베르그송의 책을 읽게 된다면 그는 베르그송이 철학의 진리라고 착각하던지철학의 미궁에 빠질 것이다책은 좋으나 좋은 독서법이 따르지 않으면 깊이 있는 독서는 불가능하다히브리서는 읽기 위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있다그 책을 바로 최승락 교수의 신간 <히브리서 산책>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신약 성경은 히브리서와 요한복음이다최근에는 공동 서신을 더 선호하지만 히브리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서신서다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혹적’(8)인 책이다그러나 구약에 어느 정도 능숙하지 않다면 히브리서는 난해한 책이자 저자의 의미를 알아내기 힘든 책이다최근 들어 매일 히브리서를 주해하면서 다양한 주석을 곁에 두고 살피고 있다그런데 어떤 주석은 불필요하게 비평적이다한 본문을 두고 몇 페이지의 비평 역사와 논제들을 언급하지만 진작 그 본문이 뭘 의미하는지 모호하게 넘어간다모호하기 때문에 비평이 많을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이것이다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럴 때는 성경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그 서신이 강조하는 중요한 주제와 논제목적 등을 먼저 고려한 다음에 전체의 맥락 속에서 부분을 해석하고 주해해야 마땅하다그런 점에서 성경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은 개요와 중요한 주제를 다루면서 각 장의 중요한 주제들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책이어야 한다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세밀하고 전문적인 주석이 아니다저자는 이 책을 통해 히브리서의 전체적 윤곽을 그리는 작업’(6)을 시도했다또한 히브리서가 갖는 중요한 주제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하나의 통일된 관점에서 히브리서를 살핀다그가 말하는 통일된 주제는 무엇일까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기다림이다기다림은 오래 참음이며인내이다또한 인내는 살아 내는 것이다.


기다림은 신앙고백을 굳게 붙잡고 그것을 살아 내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또한 기다림은 예배의 삶이기도 하고 선행의 실천이기도 합니다기다림은 행위를 수반합니다.”(7)


필자는 이것을 살아내는 기다림이라고 말한다왜 기다려야 하는가성도는 이미와 아직의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히브리서는 구약이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기를 끊임없이 보여준다구약에서 거의 신처럼 숭배되거나 신적인 존재들을 예수 그리스도와 비교한다히브리서에 중요한 단어는 우월한이다천사보다 우월한 예수 그리스도(1.2여호수아보다 우월하신 예수 그리스도(3.4), 구약의 대제사장 또는 아론보다 우월하신 예수 그리스도(4.7.8구약의 성막보다 우월하신 예수 그리스도(9.10등을 계속하여 소개한다구약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율법선지자들성막과 제사 제도 등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그것들은 그림자이며 모형일 뿐이다그렇기 때문에 이미’ 성취되었다이것이 첫 번째 의미다그렇지만 이미 성취되었지만 종결된 것은’(6아니다.


신약의 성도들은 성취를 누리면서 동시에 그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며 또한 투쟁합니다.”(6)


즉 우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히브리서 기자가 끊임없이 경고하고 권고하는 이유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탓이다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나와 구원을 이루었다그러나 아직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안식못하고 있다히브리서 기자는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과 독자들의 고난받는 상황을 유비시킨다또한 지금 예수를 믿고 구원받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동일한 의미를 부여한다아직 영생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미 이루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은 도중에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살아내는 기다림이다.


인내와 기다림은 무엇을 의미할까? 1장을 마무리하며 아브라함을 통해 배울 것을 제시한다아브라함은 성이 아닌 장막에 거했다자신을 외국인과 나그네로 고백’(42)했다신앙생활은 본질적으로 정착이 아닌 유목민처럼 유랑하는 삶이다그러나 목적 없는 표류는 아니다분명히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이 땅에 없는 약속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에 보이는 세속의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말씀을 붙잡아야 한다성도는 위험하지만 즐거운 기다림의 삶’(43)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명확하게 구분해 내지 않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저자는 히브리서를 두 단락으로 구분한다첫 단락은 1-11장까지이고두 번째 단락은 12-15장까지이다. 11(성경이 책의 장)은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경첩 역할을 한다. 11장에서 믿음의 담대함으로 기다림이란 제목으로 이전의 모든 주장들을 믿음이란 단어에 담는다. 11자에서 저자는 믿음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한다먼저는 히브리서 11:1-2의 오해를 푼다우리가 바라는 것들은 하나님 편에서는 우리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것들’(159)이다그렇다면 믿음은 나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받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그것들이 지금은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마치 손에 잡히는 실상처럼또 눈에 보이는 증거처럼 그 실체를 우리에게 확실히 경험시켜 주는 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그러므로 믿음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곳은 내가 꿈꾸는 나 자신의 성공이나 이 세상 차원의 축복이 아닙니다믿음은 우리를 하나님의 약속곧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그분의 영원한 복락 속으로 인도합니다.”(159-160)


이미와 아직 사이에 믿음이 필요하다성취와 미완성 사이에 믿음으로 살아감이란 다리가 놓여 있다믿음은 개념과 정의(定義)가 아니라 행동하는 삶이다저자는 이것을 우리의 기다림은 행동 중의 기다림’(119)이라 표현한다그렇다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믿음으로행함이 없는 믿음을 죽은 믿음이라고 말한 야고보 사도의 경고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가.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 2:26)


믿음은 행동하는 것이다우리는 행동하는 믿음의 모델들을 히브리서 11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히브리서 기자는 구약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말한 다음 곧바로 10장 후반부부터 행동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구약의 모델들을 제시한다저자는 히브리서 11장에 나타난 동사들의 시제에 주목한다.


장막에 거하였다(히 11:9)는 나그네로 살았다’(히 11:13)는 말이다그리고 그들은 하나님께서 새로 지으신 장막(임시 거처)이 아닌 성(영원한 거처)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본향이며(11:14), 흔들리지 않는 나라(12:28)이며장차 올 영구한 도성(13:14)이다.(173-4바랐다는 미완료형으로 계속 그렇게 했다는 말이다본향을 찾다의 시제는 현제 시제로 사는 동안 계속하여 찾으며 살았다는 뜻이다사모하다는 역시 현제 시대다모든 삶이 본향을 찾고 갈망했던 것이다그것이 바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특징이다.


계속하여 기다리며 바라보는 사람계속하여 찾고 있는 사람계속하여 사모하는 사람이것이 땅 위에서의 아브라함의 모습입니다. ... 신약의 성도들 역시 .. 계속하여 영구한 도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175)


찾는다는 말은 어디인지 몰라 찾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살아내다라는 뜻이다저자는 다시 히브리서 12장을 해석하며 훈육과 거룩의 공동체로서의 기다림으로 설명해 나간다믿음은 홀로 싸우는 고독한 전쟁이 아니라 함께’ 또는 서로’ 살아가는 것이다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충고한다.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히 10:23-25)


저자는 히브리서 13장에 예배 공동체가 있다고 말한다예배는 예배의 이유이며 목적이며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예배는 믿음으로 살아가기믿음으로 기다리기를 실현하는 그릇인 셈이다. 12장을 시작하면서 그리스도를 바라보자라고 말한다그다음 13장에서 그리스도를 예배하라고 권한다예배는 믿음의 행위이자 믿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교회는 이 세상 속에서 언제까지나 예배 공동체로 존재하는데그 예배의 중심에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는 사실입니다.”(208)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요구한다초대교회의 성만찬이 기념을 넘어 그리스도처럼 살겠다는 결단인 것처럼 예배는 그리스도를 기억함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성도의 삶으로 재현하게 한다저자는 영문 밖을 성도가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으로 해석한다히브리서 기자는 예수가 영문 밖에서 죽으셨음을 기억하고 그곳이 버림의 장소’ ‘수치의 자리’(212)로 상정한다그렇다그곳은 도성 밖이다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도성 밖으로 버렸다그러므로 우리도 그리스도를 따라가려면 영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는 죄를 위한 짐승의 피는 대제사장이 가지고 성소에 들어가고 그 육체는 영문 밖에서 불사름이라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하게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도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히 12:11-13)


우리도 그의 치욕곧 그리스도의 치욕을 짊어져야 한다그리스도의 치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갈 때 그곳은 하나님과의 만남의 자리,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장소이다.(212그곳은 고난의 처소이다그렇다면 기다림이란 고난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된다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영문 밖을 실천적 삶이라는 예배로 확장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곧 예배임을 보여 줍니다좋은 행실이 살아 있는 삶이 곧 예배입니다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시는 예배입니다.”(215)


삶이 예배라는 말은 식상한 표어가 아니다예배는 삶을 요구하고삶은 다시 예배를 전제한다그러므로 삶은 예배이고예배는 삶이 된다예배하는 삶은 실천하는 삶이고실천하는 삶은 예배를 통해 견고해진다기다림은 예배함으로 기다리고기다리면서 예배를 드린다예배가 존재의 가치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드리고 찾는 것이듯그리스도께 예배하는 삶은 세상의 모든 가치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재평가하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예배는 변혁적이고종말론적이다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책의 결말이자 요약이며히브리서가 추구하는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준다.


기다림은 실천입니다기다림은 변혁입니다기다림은 미래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현실 변혁적입니다기다림은 하나님의 약속을 실현하는 역동적인 힘입니다우리의 소망의 닻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힘입어 이 역동적인 기다림의 능력을 우리의 삶 속에서 힘차게 구현해 가는주님의 새 언약 백성들로 살아갑시다.”(216)


성취와 기다림이란 주제로 풀어낸 기막힌 책이다기존의 주석들이 담아내지 못한 히브리서의 매력을 매혹적으로 그려준다히브리서가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싶은 성도나 설교하고 연구하고 싶은 목회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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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이 주는 감동 우동 한 그릇이 주는 감동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최영혁/청조사/고경태 편집위원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1989년)이라는 책이 있다. 1989년 2월 일본 국회 예산 심의위원회에서 공명당의 오쿠보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질문이 아닌 이 소설책을 읽어서 화제였다. 의원들은 오쿠보 의원의 행위에 대해 비난을 한 것이 아니라 함께 울었다고 한다. 예산 심의에서 <우동 한 그릇>를 낭독한 의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함께한 의원들이 울면서 들었다는 것도 그렇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40여년 전에 창조사에서 번역해서 출판하고 있다. <...
'너'의 고통에 반응하는 영성 '너'의 고통에 반응하는 영성
영성 없는 진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함
김상봉/온뜰/모중현 편집위원


누군가를 이겨야만 끝나는 전쟁과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의 진실 여부'보다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시비가 결정됩니다. 사용하는 언어는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는 시대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숨이 막혀 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대화의 가능성조차 없습니다. 서로는 상대방을 향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비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해괴망측한 사람을 지지하지?'​민주주...
우리에게 '희망'은 존재하는가? 우리에게 '희망'은 존재하는가?
희망의 신학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이신건/대한기독교서회/모중현 편집위원


세상이나 현실을 바라볼 때 좌절하게 됩니다. 언제 세상이 옳은 방향,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지에 대한 기대까지 사라지게 만듭니다. 여전히 세상은 잔혹하고, 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는 크게 부각시키며,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합니다.​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회는 새로운 계급이 형성됩니다. 사회적 제도로 인한 계층 구조는 아니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의 위치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가진 자는 현대 사회에서 더 많은 힘을 얻고, 그 힘을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없는...
칠십인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 칠십인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
칠십인역 입문
윌리엄 A. 로스(William A. Ross), 그레고리 R. 래니어(Gregory R. Lanier/이민희/북오븐/모중현 편집위원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에게 칠십인역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칠십인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천차만별입니다. 70명의 번역자가 아닌 72명의 유대 학자들이 번역했다는 정도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지적 만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실제로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된 것은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칠십인역에 대한 우리의 정보는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의 설명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의 요청으로, 72명의 번역가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파견되어 프톨레마이오스 궁궐에서 72일만에 과업을...
참 존재와 대면하는 시간 참 존재와 대면하는 시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강주헌/포이에마/모중현 편집위원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참 존재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상황에 휩쓸려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각자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이러한 삶은 타인과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괜찮은 듯합니다. 문제는 진짜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역할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능수능란하지만, 참 존재에 대한 인식은 흐릿해집니다.스위스의 ...
당신은 하나님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당신은 하나님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당신은 불안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헬렌 손/신하영/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


제목이 독특하다. <당신은 불안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원제는 “Hope in an Anxious World”으로, 직역하면 ‘불안한 세상 가운데 소망’ 정도가 될 것이다. 무난한 책 제목을 독특한 제목으로 바꾼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헬렌 손(한국 발음 ‘손’이 아니라 ‘Thorne, ‘톤’에 가까운 ‘쏜’)이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모두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가운데 우리가 불안을 안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을 통해 말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저자는 불안을 감쪽...
믿음이 주는 선물, 자유 그리고 순종 믿음이 주는 선물, 자유 그리고 순종
그리스도인의 자유
마르틴 루터/조계광/개혁된실천사/조정의 편집인


칼 트루먼은 마르틴 루터가 쓴 <교회의 바벨론 유수>, <독일 귀족에게 고함>,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종합하면 “종교개혁의 완벽한 선언문이 완성된다”라고 말했다(10p). 각각의 책은 세례와 성찬이 어떻게 말씀과 연관되어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어떻게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지, 기독교 윤리가 어떻게 바르게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다룬다. 트루먼은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루터의 “신학 체계 안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11p). 루터가 선행을 어떤 관점으...
열왕기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만나기 열왕기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만나기
열왕기, 그리스도 중심 성경읽기
레이몬드 딜라드/박성호/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


레이몬드 딜라드는 WBC 성경 주석 시리즈 중 <역대하>를 집필한 성경학자이고(솔로몬, 2005), 이번에 좋은씨앗에서 출간된 <열왕기, 그리스도 중심 성경 읽기>와 함께 단 두 권의 책이 국내 보급되었다. 출판사는 딜라드에 관하여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데 정평이 난 학자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는데, 그의 책을 추천한 사람 중에서 싱클레어 퍼거슨과 D. A. 카슨, 모세스 실바 등 건전하고 성경적인 교리를 가르치는 데 헌신하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이 있어서, 다소 생소한 딜라드 역시 신뢰할...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은 영원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은 영원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다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 목적과 의미가 충만한 시간을 사는 예수의 원칙
조던 레이너/정성묵/두란노/조정의 편집인


솔직히 시간 관리에 관한 신앙 서적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케빈 드영의 <미친 듯이 바쁜>(부흥과개혁사, 2013)이다. 생산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삶을 오히려 규모 없게, 목적을 상실한 채 살지 않도록 경고하고,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충성스럽게 살라고(왜 바쁜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항상 기억하라고) 권면하는 좋은 책이었다. 2019년에는 팀 챌리스가 쓴 <Do More Better: A Practical Guide to Productivity>를 번역해서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실천해 ...
로마서 강해의 모범 사례 로마서 강해의 모범 사례
로마서 강해1: 로마서 1-2장
김병훈/개혁된실천사/조정의 편집인


나그네 교회 담임목사이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인 김병훈이 쓴 책 중에서 처음 읽어본 것은 개혁된실천사에서 출간된 <슬픈 인생과 그리스도의 위로>였다(2021). 책 제목만 보고 가졌던 선입견이 금세 무너졌다. 저자는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신앙 서적이 그렇듯 몇 구절의 성경 본문을 가볍게 훑고 나서 숯한 예화와 쉴 새 없는 권면으로 독자를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다. 주해가 풍성한 책이었다. 그 말은 저자가 성경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연구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는 걸 의미한다. 어쩌면 그런 저자의 열심...
개혁은 언제나 진리를 향한 뜨거운 열심을 원료로 한다 개혁은 언제나 진리를 향한 뜨거운 열심을 원료로 한다
종교개혁 신학: 조직신학 관점의 개요
매튜 바렛 외/스데반 황/생명의말씀사/조정의 편집인


'개혁'은 언제나 현재의 문제점을 전제하고, 기독교 개혁은 언제나 현재지향적이기보다 과거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미래를 지향한다. 종교개혁은 루터와 칼빈, 루터교회와 개혁주의 교회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는 역사적 신학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종교개혁의 역사와 그 가운데 선포된 종교개혁자들의 통일성 있는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계속해서 유익을 끼치는 이유가 있다. 종교개혁은 온건한 모양이든지 급진적인 방식이든지 일반적으로 '오직 성경'의 정신을 갖는다. 사람이 만든 전통과 사람이 세운 권위가 아니라 성경에게 모든...
돈에 대한 균형 감각 익히기 돈에 대한 균형 감각 익히기
돈: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
손성찬/죠이북스/모중현 편집위원


현대인들에게 있어 '돈'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본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돈은 필수적입니다. 없어서는 안되는 도구인 셈이죠.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이미 제일 우선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돈입니다.돈에 대한 많은 책들은 세상의 관점을 따릅니다. 부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돈이 일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합...
마침내, 교회가 되는 길 마침내, 교회가 되는 길
마침내, 교회가 희망이다
박영호/복있는사람/모중현 편집위원


교회는 참으로 독특합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놀라운 위로를 받습니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영광과 위엄을 느낍니다. 우리의 어떠함보다 존재 자체를 받아주고 귀하게 여깁니다. 그 안에서 한없는 평안과 사랑을 누립니다.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로 인해 진정한 하나 됨을 경험합니다.반면 교회에서 우리는 좌절과 실패, 억울함의 기억도 있습니다. 세상보다 더하다고 생각들 때가 있습니다. 배제와 혐오, 편견과 차별이 만연합니다. 그것이 거룩함이라고 포장됩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탐욕으로 눈...
이제야 만나는 예수 그리스도 이제야 만나는 예수 그리스도
따름, 그 회복의 여정
오지영/Ivp/모중현 편집위원


'만남'은 우리 인생을 변화시킵니다. 누구를 만나는지와 그 만남의 깊이와 친밀함의 정도에 따라 변화의 폭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더 이상 나의 방법으로 헤어 나올 수 없을 때, 누군가의 만남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음을 기억합니다.'복음'은 교리의 모음이 아닙니다. 해야 할 것들의 목록도 아니지요. '복된 소식'은 '만남'입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우리에게 가장 큰 '좋은 소식'입니다. 하나님이 인간 되셔서 친히 우리에게 만나자고 말씀하시며, 손을 내밀어 주시고, 함께해 주시는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그 ...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다면..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다면..
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
전원희/지우/모중현 편집위원


기쁨과 행복이 강요받는 시대입니다. 힘들어도 기뻐하라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감사하라고 합니다. 눈물을 빨리 닦고 다시 일어서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충분하게 울어보지도 못한 채, 경쟁의 틈바구니 속으로 재차 들어갑니다. 소리 내어 크게 충분하게 울고 싶었는데 말입니다.우리에게 어쩌면 슬픔에 오롯하게 잠기어 있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시간은 고요하게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이 됩니다. 아픔을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울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눈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성경에도 기쁘고...
온전함을 위한 발걸음 온전함을 위한 발걸음
역설
파커J.파머(Parker J. Palmer)/김종훈 /템북/모중현 편집위원


세상 한복판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같지 않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자체로 역설입니다. 강렬하게 통합된 삶을 원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은 우리의 실제 삶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현실의 문제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존재의 연약함으로 좌절하곤 합니다.개인적인 모순과 역설로도 벅찬데, 세상으로 나가면 더 큰 혼돈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겸손은 나약함으로 보이기도 하고, 진취적인 모습은 교만으로 비치기도 합니다.작가이자 교사, 활동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여정에 동참하는 일상 예수 그리스도의 여정에 동참하는 일상
고난은 사랑을 남기고
김기현/두란노/모중현 편집위원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예수님의 십자가를 평소보다 더 많이 묵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십자가가 보다 분명하게 우리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와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우리 삶에서 십자가가 해석되고 적용돼야 한다는 말입니다.사순절의 기간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을 마음 깊숙이 새길 수 있는 유익한 절기입니다.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선명하게 우리의 일상과 맞닿을 수 있는 고난과 십자가에 대한 묵상이 우리에게 요구됩니다.말씀 자체의 묵상도 ...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
버텨 줘서 고마워
한미연/세움북스/모중현 편집위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치유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납니다. 공개적으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밀하게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은사 자체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깨어 있는 열린 마음이겠지요.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적당하게 지혜롭게 살아가도 괜찮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은 다양하고, 하나님께서는 각자의 성향과 은사에 맞게 필요한 것들로 채워주십니다. 인내와 순종의 삶에 하나님은 세밀...
그림을 통해 꿈꾸는 세상 그림을 통해 꿈꾸는 세상
교회 옆 미술관
구미정/비아토르/모중현 편집위원


예술에 관심은 많지만, 듣고 보는 것을 잘 이해하고 누리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중학생 때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피카소 작품전이 생각납니다. 처음으로 접하는 그림이 하필 피카소라니요. 뭔가 모를 꿈틀거림이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렸습니다.작품을 대할 때는 사전 지식과 더불어 직관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공명할 때 제대로 작품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깊은 감동을 경험합니다.특별히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성화...
하늘과 땅을 잇대는 교회 하늘과 땅을 잇대는 교회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재학/샘솟는기쁨/모중현 편집위원


개인적으로 신학의 각론 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교회론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과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적 교회의 차이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실재로서 교회가 존재해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슬프고 암담하기까지 합니다.물론 성경에서 나오는 초대 교회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 갈등을 중재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자 바울은 편지를 적었습니다. 바울은 완벽하게 정리된 교리 모음집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 교회의 어려움과 문제에 대처하고자 그 상황에 가장 걸맞은 처방전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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