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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구원의 역사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과 그걸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세대주의와 구속사/D. 제프리 빙햄, 글렌 R. 크라이더/임채의/CLC/조정의 편집위원
처음으로 참석했던 목회자 콘퍼런스(Shepherds’ Conference)에 존 맥아더 목사와 R. C. 스프로울 목사가 함께 강사로 섰다. 두 사람은 하나님의 복음과 성경의 무오성을 힘 있게 선포했고, 패널 토의 시간에는 시종일관 서로 존중하며 건설적인 토론을 나눴다. 흥미롭게도 한 사람은 세대주의 종말론을 지지하는 개혁주의 목사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언약주의 관점으로 종말을 바라보는 개혁주의 목사였다. 존 맥아더 목사는 개혁주의 신학을 스프로울을 통해 많이 전수받았다고 겸손히 밝힌 적이 있다. 놀라웠던 것은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성경의 권위에 의문을 품는 모든 도전에 담대히 맞서 싸웠으며, 개혁주의 신학을 보수적으로 고수하면서도, 종말론이 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피차 가르치고 권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은혜롭고 아름다웠다.
세대주의는 한국 교계에서 드물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사이비, 이단에서 시한부 종말론으로 신도를 위협하며 재산을 갈취할 때 주로 세대주의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세대주의를 이단이라고 섣불리 말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물론 언약주의라고 해서 이단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세대주의를 하나의 기독교 분파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장로교회, 감리교회, 침례교회, 독립교회 등 대형교단의 경계를 가로질러 세대주의를 성경 해석의 틀로 받아들이고 있다. CLC에서 출간한 <세대주의 구속사> 역시 달라스 신학교 명예총장 마크 베일리의 추천사와 함께 사우스웨스튼 침례신학교 역사학 교수 제프리 빙햄, 신학 교수 크레이그 블레이징, 달라스 신학교의 대럴 박과 네이선 홀스틴, 글렌 크라이더, 유진 메릴, 마이클 스비겔, 스탠리 투생, 중앙아메리카 신학교 오스카 캄포스 교수, 새생명교회 담임목사인 모리스 퓨 등 권위 있는 다양한 배경의 기고자를 통해 쓰여진 책이다.
세대주의는 종종 축자영감설을 지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지적받는다. 하지만 경건하고 보수적인 교회는 언제나 성경의 무오성을 지지해 왔다. 성경을 최종 권위에 두고 역사적-문자적 해석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밝히고 그 말씀 그대로를 믿고 순종해왔다. 종교개혁자, 특히 개혁주의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존 칼빈이나 청교도, 영국과 미국의 현대 복음주의 운동의 중심엔 항상 성경의 권위, 무오성, 문자적 해석 방법을 지지하는 ‘동의’가 있었다. 세대주의는 자유주의에 영향을 받아 성경론부터 구원론, 종말론까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 교회의 심각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정도로 개혁주의의 오직 성경을 고수한다.
세대주의는 구속사의 시대별 차이에 관심을 둔다. 언약주의가 시대를 뛰어넘는 통일성에 관심을 두는 것과 반대다. 구약에서 시작되고 신약에서 완성되는 하나님의 구속사는 연속성과 비연속성을 모두 갖는다. 마르시온처럼 둘 중 하나만 인정하는 학파나 교회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 왔다. 세대주의와 언약주의 모두 성경에 기록된 원시 복음부터 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 다윗 언약, 새언약의 중요성을 충분히 강조한다는 점에서 같다. 또한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오직 믿음으로 된다는 것을 둘 다 확실히 믿는다. 언약주의든 세대주의든 구속사를 통해서 밝히 드러나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영광이다. 하지만 세대주의는 수천 년 구속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얼마나 복음을 드러내셨는지의 차이점을 밝히는 것에, 언약주의는 결국 완전히 드러난 구원의 풀스토리 안에서 구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통일성을 찾는 것에 관심의 차이가 있다.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종말론이다. 세대주의는 교회의 휴거, 이 땅에 회복될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천년왕국), 예수님의 재림에 이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본다. 언약주의는 영적 이스라엘인 교회가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후에 영벌과 영생이 펼쳐진다고 믿는다. 물론 개혁주의를 따르는 이들 중에서도 세대주의 종말론을 지지하는 교회가 있다. 최근엔 교회의 휴거는 믿지 않지만, 이스라엘 국가의 회복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개혁주의자들도 생겼다. <세대주의와 구속사>와 함께 CLC에서 2016년 나온 <점진적 세대주의>를 참고하면 더욱더 종말론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는 명령에 우리는 순종해야 한다(딤후 3:14). 그런 면에서 언약주의를 지지하든 세대주의를 지지하든 우리 모두는 자신이 믿는 것에 관한 확신을 성경을 부지런히 연구하여 얻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성경적인 분별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참 신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형제애라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분별을 존중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기 위해서, 또 어떤이는 견해는 다르지만 오직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을 인정하고, 성경의 언약을 믿으며,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복음의 정수를 사랑하는 형제의 분별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이 책은 모두가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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