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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힘이 되는 그 말씀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묵상집

서평을 쓰기 가장 어려운 장르의 책은 묵상집인 것 같다. 첫째, 묵상집은 특정 기간 천천히 읽고 묵상하며 유익을 얻도록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신중하게 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에 관한 서평은 최대한 빠르게 작성해야 하므로 책이 쓰여진 목적대로 읽지 않은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충분히 맛을 음미하지 못한 채 맛에 관해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365일 묵상하도록 편집한 책의 경우 매일의 묵상이 너무 무겁거나 방대하면 독자가 지치기 때문에, 저자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오래 묵상할 수 있도록 내용을 간소화시킨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도대로 묵상집을 읽는 독자에게 유익을 주기 위한 방편이지만, 서평을 쓰는 사람에게 이는 또 다른 어려움을 준다. 내용에 깊이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6년 팀 켈러의 시편 묵상집이 나왔을 때, 평소 팀 켈러의 책을 읽으면서 감탄하며 발견한 깊은 영성과 성찰을 상대적으로 크게 찾지 못했던 것은 묵상집을 단행본처럼 읽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아바서원에서 2024년 말에 출간된 고상섭 목사의 <그 말씀 힘 되어 365: 복음이 이끄는 일상>은 묵상집이다. 총 93편의 묵상 글을 3부로 각각 31편씩 정리했다. 한 달에 1부씩 묵상하도록 하여, 1부-3부까지 1월에서 3월까지 읽고, 다시 1부로 돌아가 4월부터 6월까지 묵상하며, 그런 식으로 각각 4번씩 반복하여 활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묵상 글마다 핵심 구절과 날짜가 적혀 있는데, 가령 1부 첫 번째 묵상 글은 베드로전서 1장 15절과 1월 1일, 4월 1일, 7월 1일, 10월 1일이 적혀있고, 각각의 날짜 밑에 짧게 메모 공간이 있어 핵심 구절을 필사하거나 개인이 묵상하며 생각나는 것들을 적을 수 있게 했다. 저자인 고상섭 목사는 그사랑교회의 개척 목사이다. CTC코리아를 섬기며 <팀 켈러의 유산>이라는 책을 도서출판 다함에서 낸 적이 있다(2023). 서문에서 그는 제자훈련 과제로 큐티와 영적 일기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권면한다고 밝혔다. 말씀에서 삶으로, 삶에서 말씀으로, 하나님의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복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방편이다. 또한 이 책에 담긴 묵상은 저자가 “국민일보 겨자씨 코너에 2년 동안 매주 토요일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시 묶은 것”으로(6p), 10년 이상 페이스북에 묵상의 글을 쓰는 훈련을 통하여 저자가 경험한 많은 위로와 은혜, 치유와 회복을 잘 담아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말씀 힘 되어 365>의 매일 묵상 글은 그리 길지 않다. 엄밀하게 따지고 들면 매일의 “말씀” 묵상은 아니다. 물론 그날에 핵심 주제가 되는 성경 구절이 항상 주어진다. 하지만 묵상 글은 대부분 저자가 읽은 여러 책에서 얻은 교훈이나 의미 있는 인용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핵심 구절과 잘 어울리는 내용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상해 보건대 이 책의 취지는 묵상 글을 통하여 독자를 삶에서 말씀으로 인도하려는 것 같다. 저자가 먼저 깊이 묵상한 책과 삶의 교훈을 독자에게 편안하게 또 신선하게 소개함으로 그날의 핵심 구절에 도달하면, 독자는 마중물처럼 묵상 글을 통하여 도달한 말씀을 중심으로 스스로 묵상하면서 다시 자신의 삶에 적용하도록, 그 적용의 첫 시작으로 매일의 묵상 노트에 말씀과 마음의 묵상과 여러 적용 점을 적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저자는 “매일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썼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통해 배운 내용이나 인사이트들을 기록했”다고 한다(6p). 이 책은 저자의 그 오랜 경험에서 얻은 하나님의 은혜를 독자에게 선물하면서 결국 신자에게 참으로 힘이 되는 말씀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보인다.
저자인 고상섭 목사는 이 책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을 다룬다: 용서, 재정 활용, 사랑, 겸손, 만족, 예배 등. 성경 본문을 시작으로 성화에 필요한 교훈을 스스로 찾아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가령 신명기가 성경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초신자-영적 성장에 필요한 묵상을 훈련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초신자가 아니더라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성도가 정말 많다(물론, 시간을 충분히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성도들에게도 이 책은 짧은 성경 구절과 그 말씀으로 인도하는 단순하지만, 유익한 묵상 글을 통해 매일의 묵상을 힘 있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자원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하나님 말씀을 마음에 새길 것을 요구하셨다. 그것이 그들의 삶과 자녀들의 삶을 평생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약속하신 복을 풍성히 누리는 삶이 되게 하시기를 기뻐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러므로 평생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일을 해야 한다. <그 말씀 힘 되어 365>는 그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가까이 두고 그 음성과 함께 살아가게 하는 일에 분명 도움을 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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