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임마누엘을 그리스-로마 관점에서 낯설게 읽기
인간과 함께한 신/이상환/도서출판 학영/서상진 편집위원이상환 교수의 저서 『인간과 함께한 신』은 신약성경을 해석하는 데 있어 독특하고도 참신한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성경 주해나 신학적 연구는 성경 자체의 문맥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교리적 해석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상환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문학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성경 해석서와 차별화된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시도가 아니라, 성경의 본래 메시지를 현대 독자들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로 작용한다. 특히 그리스-로마 세계 속에서 성경이 기록되고 수용된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복음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실체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저자는 이러한 학문적 시도를 복음적 신앙과의 긴장 없이 풀어내며, 신화와 복음 사이의 충돌보다는 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의의는 독자들로 하여금 성경의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화는 이교적이고 우상적인 체계로만 인식된다. 따라서 신화와 복음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오히려 거부감이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상환 교수는 이러한 두려움을 불필요한 장벽으로 규정하고, 성경과 신화의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신학적으로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신화적 세계가 복음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의 빛 아래서 인간의 종교적 갈망과 문화적 산물을 이해할 수 있는 창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시도는 성경 해석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학문적이면서도 목회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성경을 기록한 시대의 문화적 배경이 그리스-로마 세계였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바울과 초기 교회는 모두 헬레니즘적 문화와 로마 제국의 권력 질서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살아갔다. 따라서 당시의 독자들에게 성경의 언어와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신화적 세계와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예수께서 성찬을 행하실 때 예수의 몸은 하늘에서 내려온 양식이며, 피는 하늘에서 내려온 음료라는 표현 속에서 저자는 당시의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의 전통을 말하면서, 당시의 사람들이 대했던 천상의 양식을 대하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성경을 단순히 교리적 언어로만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당시의 맥락을 놓치는 위험을 낳는다. 이상환 교수는 바로 이 지점을 짚어내며, 신화적 언어와 기독교 복음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신화와 복음을 단순히 비교하거나 혼합하지 않고, 복음의 독창성과 우월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즉, 신화가 제공하는 풍부한 이미지와 이야기의 틀을 성경의 메시지 이해에 활용하되, 그 자체를 복음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화 속에 담긴 인간의 종교적 갈망이 복음 안에서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인간과 함께 먹고 마시며 교류하는 이야기는, 인간과 함께하시기 위해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복음과 비교되면서 인간의 근원적 바람이 오직 복음 안에서 실현됨을 드러낸다. 이는 신화와 복음을 충돌시키지 않고, 복음이 신화를 품고 넘어서며 인간의 갈망을 성취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탁월한 해석이다.
또한 이 책은 성경을 읽는 독자들의 선입견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많은 신자들은 신화에 대해 이질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신화와 관련된 논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이상환 교수는 학문적 근거와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이러한 거부감을 줄여 나간다. 그는 신화와 성경을 대립적으로 두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문화적 언어 속에서 복음을 이해했는지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신화적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성경의 깊이를 새롭게 경험하게 만드는 문을 열어 준다.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강점은 문학적 접근이다. 성경은 본래 이야기와 비유, 상징으로 가득한 문학적 텍스트이다. 그러나 현대 신학과 교회는 때로 성경을 지나치게 교리적·논리적으로만 다루어 성경의 문학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다. 이상환 교수는 신화와의 대화를 통해 성경이 지닌 문학적 힘을 다시금 환기한다. 이는 성경을 단순한 교리서나 윤리 교본이 아니라, 인간과 하나님의 이야기로 읽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 독자들은 성경의 문학적 세계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문학성과 만날 때, 복음의 메시지가 오히려 더욱 빛나고 풍성하게 드러남을 체험하게 된다.
이상환 교수의 저작은 단순한 신학적 논문이 아니라, 목회 현장과 신앙 공동체에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성경을 읽는 독자들, 설교자들, 그리고 신학을 연구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유익하다. 특히 설교자는 이 책을 통해 성경 본문을 당시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해석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또한 신앙 공동체는 복음이 단지 교리적 주장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와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임재한 하나님의 이야기임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신앙과 학문, 교회와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과 함께한 신』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성경 해석의 대화 상대로 삼음으로써, 성경을 보다 깊이 있고 생생하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귀중한 저술이다. 저자는 복음적인 신앙을 견지하면서도 학문적 깊이와 문학적 감수성을 잃지 않았으며, 신화와 복음을 대립시키지 않고 복음의 빛 아래 신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신화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독자들에게 열린 시각을 제공하며, 성경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이 책은 성경 해석과 복음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탁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신고
인쇄
스크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