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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귀농한 크리스천이 선물하는 쉼과 위로
괜찮아/김지훈/쓰담/조정의 편집인이 책은 기독교 서적일까? 그렇다. 저자가 기독교인이다. 유기농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새벽부터 밤까지 논과 밭에서 일하는 김지훈 작가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 그가 만지고 가꾸고 돌보는 땅과 식물과 만물을 통하여 자신을 지으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묵상한다. 이 책엔 드물지만, 성경 구절이 나온다: “다니엘은 하루 세 번씩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또한 자연의 이치에서 저자가 뽑아내는 교훈엔 성경의 원리 즉 겸손과 만족과 감사와 찬양의 기쁨이 담겨 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짤막한 글귀들은 길고 풍부한 설명이 담아낼 수 없는 깊고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데, 마틴 루터가 한 말, “농부가 밭을 가는 것도,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는 방법이다”가 떠오른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땅을 경작하게 하신 것처럼, 저자는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하나님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의 삶 속에서 그분이 주시는 생각을 이 책에 담아낸 것이 아닐까?
한 인터넷 매체에서 이 책에 관한 기사를 담았는데, 저자의 귀농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누구보다 빠르고 복잡한 도시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던 그는, ‘인생의 신호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더 이상 내 주파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2014년, 과감히 도시를 떠나 전라남도 영광으로 귀농했다. 처음엔 서툴고 낯설었지만, 땅은 그의 손을 기억했고, 자연은 그에게 천천히 답을 주었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게 해주는 농부’라 부른다.” 작가는 귀농 후 11년의 경험을 이 책에 풀었다. 매일 반복되는 복잡하고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저자가 선택한 삶과 그 삶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이 고백이 쉼을 주고 또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한나 앤더슨은 <겸손한 뿌리>라는 책에서 남편과 함께 시골에 살면서 각종 식물을 재배하는 장면을 소개한다(도서출판100, 2017). 그녀는 다소 디테일한 경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속에서 놀라운 겸손의 원리와 교훈을 발견하고 독자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땅을 보고 식물을 보고 열매를 거두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은 이만큼 하나님에 관하여, 하나님이 하시는 은혜로운 일들에 관하여 많은 묵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작가 김지훈은 앤더슨처럼 많은 말을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절제된 말을 한다. 가령 겸손을 이야기하면서 “내 삶에서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다. 내면의 알곡 채우기!”라고 두 줄의 묵상을 적었다(71p). 그리고 그가 찍은 “고개 숙인 벼” 사진을 들여다 보면, 저자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에 잠긴다. 겸손은 그냥 고개를 처박는 게 아니다. 내면에 열매를 맺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우리 안에 성령께서 원하시는 열매, 그리스도를 닮은 겸손, 온유, 사랑, 희락, 자비, 온유, 절제 등의 열매가 많이 맺히면, 우리는 겸손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겸손은 저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다.
저자 김지훈은 이 책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했고, 사진도 계절에 맞게 수록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아이들 사진도 중간에 집어넣었는데, 시골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표정 속에서도 순수한 행복이 보이는 것 같다. 또한 여러 글귀에서 저자가 가족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고백이 더 진실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그가 찍은 사진에 담긴 일상과 삶이 그의 글에 무게를 더하고 감동을 불어넣기 때문인 것 같다. 가령 그는 잘 말린 작두콩으로 하트를 만들고는 “말, 글, 행동, 선물 어떤 모양이든 사랑의 대상에게 표현해야 한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가을 햇볕에 잘 말린 작두콩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라고 썼다(78-9pp). 평범해 보이는 고백이지만, 그가 실제로 말린 작두콩으로 하트를 만들면서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고 진솔한 고백의 글을 써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 평범한 고백이 특별한 표현으로 와닿는다.
존 오웬은 존 번연의 설교를 즐겨 들었는데, 국왕이었던 찰스 2세가 놀라며, ‘당신 같은 박식한 학자가 어찌 그런 무식한 땜장이의 설교를 들으러 가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오웬은 ‘그 사람이 가진 성령의 능력과 마음의 진리를 전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학문과 바꿀 의향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필자는 절대로 스스로를 박식하다고 생각하거나 김지훈 작가를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제발 오해하지 않기를). 하지만, 많은 책과 강의를 통해 배우는 지식도 유익하지만, 그보다 더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전달하는 마음의 진리를, 그 진리가 가진 능력을 순수하게 일상에서 늘 경험했으면 좋겠다. 내가 마음에 품는 묵상들이 그렇게 건강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만드신 만물 가운데, 우리에게 허락하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되새길 수 있는 쉼과 여유가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우리는 너무 바빠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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