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회나 비영리 단체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책
몇 년 전부터 모비영리 단체에서 리더로 사역하는 지인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름 사역하기에 좋은 자원과 환경이 주어져 있고 모 대형교회 등에서 지원도 받고 있어서 사역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듯 보였다. 게다가 워낙 세밀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고 사심 없이 사역하는 지인이라 일을 잘하고 있을 듯 보였다.
그런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적지않은 고충이 있는 듯하다. 모 대형교회에서 파견되어 있는 일종의 관리자가 오히려 사역하는 데에 방해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듯 싶었다. 이 단체에 대한 목표와 성격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짐에도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한 관여나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상당하고 알게 모르게 모 대형교회에서 오는 불필요한 압력과 간섭도 많아 고충을 겪는 것 같아 힘들어 하는 듯 싶었다.
이러한 문제는 그곳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비영리 단체나 교회 등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번에 읽은 ‘굿 거너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부제 효과적인 비영리 이사회 경영하기(제임스 겔번, 비아토르)’는 부제에서 나타나듯 비영리 단체의 이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잘 보여주는 책이다. 비영리단체들은 선하고 좋은 목적으로 결성되었다는 미명하에 주먹구구식 운영이나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사역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모금이나 목표, 조언을 위한 이사회와 일들을 책임지는 실무진이 구분이 안되어 섞여 있거나 그저 자금이나 밥 한번 잘 사주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비영리 단체에도 이사회가 잘 세워져야 하며 그 역할이 무엇이어야 할지를 세세하게 잘 다루는 책이다. 이사회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며 이사회의 유형상 관리형, 협력형, 항해형이란 세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고 이 세 가지 유형이 어떻게 각각의 이사회의 역할을 어떻게 그 특성에 맞게 풀어갈지를 잘 설명해준다. 우리들이 놓치기 쉽거나 착각하거나 편견을 갖기 쉬운 부분들을 바로잡아주고 이사회가 갖는 역할과 그 한계를 잘 그어줌으로써 실무진들과의 부딪힘이나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이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 이 책은 한 번에 읽을 책이 아니라 이사회나 교회의 당회 등에서 기한을 정해 챕터별로 읽고 토의하고 자기들의 모임을 분석하고 평가해 적용해 바꿔나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 이 책은 말미에 토론 가이드도 담아낸다.
하지만 이 책의 좋은 장점과 필요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책을 소화하고 받아들일만한 단체가 얼마나 될까 의구심은 든다. 그럼에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 어차피 변화는 아픔과 갈등을 수반할 테니 말이다.
추신: 이 책은 일종의 콜라보네이션 굿즈(?)라 할만하다. 좋은 양서를 많이 내고 있는 비아토르와 꾸준하게 비영리단체를 위한 연구와 성과물을 내고 있는 빈손채움 비영리거넌스연구소의 협력에 의해 나온 책이기에 더욱 기대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