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통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감에 대해 말하다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감에 대해 말하다
좋아하는 성경공부 교재 중 Jack Kuhatschek의 Suffering이란 교재가 있다. Lifeguide Bible Studies의 하나인 이 교재는 오래전 후배들과 성경공부교재를 찾다가 원서코너에서 발견해 짧은 영어로 번역해서 공부했었다. Lifeguide Bible Studies는 대부분의 부제가 그 교재의 성격과 주제를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곤 했는데 이 교재의 부제인 ‘Receiving God’s Comfort’도 고난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잘 드러내었다. 같이 공부하던 이들 중 인생의 고난 중에 있던 이들이 여럿 있었기에 그 교재를 통해 많은 위로와 은혜를 받았었다.
처음 팀 켈러의 책제목을 대했을 때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되었다. 이 책을 접했었을 때 아이러니컬하게도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여러 형태의 고통과 시련에 관련된 책을 여럿 접하는 우연을 접했었다. 아마도 고통에 대해 묵상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인도였을까?
이 책도 부제가 좋다. 한글판의 제목은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예수와 함께 통과하는 인생의 풀무불’이라고 말하지만, 원서는 ‘Walking with God through Pain and Suffering’이다. 사실 이 세상에 어느 누가 고통에 답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약은 없고 이것이다 정의내리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 것에 선을 긋는 무모함일 수 있다. 더욱이 고통이란 문제에 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고통의 정의라기보다는 원서의 제목과 번역판의 부제처럼(번역서의 부제도 좀 그렇다. 본문에서 등장하는 다니엘서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초반의 풀무불을 연결지어 부제를 정한 듯하지만 원서의 제목이 더 적절해 보인다) ‘아픔과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의 동행’은 이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응해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잭 쿠하쉑이 그의 교재에서 고통을 대하는 법으로 ‘하나님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고통이나 고난은 그 고통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이겨나가는 것이고, 세상의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위로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해야함을 팀 켈러는 가르쳐 준다. 이것은 고통이나 시련이 그저 제거하고 없애야 할 암적 존재 또는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1부에서 지적하듯 세상은 고통을 악의 문제로 규정하고 그것을 회피나 무시 또는 없애려는 접근으로 나아가고, 그것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경은 이러한 고통의 문제를 직면할 것을 말한다. 고통이 하나님의 창세의 뜻은 아니고 오히려 죄로 인해 파생되어진 것이지만 그것을 무시하거나 회피한다고 고통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저자는 지적한다. 성경에서 바라보는 고통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고통을 어떻게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결하고 대응해 나갈 것을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이러한 대응이 고난으로 인해 겪는 고통 자체를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또 지금 내가 당하는 고난과 시련에 대한 답과 원인을 가르쳐주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일부 기독교인들은 고난의 원인을 개인의 죄로 인한 것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는 것도 우리는 바라보아야 한다. 욥의 경우처럼 신실하게 살았음에도 고난은 그 이유도 알 수 없이 임할 수 있고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지켰음에도 풀무불에 던져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통이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화기가 그들을 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고난으로 인해 고통과 아픔으로 신음한다.
저자는 그런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하나님께 한탄을 쏟아내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내 자신도 종종 말하곤 하지만 크리스천도 맞으면 아프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종종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한탄하는 것을 비신앙적이거나 믿음의 부족으로 판단하곤 한다.
이미 앞서 원서의 제목에서 보았던 것처럼 저자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어떻게 걸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고통을 고통으로 직면하고 그 고통을 혼자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하나님의 위로를 받아야 함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나 주변적으로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의 고통과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주는 유익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없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씨름하며 이 책에서 말하는 고통을 숙고하며 고통의 책읽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어제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이전 교회공동체에서 신앙의 성장을 거치며 누구보다 신실하게 주님을 섬겼고 온 가족이 믿음의 본을 보였던 장로님이 소천하셨다. 책의 막바지에 다다라가고 있을 때 이미 위독하셨기에 더더욱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 먼저 주님 품으로 가시고 말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몇 년간 겹쳤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믿음의 행보를 견지했던 분이었는데 하나님은 그 고통의 원인도 알려주시지 않은 상태에서 그분을 부르셨다. 왜 하나님이 그 장로님께 그런 고통을 허락하셨는지 난 알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역시 팀 켈러도 고통에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대해 말해줄 뿐이고 어떻게 하면 이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할지를 알려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