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도가 서 있어야 할 자리
성도가 서 있어야 할 자리
요한계시록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말씀을 예수님이 요한에게 환상과 묵시로 보여주셨고, 요한은 그것을 교회에게 읽고 듣고 순종해야 하는 편지로 남겨주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그 언어와 비유와 상징들이 묵시적이기에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적히게 된 배경과 상황과 문학적 특징들을 파악하면 우리는 충분히 이 비밀을 풀어낼 수 있고 큰 은혜를 받으며 감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요한계시록, 이 귀한 복음이 정경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대로 설교하고 가르치지 못하여 여러 이단들이 선점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교회와 하나님 나라와 성도와 무엇보다 그리스도에 대한 풍성한 책을 제대로 전하기 못했기에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될 것이고 이 신비와 생명은 교회 전체를 감싸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이 조금이나마 더 쉽고 친절하게 성도들에게 이해되기 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작성하였습니다. 사역하는 1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이 귀한 책으로 청년들과 장년들에게 나누었던 계시록 설교들 중에 특별히 교회와 복음에 대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11편의 설교로 구성 되었습니다. 솔직히 필자는 저자의 글을 보며 긴 시간 동안 설교 한 편을 다듬고 또 다듬는 그의 정성과 노력이 보였고, 무엇보다 교회와 복음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저자가 더욱 좋았습니다.
필자는 그의 설교 11편을 하루 만에 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설교문인데가 친절한 구어체이기에 쉽게 읽힐 수 있지만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다듬어 온 것을 그냥 한 번에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설교를 듣는 청중이라 생각하고 말씀을 받았습니다. 그의 설교는 주해와 해석이 잘 되었고 설교자의 성도를 향한 간절함과 주님을 향한 불붙는 마음 또한 선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교회를 아끼는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성도를 보호하시는 성령님의 안위하심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타나는 분명한 세 가지의 주제가 있습니다. 첫째, 성도는 어린양 되신 주님의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교회는 번영신학에 물들고 세상의 길을 쫓아가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을 받아내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칫 우리의 복음과 정체성과 하나님의 존재까지 왜곡되는 경우를 봅니다. 주 예수님은 나를 위해 죽으셨으니 내가 이 땅에서 잘 되고 행복하게 되는 것을 도와주시면 된다고 거짓복음에 물든 모습입니다.
교회가 전해야 되는 것은 바른 복음이지 다른 복음이 아닌데 언제부턴가 세속적인 복음을 듣게 됩니다. 결코 부정적이고 심판과 죽음과 지옥에 대한 말씀을 하면 안됩니다. 희생과 헌신과 나눔과 낮아짐과 같이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금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교회는 한 사람이 성공하고 출세하며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가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곳이 된 듯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주신 복음은 그런 것과 전혀 반대이고 교회는 그런 복음을 가르치면 안되고 수용해서도 안됩니다.
교회는 오히려 성도에게 십자가에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출세와 욕망과 탐욕을 제거하는 곳이 교회라고 합니다. 인간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나쁜 생각들을 다 잘라내야 하는 곳이고 십자가의 자리에 주님과 함께 있어야합니다. 마치 루터가 십자가의 신학을 강조하는 것처럼 이 설교들은 그 피묻은 주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성도의 자리는 출세의 자리가 아니라 십자가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사람인데 현대교회는 마치 시작도 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십자가의 자리를 분명히 말합니다.
둘째, 성도는 죽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계시록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진리를 받아내고 살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교회와 성도에게 주님의 길을 가는 자는 십자가의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억울하고 눈물나고 두려운 일이 있지만 주 예수님께서 죽음으로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사 구원하신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러한 삶의 방법과 원리로 살라고 가르칩니다. 복음은 힘과 복수의 원리가 아니라 밀알과 죽음의 원리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마 요한의 편지를 받는 수신자들은 이 부담스런 주님의 명령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영이신 성령님께서 예수님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며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방법은 구속적 폭력이 아니라 구속적 사랑입니다. 세상을 극복하고 시험을 이기는 것은 물리적인 투쟁과 저항이 아니라 세상이 흉내낼 수 없는 사랑입니다. 나치 시절 본회퍼는 성도는 실제로 십자가의 정신으로 죽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는데 로마 황제 밑에서 초대 성도들은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 또한 계시록을 보며 그러한 어린양 되신 주님의 발걸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셋째,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입니다. 요즘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학이 발전하여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만 가는 나라라고 여겨왔던 지난날에 비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이라는 역동적인 가르침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통해 교회가 이 땅에서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내고 공적인 부분에서 도덕적 주도권을 회복할 것에 대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조가 계속 부각되다 보니 실제 성도가 죽어서 가는 영원한 고향에 대한 가르침이 희미해졌습니다. 영원한 천국은 박해 가운데 사는 성도에게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데 유명론적인 주제가 된 듯합니다. 교회에서 조차 천국과 지옥은 신화적인 개념이 되었고 현실과 관련 없는 적실정이 부족한 말씀이 되었습니다. 성도들조차 죽어서 가는 세상에는 관심 없고 오직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나마 나은 성도는 이 땅에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계시록은 분명히 진정한 본향에 대해서 말합니다. 모든 눈물이 거두어지고 슬픔과 고통이 사라지는 영원히 행복한 곳입니다. 실제 로마의 박해와 핍박의 시대를 사는 성도들에게 이 천국에 대한 말씀은 너무나 큰 위로와 은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고 환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지옥 같은 경험을 하는 순간에 하늘문을 여시고 천국에서 눈물로 지켜보시는 주님의 얼굴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계시록은 죽기 전, 이 땅에서 믿음과 삶으로 결정되는 아름다운 천국에 대한 소망을 보여줍니다.
끝으로 요한계시록은 놀라운 복음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성도를 위해 어떤 일을 하셨는지 구약을 배경으로 설명되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주 예수님께서 어떤 존재이신지 각 교회를 향한 말씀과 심판의 말씀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땅의 임금들이 머리가 되시고 왕 중의 왕이시고 만왕의 왕이시며 처음과 나중에 되셔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그분에게만 모든 생명과 선함과 빛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 복음의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에게는 사도 요한의 말씀처럼 복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과 믿음의 경주를 끝까지 견디고 완주할 수 있는 복을 얻습니다. 세상과 사탄과 자기와의 영적 전투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물질적이고 현세적이고 육체적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교회와 성도를 향하는 주님의 마음과 격려를 보기 원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나라를 소망하는 마음이 깊어질 것이고 은혜를 원하는 은총과 간구하는 심령이 더 뜨거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