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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 스마트폰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토니 라인키/오현미/CH북스/조정의 편집위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대, 아주 어린 아기부터 노인까지 쉽게, 자주, 그리고 오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과거 TV나 PC가 보급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고 사용해야 하는지 가정마다 교회마다 심지어 교회 밖 사회에서도 고민이 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생각보다 국내엔 스마트폰 관련 신앙 서적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디모데에서 2015년에 나온 “아이키드: 디지털 시대의 올바른 자녀양육”(크레이그 케넷 밀러), 그리고 게리 채프먼과 알린 펠리케인이 쓴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생명의 말씀사, 2015), 아바서원에서 2014년에 나온 “아이 갓: IT 기술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크레이그 뎃와일러) 정도이다.
앞의 두 권의 책은 자녀양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세 번째 책은 전반적으로 IT 기술을 분석한 내용이다. 스마트폰의 문제가 단지 자녀의 문제가 아니고, IT 기술의 문제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영혼을 진단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2020년 토니 라인키가 쓴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가 CH북스를 통해 출간된 것은 정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귀한 자료를 얻은 것만 같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12 Ways Your Phone Is Changing You(2017)”로 스마트폰이 사용자를 변하게 만드는 12가지 모양을 다룬다. 2019년에 라인키는 “Competing Spectacles: Treasuring Christ in the Media Age”라는 책을 썼다. 미디어가 장악한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보화로 삼는 것에 대해 다룬 이 책 역시 미디어 중독이 심한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토니 라인키는 신학 연구원으로 desiringGod.org에서 저술가,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CH북스에서 이 책의 제목을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로 지은 것은 책 전체의 내용을 볼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스마트폰은 단지 중독의 문제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배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내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은 그 문제의 현실성과 심각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마치 거울과 같이 우리를 비추어 우리 마음에 항상 섬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도구와 같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스마트폰을 올바로 사용하면, 그 반짝이는 화면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의 보화로 빛이 나며, 그 반짝이는 영광 가운데서 다가올 더 큰 영광을 살짝 엿보게 된다”(274페이지).
이 책을 통해 스마트폰 활용법 혹은 통제법을 배우려 한다면(거의 대부분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이 훈련하는 몇 가지 실제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모든 독자에게 억지로 짊어지우려 하지는 않는다. 성령께서 이 책을 읽으며 각자 마음에 허락하신 대로, 그 인도하심을 따라 조치를 취하기를 권면한다.
오히려 저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하지만 일상적으로 그렇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여러 가지 영적 문제를 진단한다. 가령 중독의 문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의 문제, 우리의 정체성을 잊게 만드는 것의 문제, 눈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온라인상의 사람과 허구의 친밀감을 쌓으려는 것의 문제, 자기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인정에서 찾는 것의 문제, 혹시 놓치는 일이나 뉴스가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문제, 읽기 능력을 빼앗아가는 것의 문제, 건전하지 못한 고독과 고립으로 인도하는 문제, 성적 유혹과 시각적 유혹을 일으키는 문제 등.
저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러 전문가의 의견과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하여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그 처방책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제시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훌륭하고 가치 있는 부분인데, 단지 스마트폰의 문제를 밝히고 그 대책으로 쓰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더 깊은 영혼의 문제를 다루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시한다.
마지막 결론에서 저자는 교차 구조로 편성된 12장의 책 내용을 두 가지 명령으로 요약하는데,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가장 큰 두 가지 계명으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 즉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가능하게 된 그 친밀한 사랑의 관계가 스마트폰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저자가 지적한 여러 가지 스마트폰의 문제는 사실 영혼의 문제이며,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더 깊이 사모하고 갈망할수록 스마트폰은 우리의 왕이 아니라 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빠르게 읽고 짧게 기억하는 것을 추구하는 이들을 상대로 저자는 304페이지나 되는 얇지 않은 책을 썼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가 살아 있어, 이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겁고 지루하지 않다. 저자의 독특한 표현들(예: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는 ‘좋아요’한 것을 닮는다” 등)과 존 파이퍼에게 묻고 답변을 들은 것의 내용, 독자에게 친숙하지 않은 여러 현대 문화를 진단하는 용어들과 전문가의 의견, 통계 그리고 독자에게 친숙한 문화 등을 십분 활용한다.
보통 번역서를 읽으면서 번역이 아주 나쁘지 않는 한 옮긴 이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마크 존스의 “선행과 상급”, “하나님을 아는 지식”,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거룩의 길”을 번역한 오현미 전문 번역가의 솜씨로 저자인 토니 라인키의 표현이 그대로 살아 전달되는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결말에 저자가 책 집필을 마치고 한 일을 적어 놓은 것이다. 책을 쓰느라 잠시 꺼두었던 스마트폰을 켜서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여기저기 자신이 탭 하여 들어가 본 사이트와 정보를 나열한다. 라인키는 우리에게 책을 덮기 직전 도전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일상 예배를 드리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가 예리하게 진단한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보고 그것이 우리 영혼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영혼이 갈망하는 것을 하나님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는 여러 우상의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 일상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순간순간이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순종과 신뢰를 위해 선물로 주어진다”(229페이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라고 외친 것처럼(수 24:15), 라인키의 책을 읽고 “일상 중에, 그 순간순간에 너희가 섬길 자를 택하라”는 저자의 외침에, 모든 그리스도인 스마트폰 유저들이, 어린 아이나 어른이나, 남자나 여자나, 성도나 교역자 혹은 목사나,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의 영광을 선택하기를, 하나님께 예배하기를, 영원한 것을 갈망하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그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든지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고 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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