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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결혼을 꿈꾼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마셜 시걸/조성봉/생명의 말씀사/조정의 편집위원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에게 조언할 때는 지혜가 필요하다. 독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어려움이나 외로움, 편견이나 오해 등에 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다.’ ‘결혼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등의 쉽게 던지는 조언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귀로 들어가도 그들의 예민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셜 시걸이 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존 파이퍼가 운영하는 디자이어링 갓(Desiring God) 웹사이트의 편집장이자 기고자이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라 10대 초반부터 결혼을 추구하며 연애를 힘썼다. 저자의 소개 글뿐만 아니라 책 전체 내용에 저자가 얼마나 결혼과 연애를 우상처럼 섬기면서 실패하고 많은 이들과 자신에게 상처와 좌절을 가져왔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의 20대는 잦은 연애와 이별, 성적 실패, 외로움, 비참함, 조급함, 수치심, 이기심, 자기 연민 등으로 채워졌다.” 이 책은 ‘나 때는’ 식의 조언이 아니라 ‘나 역시’, ‘나 또한’ 식의 공감을 바탕으로 둔 조언이다.
마셜 시걸은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감대를 찾았다. “우리는 모두 미혼이다.” 무슨 말일까? 저자는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결혼은 장차 우리가 하게 될 결혼, 즉 우리의 주 되신 그리스도께 우리 자신을 내드릴 그날의 아주 작고 충분하지 않은 모형일 뿐이다...그날에 우리는 그분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만날 것이다. 깨어진 우리를 하나님이 열린 두 팔로 안아 주실 그 날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재결합의 장, 이전의 모든 결혼에 마침표를 찍는 혼인날이 될 것이다. 그날에 우리 모두가 결혼할 것이고, 그 결혼은 우리가 이생에서 가졌던 모든 바람과 기대를 잊게 할 것이다”(16-7페이지). 저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궁극적인 그리스도와의 결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땅에서의 결혼과 연애를 바라보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은 현재 결혼을 꿈꾸고 있는 독신이든, 결혼에 아직 관심이 없는 독신이든, 결혼한 그리스도인이든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리스도의 신부이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영원한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사랑으로 기다리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이 땅에서 결혼을 꿈꿀 때도, 결혼 생활을 해나갈 때도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마셜 시걸의 책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의 구성이기도 하다. 1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크리스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알아야 할 미혼의 가치”를 다루고, 2부에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크리스천이 만날 때” 즉 “우리가 알아야 할 건강한 연애”를 다룬다.
저자는 먼저 “미혼에 대한 9가지 거짓말”을 소개한다: 1. 미혼은 스스로를 더 챙겨야 한다. 나 말고는 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2. 결혼만 한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배우자를 허락하실지 모르겠다. 3. 결혼을 기다리느라 지쳤다. 결혼만 한다면 조급하지 않을 것이다. 4. 나는 다른 사람의 필요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다. 내 필요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5. 지금은 나를 이끌거나 내가 이끌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 거룩은 나중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그때 추구해도 된다. 6. 미혼일 때는 가볍게 살아도 괜찮다. 벌써부터 누군가의 의지가 될 필요가 없다. 7.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모른다. 결혼만 한다면 예민함도 사라질 것이다. 8. 미혼인데 얽매일 필요가 있는가. 나는 이 자유가 좋다. 9. 내 삶이 우울하고 비참한 이유는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7장).
미혼은 저자가 소개한 거짓말을 내면의 목소리로 들어본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신부는 신랑의 음성을 듣고 신랑의 약속을 믿고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약속은 다음과 같다(3장): 1. ‘예수님을 아는 것’은 당신이 이 땅에서 얻거나 잃을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2. 모든 시험은 당신의 믿음과 기쁨이 진실함을 증명할 것이다. 3. 당신의 모든 고통은 당신이 고통 가운데 있는 다른 사람을 돌보도록 준비시킨다. 4. 마침내 고난은 상처가 아닌 소망과 기쁨을 당신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5. 이 세상 그 어떤 고난도 예수님이 당신에게 주시는 것을 빼앗을 수 없다. 6. 예수님은 지친 자들을 돌보는 일에 결코 지치지 않으신다. 7. 고난은 당신에게 끝까지 견딜 믿음과 힘을 줄 것이다. 8. 하나님은 당신의 필요를 매일 채우시기 위해 그분의 무한한 부를 쏟아부으실 것이다. 9. 당신의 고통은 조금도 무의미하지 않으며, 당신에게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다. 10. 당신의 모든 고난은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 마지막 눈물 한 방울까지.
독신에 관한 책이 몇몇 소개되었지만, 마셜 시걸의 책은 독신의 삶의 가치를 결혼 여부가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찾고 그 정체성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요구하시는 사랑하고 돌보고 섬기는 삶을 살도록 격려한다. 단순히 ‘언젠가 결혼할테니 걱정 말아라’는 식의 위로와 격려가 아니라 진실로 영원한 신랑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만족과 기쁨이 있으니 독신으로서 더 힘쓸 수 있는 사랑과 섬김의 영역을 찾아 충분히 베풀고 누리며 살라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솔직하다. 자신의 실패와 실수를 편안하게 나누면서 독자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 이기적인 욕구에 따른 성이 아니라 이타적인 사랑에 따른 성, 스킨십보다는 신뢰를 쌓기, 서로 의존하기보다 독립적으로 사랑하기, 둘만의 연애보다는 둘을 사랑하는 교회의 성도나 부모, 친구의 조언을 듣고 안전하게 둘 사이를 보호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연애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다룬다.
기독교 청년 캠프 등에서 질의응답에 올라오는 질문을 보면 대부분 결혼이나 연애와 관련된 것이 많다. 새로운 질문이 거의 없고 항상 반복되는 질문인 걸 보면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결혼과 연애는 미혼 그리스도인의 최고의 관심사이자 간절히 바라는 소원인 것 같다. 사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입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내 이웃인 배우자를 찾고 만나고 사랑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찾고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내 남편이나 아내를 기쁘게 할까를 염려하므로 사도 바울은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고전 7:32-34).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갈라지지 말고 ‘어찌하여야 주를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을 하며 주의 일을 염려하라는 것이다. 결혼하든 하지 않든 이 우선순위는 모두에게 요구된다. 그리스도인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는다.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다. 결혼해도 주를 위하여, 결혼을 기대하고 기다려도 주를 위하여, 결혼에 대한 관심이 아직 없어도 주를 위하여 그리해야 한다.
당위성만 따져 말하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정말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의 참된 만족과 기쁨과 사랑의 대상이 되시기 때문이다. 독신 크리스천, 미혼 크리스천, 기혼 크리스천 상관없이 모든 크리스천이 어떻게 하면 궁극적으로 자기 신랑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할까 고민하고 그것을 삶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두며 영원한 신랑이신 그분과의 결혼을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것이 마셜 시걸이 그의 책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조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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