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괴짜 목사에게서 받는 은혜와 도전

신성욱 | 2021.03.30 16:18

월요일마다 줌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양지에 있는 제자 목사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다. 밤에 모든 수업을 끝낸 후 수요일 교수회의가 없는 주간이라 집으로 가려고 했다. 아이들도 와있고 내가 타는 차를 쓸 일도 있을 테니 집으로 갈까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학교로 가 있다 보니 학교에 와서 교수실에서 잠을 잤다.

화요일 채플에 참석할 생각이 컸던 탓이다.

 

오전 채플에 참석했는데 설교자가 부산에서 온 분이었다. 큰터교회의 담임 목사이신데 교회 이름이 특이했다. 그래서 좀 큰 교회인 줄 알았다. 예배가 시작되고 설교를 하는데 오랜만에 괴짜 같은 목사님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우선 영상으로 자기 교회를 잠시 소개한 후 설교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특이한 분임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부산 큰터교회의 담임인 문창욱 목사라는 분이다. 문 목사가 교회에 출석한 것은 성균관대 재학 시절 이단에 빠진 친형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단에 대응하려면 성경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성경통독을 시작했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발견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후 하던 사업을 접고 1992년 복음전파의 열정을 갖고 중국에서 1년간 선교하다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98년 졸업 후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큰터교회를 설립했다. 50만 원 월세를 걱정하던 개척 첫 주부터 선교비를 드렸다.

설교 시작부터 자신이 사모로부터 이혼 당할 기회가 많았음을 여러 번 언급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도 그럴 만했다. 2000, 상가교회에서 10명의 선교사를 파송 후원하던 때의 얘기를 들려줬다. 개척 초기부터 문 목사는 강단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고 한다.

 

‘2005년까지 교회 재정의 50%를 추가로 선교비로 내놓고 3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겠다!’고 말이다. 성도들은 월세를 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300명 선교사를 돕겠다 하니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했다.

사모는 물론 몇 안 되는 교인들의 반대소리도 들려왔다. 그래서 한 명씩 따로 만나서 각개전투로 설득을 했다 한다.

 

어떻게 설득했는지가 궁금했다. 일단 선교후원을 반대한다는 생각을 확인한 후 그들의 반대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맞장구를 쳐줬다고 한다. 그랬더니 모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우리 교회가 앞으로 잘 될 거 같습니까 못 될 거 같습니까?”

그랬더니 대답들을 안 하더라고 했다.

 

자기 교회가 못 될 거라는 얘기를 담임 면전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그때 문 목사는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교회는 잘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다.

그런 후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다.

어차피 잘 될 가능성이 없는 망할 교회라면 선교 후원 안 해보고 망하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해보고 망하는 게 좋겠어요?”

 

그랬더니 모두 한결같이 어차피 망할 교회라면 까짓것 선교 후원해보고 망하는 게 낫겠지요?”라 답했다 한다. 그렇게 해서 큰터교회는 개척 후 6년 간 2000만 원의 선교비를 보냈다. 성도 30명이 모이는 미자립교회가 선교비를 후원하겠다며 선교사를 선발했다. 문 목사가 서울 선교단체 본부를 찾아가 후원 선교사 개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부산에서 사모한테 전화가 왔다 한다. “여보, 빨리 내려오세요. 당신이 미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 주 강단에 오른 문 목사가 호통을 쳤다. “누굽니까? 저보고 미쳤다고 한 사람이!” 잠시 침묵이 흐르자 문 목사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선교에 미쳐 있습니다.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야지요. 그래야 일이 됩니다.” 사정을 들은 선교사들이 오히려 교회로 선교비를 보내는 일마저 있었다 한다.

큰터교회는 매달 마지막 날에는 통장 잔액을 0원으로 맞추고 선교비를 보냈다.

 

2009년이 되자 매달 보내는 선교비가 3000만 원이 넘었다. 선교의 모델교회라는 소문이 나면서 2011년 서울 큰터교회가 세워졌다. 문 목사는 격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한다.

문 목사는 “22년 전 교회를 개척해 선교하다가 망하는 교회가 되려 했는데,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또 다시 선교목표를 수정한 얘기가 압권이었다. 부단히 노력했어도 300선교사 파송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정한 선교목표가 뭔지 아는가? ‘3000선교사 파송이었다. “어차피 안 된 것, 더욱 크게 잡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300명 선교사 파송에 실패한 교회가 다시 수정해서 세운 목표가 ‘3000명 선교사 파송이라니! 사모가 이혼하자 할 만하지 않은가?

 

그랬더니 기적이 계속 일어났다. 작년 말엔 하나님이 새 예배당을 마련하여 이사하게 해 주셨다(아래 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다들 목회가 안 된다고들 하는데, 수천 만 원의 선교비를 보내고 예배당까지 마련한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를 말했다.

지금까지 성경을 500독 했는데,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믿음이 더해집니다.

 

목회에 두려움이 생긴다고요? 성경을 안 읽어서 그럽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두려워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순종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 앞에선 두려움이 아니라 순종만 있을 뿐입니다. 거기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사역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들은 설교 중에서 제일 큰 은혜와 도전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함께 교제할 시간을 가졌는데, 그는 오직 믿음의 사람이었다. 명함을 달라 했더니 명함 역시 특이함 그 자체였다. 앞에는 본인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 있고 뒷면에는 성경 매달일독 스케줄이 적혀 있었다(아래 사진).

성경 일년일독 스케줄이 적힌 자료는 봤어도, 한 달에 일독하는 스케줄은 처음 본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에 일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 큰터교회 담임인 문창욱 목사’, 그는 내게 믿음의 사람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믿음의 원인은 성경다독에 있었고 말이다.

어릴 때와 젊은 시절 성경을 다독하던 과거의 내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며 내 마음을 다독다독해서 다독’(多讀)을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도전을 받는다.

우리 모두 성경 다독으로 문 목사처럼 큰 믿음으로 순종하여 놀라운 기적을 맛보는 주인공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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