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채천석서강대 영어영문학과(B. 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였다. 국제선교대학원(I. G. S. T., Th. M.)에서 수학한 이후, 총신대학원에서 교회사로 신학 석사(Th. M.)와 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Ph. D. Cand.). 총신대학원 교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한마음교회와 언약교회에서 협동목사로 봉사했으며, 평양신학교와 개혁신학연구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많은 기독교 서적을 번역하였으며, 『조나단 에드워즈의 부흥사상』, 『17인의 회심사건』(상중하), 『원자료 중심의 교회사』시리즈(심창섭 교수와 공저), 『성경의 바다』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현재 크리스찬북뉴스 발행인 겸 대표로서 출판독서문화 활동과 선교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선교사들이 선교지를 떠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

채천석 | 2017.08.04 20:44

언젠가 한 기독교 신문에서 선교사들이 국내로 철수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선교사들의 갈등 때문이라고 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당시 그 글의 출처가 궁금해서 알아보았더니 다름 아닌 미국의 선교부였다. 아내가 선교사 자녀학교인 페이스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사역했을 때, 미국인 교사들이 팀워크가 맞지 않아 종종 자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곤 했기 때문에 그 보도가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통계치는 주로 미국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한국 선교사들의 상황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선교사들은 좀처럼 팀 사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교단 선교부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조차도 팀 사역은 가능한 한 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사역과 재정이 서로에게서 독립된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선교사들 간에 갈등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한국 선교사들이 국내로 철수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든든한 파송 교회를 둔 선교사들이 있는가 하면, 주 파송 교회 없이 몇몇 교회나 개인들의 후원에 의지해 현지에 들어온 선교사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게 주 파송 교회 없이 선교지에 들어온 선교사들의 형편이란 것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들은 언제 국내로 철수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 파송 교회가 있는 선교사라 할지라도 언제 그 관계가 끊어질지 모르는 처지라 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2005년도에 처음 필리핀에 들어왔을 때, 필리핀 북부 선교회에 가입된 선교사만 2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은 100명도 안 되는 선교사들만 남아서 활동을 하고 있고, 그 구성원들도 많이 변한 상황이다. 얼마 전에 북부의 바기오를 방문했을 때, 마침 내가 속한 합동 교단 선교사들의 모임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오래간만의 만남이었는데, 구성원들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절반 가까이가 새로운 선교사들이었고, 내가 처음 선교사로 들어왔을 때인 2005년도에 만났던 선교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한국의 선교사들이 자주 국내로 철수하는 가장 큰 배경을 한국 교회의 선교 동력이 떨어진 데서 찾고 싶다. 현재 필리핀 선교사들 가운데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주로 초기 선교사들이다. 이후에 파송 받아 필리핀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사역에서 활력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분들 가운데는 현지에서 생존하는 것조차 힘든 분들도 제법 있다.

 

사실 선교사들이 사역을 활발히 하는 것은 선교 후원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선교사들의 형편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것이다. 한국 교회를 보면 큰 교회는 더욱더 커지고 있고, 작은 교회는 더 작아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에 현지에서 터전을 잡고 사역을 크게 하고 있는 선교사들에 대한 후원은 여전히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뒤이어 자리를 잡고 선교 활동에 임하는 후배 선교사들에 대한 후원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하는데, 선교사들도 선교 현장을 거창하게 소개를 해야 후원이 잘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런 풍조는 자칫 선교사들로 하여금 허세를 쫓게 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영혼의 고귀함을 알고 묵묵히 복음을 전하며 어렵지만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많은 선교사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후원이 더 필요한 분들은 사역 현장이 허약한 상태에 있는 선교사들일 수 있다. 사실 큰 사역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그만큼 후원이 이어지고 있기에 거기까지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큰 선교를 하고 있는 분들은 현지에서도 자금이 조달될 수 있는 안정된 사역 현장을 갖추어놓은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는 선교의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한다. 국내의 넘쳐나는 사역자들이 해외로 나가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들어 비즈니스를 겸하여 목회를 하고 있는 사역자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자주 본다. 나는 그런 글들에 충분히 공감한다. 사역자들이 교회만 바라보며 굶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목사가 무책임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사실 목회자 이중직 논쟁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총회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지원을 소속 목회자들에게 할 수 없다면, 그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고자 하는 어떤 일이라도 그 종류에 대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목회자들이 사역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신학을 공부하고자 했을 때 어느 누구도 비즈니스를 겸한 사역자가 되겠다고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많은 사역자들이 해외 선교사로, 그리고 국내의 오지로 나아가는 환경이 한국 교회에 조성이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자기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이 맑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나눔을 우선하여 실천하는 교회들이 많아질 때, 한국 교회는 그 옛날 전 세계로 흩어져서 왕성하게 복음을 전하던 첫사랑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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