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소설 속에서 만나는 베드로

송광택 | 2004.02.06 14:24
갈릴리 큰 어부 1, 2, 3
로이드 C. 더글러스
위드북스  

좋은 문학 작품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해 준다. 작가는 그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육화(肉化)시키고, 독자는 그 결과물인 작품에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정신적 고양(高揚)의 기쁨과 정서적 포만감을 누리기도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도 마땅히 한 사람의 독자로서 훌륭한 문학이 주는 자양분을 섭취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 <갈릴리의 큰 어부>(전3권)는 무게있는 기독교 소설이 드문 독서계에 가뭄의 단비처럼 찾아온 선물이다. 세계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성의』(聖衣)의 원작자이기도 한 미국 작가 로이드 C. 더글라스는 일종의 '소설 베드로 평전'을 우리 앞에 내 놓았다. 필자는 본서가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기독교 진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읽혀지기를 원하면서, 이 소설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첫째. 본서 <갈릴리의 큰 어부>는 탄탄한 줄거리가 있는 전기적(傳記的)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베드로의 생애만을 이야기하거나 복음서의 줄거리를 그대로 복사하고 있지 않다. 어느 정도 자유롭게 작가의 상상력은 아랍과 유대와 로마를 넘나들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었고, 일종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창작함으로써 생동감있는 이야기의 틀을 만들어 냈다.

이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2천년전 그 역사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그들과 동행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복음서에 기록된 이야기들의 행간 속에서 '보물들'을 작가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인간 예수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의 모습을 균형있게 보여주기 위해, 설교조로 독자를 설득하기 보다는 독자 스스로 한 사람의 목격자와 증인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정교한 소설적 구조를 만들었다.

둘째, 역사적 배경 지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많은 허구적 요소가 들어갔지만, 그 배경이 되는 역사와 주요 인물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꼼꼼하다. 이러한 저자의 역량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저자의 수고 덕분에 독자는 이 소설과 더불어 '역사 여행'이 동반된 독특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점은 이 소설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은 많은 교양적 지식도 제공해주기 때문에 성경을 이해하고 성경의 시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갈릴리의 큰 어부>는 건전한 복음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진 신앙 소설이다. 모든 문학 작품에는 작가의 관점(세계관)이 녹아 들어있다. 특히 성경이나 복음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면 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학은 어떤 의미에서 실재(實在, reality)에 대한 해석이다. 따라서 <갈릴리의 큰 어부>도 하나님과 예수와 복음, 그리고 주인공 베드로에 대한 작가 고유의 관점과 해석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작가는 직설법으로 그의 생각을 드러내기 보다는 여러 정황 속에서 작중 인물을 통해 말하게 한다.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히는 장점이 있고, 동시에 복음에 대한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유익도 전해 준다. 작가는 예수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거나,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해설함으로써 독자가 그 가르침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넷째, 독자는 이 소설에서 '살아있는 베드로'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어부 출신으로 예수의 수제자가 된 베드로가 냉엄한 역사와 현실 속에서 고뇌와 좌절을 겪으며 믿음을 확보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예수의 언행에 대해 묘사하고 있지만, 소설의 중심 축은 시몬 베드로다. 작가는 제자가 되기까지의 베드로의 심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자가 되기까지의 그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배신과 회복의 여정이 때로는 강렬한 색조의 유화로, 때로는 잔잔한 색감의 수채와나 파스텔 톤의 그림으로 묘사되었다. 최일도 목사는 이 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소설 형식으로 녹여낸 베드로의 심리 묘사는 단연 압권"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소설은 민족 갈등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당시의 유대와 아라비아의 역사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파라와 볼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이 소설의 한 축으로 삼았다. 또한 두 민족 간의 갈등의 뿌리와 역사를 다루면서, 작가는 그 갈등의 해소를 염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예수 그리스도의 조건없는 '사랑'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key word)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평신도와 목회자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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