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90년생이 온다

송광택 | 2020.01.15 16:09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웨일북

 

신세대의 이름은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그들은 왜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을까라고 묻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2011년 약 185,000명에서 2016년에는 약 257,000명으로 38.9퍼센트 가량 증가했다. 이들의 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률은 2016년 기준 1.8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공시생 100명 중 최종 합격 인원은 약 2명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머지 98명은? 답은 쉽다. 이듬해에 있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 책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1990년대 출생의 20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9급 공무원 세대라고도 할 수 있는 90년대생들이 이전 세대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지 밝히는 것이 가장 큰 집필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90년대생은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세대가 되었다. “70년대생들이 IMF 외환위기 시절 정리해고를 당하고 취업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을 본 80년대생들이 선택한 길은 자기 계발이었다. 사회와 기업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현실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었고, 자신의 조직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토익은 필수가 되었고, 취업 5종 세트가 등장하였으며,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80년대생들의 자기 계발에는 안정적인 조직 생활이 전제가 되어 있었다. 비록 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이나 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취업 후 한동안은 안정적인 조직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26)

 

90년대생들은 어떤 세대인가? 저자에 의하면 동일한 세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각 중 하나는 동일한 경험이다. 이러한 세대의 경험은 국가적인 단위의 제도 변화 혹은 대형 사건을 통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1987년 의 민주항쟁을 통한 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인 변화나 1997년 일어난 IMF 외환위기 같은 경제적인 변화가 이에 해당한다.”(42)

 

저자에 따르면 90년대생의 첫 번째 특징은 간단함이다. 바로 모든 길고 복잡한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피해야 할 일종의 악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 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문화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열쇠는 언어에 있게 마련이다. 생각과 느낌을 남과 주고받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함을 추구하는 90년대생들의 언어 습관에서는 축약형 은어인 줄임말이 자주 나타난다.”(69-70)

80년대생들이 10대 청소년이었던 1990년대의 경우는 PC통신과 휴대폰, 호출기(삐삐) 등의 등장과 함께 이와 관련한 줄임말이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어솨요(어서 오세요)’, ‘방가(반가위요)’, ‘일케(이렇게)’ 등이 있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의 줄임말은 기존의 청소년 교실 은어와 PC통신 문화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90년대생들의 줄임말은 기존의 PC통신과 채팅 문화가 인터넷과 게임 문화로 확대되어 전승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온라인 중심의 가상 세계와 오프라인 중심의 현실 세계가 결합한 줄임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71)

90년대생들이 경험하고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줄임말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카테고리를 넘어서 기업의 고유 브랜드까지 모든 것은 이미 모조리 줄여서 불리고 있다고 봐 도 무방하다. 파리바게뜨를 빠바라고 부르고, 미스터피자를 미피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대의 줄임말들은 그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모든 단어에 급속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줄임말은 단순히 그들만이 공유하는 문화를 넘어 전제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어 줄임말을 배우고 익히는 시대가 되었다.”(73)

 

90년대생의 두 번째 특징은 병맛문화로 일컬어지는 재미.

“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들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이들은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질서라는 것을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97)

인터넷상에서 병맛의 개념을 가장 널리 표방하는 방식은 웹툰으로, ‘병맛 만화로도 불린다. 병맛 만화의 특징은 대충 그린 듯한 그림체, 비정상적인 이야기 구성 및 내용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전개되다가 절정 및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고, 병맛스러운 결말을 짓는다는 뜻이다.

병맛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게 된 이유를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증가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경기침체로 자기 비하에 빠진 청년층이 스스로를 병맛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획일화된 기성품만을 내놓는 교육 세도에 대한 반동 또는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취향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1980년대까지는 비범한 인물의 성공 스토리가 공감을 얻어냈다면, 2000년 이후는 패배의식을 지닌 청년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병맛 개념이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98-99)

그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초기에 만화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정되던 병맛 문화가 빠르게 주류 문화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을 대표하는 마지막 특징은 정직함이다. 사실 정직함은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로 특히 신세대를 지칭하는 표현 중 하나였다. “하지만 90년대생들에게 정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정직함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다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110)

90년대생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이유는 많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90년대생들이 정직함을 요구하는 대상은 특정 개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정직함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한다.

“90년대생들은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과감히 이슈를 제기한다. 이러한 이슈 제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화이트 불편러라고 부른다.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프로 불편러란 말도 등장했다.”(124)

 

90년대생들은 분명히 이전 세대와 다르다. 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기보다는 최소한 인간답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연봉, 복리후생, 지리적 위치, 사회적 위상 등 회사 선택의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무엇보다 일과 삶의 양립이 가능한가를 으뜸으로 둔다.”(157) 한마디로 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세대이다.

 

이 책은 끝으로 이렇게 묻는다.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저자는 청년이나 청년 세대에게 부여된 명칭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20세기 말부터 유행하는 청년 세대의 명칭은 거의 예외 없이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그 특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기성세대와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대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성세대는 현대 사회의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과 새로운 문화의 담당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살아본 적 없는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 속의 이주민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 없이는 국가도, 기업도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교회지도자들에게도 통찰을 주는 책이다.

 

월간 <목회와 신학>에 실린 필자의 리뷰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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