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하늘의 메시지

송광택 | 2014.04.29 01:01
어린 시절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필자는 아직도 마음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본 <맨발의 청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무렵 아버지의 실직으로 궁핍한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그 영화의 몇몇 장면이 만졌을 것이다.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학교 강당에서 많은 학생들과 함께 본 예수님의 생애에 관한 영화도 인상적이었다. 아마 그 제목이 <왕중왕>이었을 것이다. 그 후 영화관에서 본 영화 가운데 기억나는 것들은 <벤허>, <쿼바디스>, <사운드 오브 뮤직>과 여러 편의 서부극, 한 두 편의 프랑스 영화, 그리고 여러 편의 한국영화들이다. 생각해 보면 그 동안 본 영화는 알게 모르게 나의 생각과 삶에 어떤 형태로든 자취를 남겼을 것이다. 영화 안에 숨어 있는 문화 읽기 김성곤 교수(서울대 영어영문학과)는 그의 저서 <영화 속의 문화>에서, 영화가 문학작품과 더불어 문화 이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텍스트라고 말한다. 영화는 그 영화를 산출한 나라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잘 드러내주는 매체이다. 그는 영화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사회문서이자 문화 텍스트라고 말한다. 따라서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심층 심리적 기호나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읽어내는 작업은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켄 키지의 원작소설을 밀로스 퍼몬 감독이 영화화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을 이 세상의 축소판으로 본다. ‘뻐꾸기’는 은어로 정신병자를, 그리고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을 상징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든 조직과 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대자연의 원초적인 힘을 상실한 현대사회에 대한 예리한 문명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사회에 대해 그 어느 예술 매체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영화가 시각적이면서 청각적인 매체일 뿐 아니라 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을 집단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막강한 전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개인의 습관을 바꿀 뿐만 아니라 사회의 흐름을 주도했다. 영화 <아기 사슴 밤비>는 사슴 관련 소비를 반 이상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유 없는 반항>이 상연된 후 사고가 없던 조용한 마을에서도 타이어가 수백 개씩 절단 났다고 한다. 1984년 <아마데우스>의 개봉은 모차르트 음반에 엄청난 수요를 몰고 왔다. <영화, 그 의미에 길을 묻다>에서 문화비평가 추태화 교수는 말하기를 “영화는 인간이 이뤄 놓은 위대한 창조물이며, 인간이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실존의 거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 장르의 온갖 분야들은 인간의 내적 세계를 그대로 표상하고 있다. 영화는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감정의 응어리들을 건드리고, 그 감정 속에 난 미로에서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마법사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정향 감독의 작품 <집으로>는 고향에 대해 묻는다. 더 나아가 문명의 화해를 이야기하고, 뿐만 아니라 인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하나님의 불타는 심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이 영화는 아름답고도 신비한 알레고리다. 영화의 메시지를 묵상하라? 한편 <영화묵상>의 저자 켄 가이어는 영화를 무턱대고 흡수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는 분석하고 토론하고 정직하게 묵상한 후, 이제 우리들에게 그 이야기의 의미를 나누어주고 있다. 그는 영화에 대한 금욕적 삶을 거절하고 또한 영화에 중독된 삶도 거부한다. 이 책은 1부에서 영화의 역사와 그 영향력, 영화의 진실과 영화비평 등을 이야기한다. 그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많은 참신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영화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오리엔테이션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많다. 그는 영화의 근원적 뿌리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모든 예술의 뿌리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빠져 딴 세계로 휩쓸러 가고 싶은 욕망은 인류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할 만큼 보편적인 것이다."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찾으시고 만지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켄 가이어는 2부 ‘영화 묵상’에서 14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그의 묵상에서 얻은 통찰을 보여준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묵상하도록 돕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에누리 없는 사실적 묘사로 관객들을 6월의 그 운명의 날 오마하 해안을 습격했던 미군 병사들 옆에 데려다 놓는다. 관객은 젊은이들의 몸을 찢어놓는 연발탄 기관총 소리를 그들과 함께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전쟁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저자는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 주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적 전투의 현실도 본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 영화가 특별히 뛰어난 이유는 우리로 인생을 여태껏 보던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키팅 선생이 아이들에게 책상 위에 올라서서 새로운 눈으로 교실을 보게 하던 장면이 좋은 예이다.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삶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현대 영화의 렌즈를 통해서 본 전도서 풀러신학교의 <신학과 문화> 담당교수 로버트 존스톤은 영화를 통해 구약의 <전도서>를 새롭게 조명하는 독특한 책 <허무한 아름다움>을 썼다. 2000년 9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는 “영화의 지혜와 전도서”라는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150여 명의 사람들은 영화를 관람하고, 전도서 본문을 함께 읽고 들었으며, 함께 웃고 울면서 열정적이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 책에 대한 구상은 바로 이 학술대회에서 처음 발전되었다. 존스톤은 전도서의 지혜를 현대 영화 속으로 엮어 넣으며, 그 반대 방향의 작업도 한다. 이로써 성경의 가르침과 영화는 하나의 재치 있고 통찰력 있는 대화로 융합된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화를 비평하는 일이 어려운 분야라고 고백한다. 그에 의하면 점점 늘어나는 그리스도인 관람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신앙이 문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문화도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은 할리우드와 교회의 상호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존스톤에 따르면, 영화는 교회 안팎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와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저자는 <어바웃 슈미트>, <아메리칸 뷰티>, <매그놀리아> 같은 영화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새롭게 깨닫도록 도움을 주는 대화 상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설교를 하는 목사 <영화에서 주님을 만나다> 등 여러 권의 영화 관련 책을 쓴 하정완 목사는 7년째 영화설교를 하는 독특한 목사다. 하 목사가 ‘영화 설교’를 시작한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다양한 메시지 전달 방법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영화설교를 듣는 회중은 반드시 영화를 보고 와야 한다. 그는 영화설교를 통하여 교인들이 나름대로 문화를 읽고 복음으로 해석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바나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은 미국의 독자 가운데 5%가 종교적 신념을 바꿨다고 한다. 소설 못지 않게 영화는 더 파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영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 목사는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통하여 그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낮은 자존감을 화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로 큐티한다>에서 영화 10편을 복음적으로 재해석하여 이 시대의 영화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묵상하도록 돕는다. 그는 ‘잘 사용하면 약이 되는’ 영화 속에서 하나님이 뿌려놓으신 씨앗들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영화를 보고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글 / 송광택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54개(4/8페이지)
편집자 칼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4 [송광택 칼럼] 성경의 바다(구약편), 채천석·조미숙 , 솔로몬 송광택 2016.01.01 19:45
93 [송광택 칼럼] 믿음이란 무엇인가 송광택 2015.12.11 20:07
92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학원 선교 송광택 2015.06.27 12:35
91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돈 송광택 2015.06.27 12:33
90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설교의 영광 설교의 부끄러움 외 송광택 2015.06.27 12:30
89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어둠 속을 걷는 법 , 나이트: 살아남은 자의 기록 송광택 2015.06.27 12:28
88 [송광택 칼럼] 교회도서관은 수직선교와 평생학습의 장이다 asharp 2014.12.16 19:57
>> 모바일 [송광택 칼럼]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하늘의 메시지 송광택 2014.04.29 01:01
86 모바일 [송광택 칼럼] 타르코프시키의 순교일기 송광택 2014.04.29 00:57
85 모바일 [송광택 칼럼] CTS 라디오 JOY 북콘서트 책소개-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송광택 2014.04.29 00:54
84 모바일 [송광택 칼럼] 존 웨슬리의 일기 송광택 2014.04.29 00:49
83 모바일 [송광택 칼럼] 내게는 영원한 의가 있다(지평서원) 송광택 2014.04.29 00:45
82 [송광택 칼럼] 사랑과 용서-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 실록 소설 첨부파일 송광택 2013.07.01 22:09
81 [송광택 칼럼] 닉 부이치치의 플라잉-믿음의 날개로 날아오르라 첨부파일 송광택 2013.07.01 22:06
80 [송광택 칼럼] 내 몸 사용안내서 송광택 2013.04.05 23:38
79 [송광택 칼럼] 네가 주를 사랑하나(홍림) 송광택 2013.04.05 23:33
78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전도) 나는 준비된 전도자 , 포스트모던보이 교회로 돌아오 첨부파일 송광택 2013.02.28 16:48
77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용서) 용서와 화해, 용서: 잃어버린 기술 첨부파일 송광택 2013.02.21 23:23
76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아날로그)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느리게가기 첨부파일 송광택 2013.02.21 23:18
75 [송광택 칼럼] 테마독서 (기도) 기도를 가르쳐 드립니다(아바서원)/ 기도를 잃어버린 첨부파일 송광택 2013.02.17 20:4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