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테마독서/ 어둠 속을 걷는 법 , 나이트: 살아남은 자의 기록

송광택 | 2015.06.27 12:28
 

테마독서/ 어둠


 

어둠 속을 걷는 법,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지음, 포이에마

나이트: 살아남은 자의 기록 , 엘리 위젤 지음, 예담

 


책벌레들은 좋은 책을 만날 때 특별한 기쁨을 맛본다. 그 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모두 찾아 읽기도 한다. 이런 독자를 한 작가의 책을 다 읽는 ‘전작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설교와 함께 살아가라>, <세상의 모든 기도>를 통해 최고의 작가 바바라를 알게 되었다. 바바라는 <위대한 설교자 10인을 만나다>에 소개된 최고의 설교자이기도 하다. 현존하는 영어로 설교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설교를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1995년 베일러 대학이 뽑은 가장 유능한 설교자 12인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2010 미국 목회자들이 뽑은 최고의 설교자 10인에 선정되었다.

따라서 그녀가 쓴 책이라고 하니 기대감은 당연히 높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성을 충족시켜 주며, 책장마다 문학적 감수성과 편안함이 배어난다.

하지만 그녀의 글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지구 위에 사는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종교인이 쓴 책이라는 선입견을 없애 주고, 비종교인이 읽더라도 똑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어둠 속을 걷는 법>은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는 책이다. 내밀한 일기 형식으로 ‘어둠과 부재’라는 복잡한 개념을 탐색하면서 독자를 신비한 어둠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리고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인공조명’으로서의 빛의 세계의 실상도 고발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이사야서 45장 3절을 인용한다.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 네 이름을 부르는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을 네가 알게 하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어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그저 멀리하고 싶어 한다. 세상의 처세서들은 다양한 종류의 어둠을 피하는 방법들을 주제로 다룬다. 성도 대다수는 지금 당장 빛을 밝히는 데 정신을 쏟느라 어둠과 친구가 되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독교는 어둠을 좋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리스도인은 초창기부터 ‘어둠’이란 단어를 죄, 무지, 영적 무분별, 죽음 등과 동의어로 사용했다.

저자는 어둠의 존재를 아예 부인하거나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는 영성을 ‘전적 태양 영성’이라고 부른다. 믿음의 확실성, 만사를 하나님이 인도하심, 확실한 기도응답 등 신앙이 주는 유익을 강조하는 교회라면 대개 ‘전적 태양 교회’라고 보면 된다.

왜 사람들은 어둠을 무서운 것, 대적해야 할 것, 끝내야 할 것, 피해야 할 것으로만 생각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둠을 개별적으로 체험한다. 성경을 보면 많은 중요한 사건이 밤에 일어났다. 야곱은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을 했다. 이스라엘도 밤에 이집트를 탈출했다. 만나는 밤에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이 책은 느긋하게, 천천히 읽으며 음미해야 그 메시지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영적 어둠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책이다.

<나이트: 살아남은 자의 기록>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으로 가족을 잃은 엘리 위젤의 자전적 소설이다. 절대 악에 직면한 신앙심 깊은 유대인으로서 느낀 절망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나치의 악행을 보고도 침묵하는 신을 의심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는 소년의 고뇌를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그 울림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또한 지금도 어디선가 폭력과 억압, 인종차별주의가 자행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해준다. 현재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는 『나이트』를 교과 과정의 일부로 읽는다.

『나이트』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와 더불어 나치의 만행을 증언한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엘리 위젤은 끝없는 암흑과 절망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내려진 은총을 나누기 위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 일들을 기억해내고 기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음을 힘 있는 어조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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