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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문양호평신도 때부터 제자훈련과 평신도 신학,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와 책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편이었고 독서 취향도 잡식성이라 기독교 서적만이 아니라 소설, 사회, 정치, 미술, 영화, 대중문화(이전에 SBS드라마 [모래시계] 감상문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까지 책이라면 읽는 편이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씩 읽는 중독성을 가진 총신대학원을 졸업한 목사.

뚜벅이 목사 거리에서 길을 잃다

문양호 | 2017.12.19 16:32

극장에서 길을 잃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다. 가족들과 동대문운동장 근방에 있던 계림극장에서 길을 잃었다. 아버지가 당시 이발관을 하셨고 길 건너에 있던 극장이라 가끔씩 그곳을 갔던 적이 있었다. 재개봉관이라 가격이 비싸지 않은 편이었고 극장들은 팝콘이나 오징어, 음료수를 판매원이 객석 통로로 지나가며 팔기도 했었다. 화장실이 급한 사람은 영화 상영 도중에도 다녀오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영화 보던 중 화장실에 혼자서 가게 되었다. 화장실로 나가서 일을 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일을 보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는데 불이 꺼진 상영관은 내가 있던 위치가 어딘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지정좌석제가 아니었던지라 내가 있었던 자리번호도 기억하지 못했다. 순간 머리속이 멍해졌고 자리를 찾아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가족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몇 분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눈앞이 막막해지고 가슴이 주저앉는 짧은 공포의 시간으로 남아있었다. 사실 별일 아니었지만 어린 아이라 순간 놀랬었던 것 같다.

 

가끔씩 길을 잃어버린다. 마땅한 교회건물이나 성도가 없는 뚜벅이 목사로서 다니다보니 길을 잃곤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 정해진 성도가 아닌 이들을 만나다 보니 길도 잃고 방향성도 잃곤 한다.

 

이렇게 뚜벅이 목사로서 지낸지 벌써 몇 년째다. 감사하게도 지인이 제공한 장소를 사무실로 예배처로 사용하며 나름의 목회를 한 것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부교역자였지만 뼈를 묻고 싶었던 교회에서 11년의 사역 후 자의반 타의반 그곳을 떠나 안식년 겸 1년을 보내다가 하나님의 인도로 이렇게 걸어왔다. 내 교회 교인(?)보다는 남의 교인 다독거려 돌려보내고 교회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을 돌아보고, 이미 교회에 속해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해결 못한 개인적 아픔으로 고통하는 이들을 상담하는 일들만 했다. 그 속에서 교회울타리 안에 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물론 그들을 내게로 끌어당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부교역자로 보냈던 이전 교회에서도 난 뚜벅이였다. 교회사역 동안 사역을 위한 차가 없었기에 대부분을 BMW(bus, metro, walking)로 다녔다. 그러다 보면 시간적인 소비는 좀 많이 들지만 이동도중 책을 읽거나 차로는 경험을 할 수 없는 곳을 지나가거나 만남을 갖게 되곤 했다. 대중교통과 걷는 것은 자동차에 비해 열린 공간이기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도 성도들과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차로 다닐 수 없는 골목길이나 거리를 다니다가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게 된 경험도 있다.

 

이전 교회를 떠나 뚜벅이로 지내며 그런 일은 더더욱 많아졌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교제하고 양육과 상담을 지금도 이어가는 이도 있다, 약속이 있어 만나더라도 교회울타리 밖에서 만나기에 사람들은 목사인 나를 편하게 만나고 속을 털어놓곤 한다. 고민을 내어 놓지 않다가도 걸으며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며 한두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그들 속에 움켜놓은 것들을 쏟아내게 된다. 경영학상으로는 비효율적이고 가성비 떨어지는 목회일 수 있지만 사람 살리는 일에 효용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게다. 어차피 목회는 앞에서 가는 이들보다는 뒤에 쳐지는 이들을 보살펴 낙오되지 않게 하는 것 아닐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혜신은 사람공부란 책에서 자신의 상담실의 안락함을 떠나 현장으로 나아가게 된 이유를 피상담자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들의 삶을 살피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 저자는 저명한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서재에서 나오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피와 눈물이 흐르는 피상담자들의 넘어지고 짓밟힌 현장 속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이론들이 해체되고 재결하게 됨을 깨달았고, 자신의 평안함을 버리고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찾아가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안산에서 상주하며 그들을 돌보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목회자도 다르지 않다. 목회자는 책을 많이 보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설교와 상담, 양육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것을 위해 신학서적만이 아니라 일반 서적들도 당야하게 섭렵할 수 있는 이가 되어야 한다. 성도를 이해하고 세상을 읽어내기 위함이다. 나도 그것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학문이 딸려 고급진(?) 신학서적을 보는 데는 애초부터 어려움을 가진 사람이지만 평신도 때부터 나름 다양한 종교서적과 일반서적을 적잖이 읽었다. 후배들을 양육하고 상담하기 위해서도 일 년에 일이백 권 정도는 기본적으로 읽어 댔고 이래저래 뒤적였던 책까지 포함하면 그 양은 상당하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다. 이전부터 그런 일은 진작 있긴 하지만 올해는 더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다가 체한 듯 소화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앞서 언급한 정혜신의 회심마냥(?) 쓰이지 않는 이론, 지금 내 앞에 놓인 사람을 놓치는 최신 신학은 세련되어 학회나 신학계에서는 주목받을지 모르지만 정작 내 앞에서 아파하고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는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그 책을 뜯어내어 지금 떨고 있는 이를 위해 불이라도 지펴주고 보리차나 라면이라도 끓이는 데에 쓰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일일지 모른다.

 

사실 뚜벅이 생활은 힘들다. 밖은 춥고 누군가에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런 목회를 권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여기에 목회적 사명이 있다고도 말 못하겠다. 하지만 목회연구실에 갇혀만 있는 목회자는 성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심방이 사라진 시대, SNS로 상담하는 시대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현장을 보지 않는다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제대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책을 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되 삶과 유리된 책읽기와 연구는 감동은 줄지언정 통회와 삶의 변화는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는 길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처럼 순례자의 길을 통해 신앙을 재확인하고 코맥 맥카시의 로드선셋리미티드마냥 목적지를 보여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과 같이 길을 헤매며 그들에게 진정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힘쓰는 씨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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