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용을 죽여라

신성욱 | 2021.03.26 13:45

니체의 책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용에게는 수많은 비늘이 있으니,

그 각각에는 너는 할지니라고 적혀 있다.

너는 할지니라고 말하는 용을 죽여라.

그 용을 죽인 사자는 비로소 아이가 된다.”

 

대학 시절 이 문장을 처음 접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니체의 문장들은 시에 가깝다. 그래서 산문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읽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위의 문장에는 많은 비유와 상징이 숨어 있다. 이걸 알아야 저자의 의미를 간파할 수 있다.

여기서 용은 동양에서 말하는 용이 아니다. 동양에서 용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령한 동물이다.

 

반면 서양에서의 용은 사람을 잡아먹고 해를 끼치는 악마적인 존재로 이해되고 있다. 기사도 문학에 등장하는 용들 대부분이 그렇다.

높은 철탑 위에 공주가 갇혀 있고, 그 철탑 앞을 거대한 용이 지키고 있다. 입에서 불을 뿜어 사람을 태워 죽인다. 한 용감한 기사가 있어 공주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길을 가면서 도움을 주는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고 그들의 도움으로 용을 죽이고 공주를 구한다.

 

공주를 데리고 오자 왕은 공주와 결혼시키고 왕국을 물려준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이미 익숙하다. 이때 용은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니체는 그 용을 죽이라고 한다.

용에게는 비늘이 있는데, 그 비늘에는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것은 하면 안 된다’, ‘저게 옳은 생각이라고 믿어야 해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주변에서 수도 없이 많이 들어온 목소리다. 부모님을 통해, 선생님을 통해, 이웃들과 친구들과 책들을 통해서 들어온 우리 사회의 기존의 관념과 통념과 도덕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신앙의 세계 안에서 지금껏 쌓여온 잘못된 고정관념과 선입견과 교리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주장해온 가치관이나 관점이나 교리에 얽매여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질 못한 채 남이 주입시켜준 비뚤어진 관점과 사고에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불행한 인간이 또 있을까? 때문에 용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용을 죽이는 데는 용기가 따른다. 바로 사자의 용기말이다. 사자처럼 아니오!’라고 외치며 정면으로 도전하고 부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게 정말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자가 되질 못한다.

하지만 그가 만일 사자가 되어 용을 죽인다면 이제 그는 아이가 된다.

 

아이는 어떤 관념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운다. 아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꾸밈도 과장도 거짓도 없다.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니체가 쓴 문장 속에 다 들어 있다.

17:11절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베뢰아에 있는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여기서 너그러워서란 말이 무슨 뜻일까? 영어성경을 참조하면 이해가 쉽다. “And the people of Berea were more ‘open-minded’ than those in Thessalonica,”(Acts 17:11, New Living Bible)

“These were more ‘fair-minded’ than those in Thessalonica, in that they received the word with all readiness,”(Acts 17:11, New King James Version)

 

‘open-minded’ 또는 ‘fair-minded’, 우리말로 하면 열린 마음 자세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과 고정관념을 지우고 성경이 말하는 대로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에게 필요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외부로부터 주입된 교리나 사상이나 관념들이 아주 많다. 그들 중 잘못 들어온 것들은 다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기초해서말인가? 성경을 근거하고 기초해서 말이다. 성경이 아니라면 내가 가진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성경이 가는 만큼만 가면 된다. 성경대로만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은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절실한 마음이다.

그동안 내게 잘못 들어와 있는 모든 용을 사자의 용기로 단숨에 제거하자. 그리하여 베뢰아 성도들처럼 성경이 말씀하는 대로만 받아들이려는 아이와 같은 겸손한 신앙인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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