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신성욱 | 2023.01.04 23:51

이런 광고의 멘트가 기억날 거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이것은 명인제약의 이가탄을 선전하는 내용이다. 잇몸질환치료제인 이가탄을 먹으면 음식을 맘껏 즐기는데 지장이 없다는 광고이다.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내용도 좋고 운율도 좋고 사람들의 귀에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중독성이 있는 멘트이다. 이 광고를 들을 때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대할 때 저런 방식으로 누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천 교수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독서는 씹어 먹기. 책은 천천히, 느리게, 맛보며 씹어야 제맛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음미하는 책 읽기다.

양서도 이러하거늘 사람의 영혼을 살리고 살찌우게 하는 성경을 읽을 때에야 어떻겠나 생각해보라. 그냥 눈으로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소리 내어 읽으면 좋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읽고 있는 성경 본문에 대한 선지식과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읽기만 해서는 놓쳐버릴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성경 본문의 정확하고도 깊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선지식과 다른 내용이 없지는 않은지를 늘 염두에 둔 채 천천히 꼼꼼하고 깐깐하게 관찰하면서 음미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창세기 29장에 보면, 야곱이 라헬을 사랑해서 외삼촌 라반을 위해 7년을 섬긴 후 드디어 결혼을 했다. 첫날밤을 치른 후 날이 밝은 아침에 보니 라헬이 아닌 언니 레아가 자기와 결혼한 것을 알게 된다. 화가 난 야곱이 외삼촌에게 따지자 라반은 자기 지방에서는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시집 보내지 않는다며 7년간 자기를 위해서 더 일을 하면 라헬도 아내로 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

 

외삼촌에게 속아서 레아와 결혼한 야곱이 또 7년 동안 라반을 위해 일한 뒤에 라헬과 결혼했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랜 세월 그렇게 알아왔다. 하지만 어느 날 본문을 천천히 관찰하는 자세로 읽어보다가 그것이 성경 본문의 내용과 완전히 다른 잘못된 지식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충격적이었다. 29:28-30절의 본문 내용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알고 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사실이었다.

 

야곱이 그대로 하여 그 칠 일을 채우매 라반이 딸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라반이 또 그의 여종 빌하를 그의 딸 라헬에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여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더라.’”

성경은 야곱이 외삼촌에게 속아서 레아와 결혼한 후 7일간 잔치를 벌이고 나자마자 다시 라헬과 결혼한 후 7년 동안 라반을 섬겼다고 말씀한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선지식과 고정관념이 눈을 가려서 위의 본문을 읽으면서도 오류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한 가지 실례를 더 소개하면 천일 기도회의 근거 구절로 오용되어온 왕상 3:4절의 내용이다. “이에 왕이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산당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렸더니.” 여기에 일천 번제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것을 일천 번의 제사로 착각해서 한국교회에서 천일 기도회가 유행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천 일 동안 바친 제물을 뜻하지 않는다. ‘천 마리의 제물을 (하루 만에) 바친 번제’(a thousand burnt offerings)를 의미한다. 솔로몬 왕이 천 마리의 제물을 여호와께 바치려고 하지만 예루살렘에는 그렇게 많은 제물을 한꺼번에 바칠 만한 산당이 없었기에 큰 산당이 있는 기브온까지 원정 간 것이다.

 

기브온에서 솔로몬 왕은 천 마리의 제물을 여호와께 바친 후에 하룻밤을 묵은 뒤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사건이다(왕상 3:15a). 천 일 동안 매일 한 마리씩 바친 것이 아니라 하룻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일천 번제라는 우리말 번역에서 횟수’(times)로 착각한 것이다. ‘이 그런 의미가 되려면 를 띄워서 일천 번 제가 되어야 한다. ‘횟수를 의미하는 과는 상관 없이 번제’, ‘offerings’를 뜻한다. ‘제물말이다.

 

한 가지 실례를 더 소개해보자.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 무엇같이 오신다고 했나? 살전 5:2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알기 때문이라.” 도둑 같이오신다고 되어 있다.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자.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모양새를 도둑 같이 이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도 예수님 재림의 날이 도둑 같이 이르는 것일까?

 

살전 5:2절 말씀처럼 우리 모두에게 예수님은 도둑 같이 재림하실 것이라고 대부분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는다. 두 구절 뒤에 나오는 살전 5:4절을 참보해보자. “형제들아 너희는 어둠에 있지 아니하매 그날이 도둑 같이 너희에게 임하지 못하리니.’” 그리스도인들은 빛의 자녀이기 때문에 예수님 재림의 날이 도둑 같이 임하는 형국이 되지 못한다고 말씀하고 있음에 유의하라.

 

예수님 재림의 날은 신불신을 막론하고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도둑 같이 임하시는 예수님 재림의 날을 맞는 어둠의 자녀들인 불신자들과 빛의 자녀들인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예수님이 재림하시는 날 불신자들은 도둑 맞고 난 이후 사람들의 모양새처럼 황당하고 두려운 날이 될 것이다. 그날이 임할 줄 모른 채 복음을 거부하고 세상에 취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그날을 맞는 그리스도인들은 도둑 맞은 사람들처럼 되지 않고 인생 최대의 기쁨과 행복의 날이 될 것이다. 신랑되신 예수님의 재림을 학수고대하고 기다리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22:20b절의 내용처럼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는 반응만이 존재할 뿐이다.

살전 5:2절만 알고 있는 이들은 5:4절 말씀을 허투루 읽어내려가선 안 된다. 성경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놓친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는가를 눈여겨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2023년은 말씀에 푹 빠져 지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은 주의 깊게 관찰하지 못해서 놓쳐버린 성경 속 보석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많은 보물들이 성경 66이라는 밭 속에 감추어져 있다. 우리 모두 더 예리하고 주의 깊은 관찰력으로 세심하게 살피고 캐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누리는 말씀의 주인공으로 잘 사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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