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감사로 더 충만한 추수감사주일이 되게 하려면?

신성욱 | 2020.11.14 16:59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여러 목회자들로부터 어떤 본문과 내용으로 어떤 예화를 사용해서 설교할 것인지 문의가 온다. 그래서 어제는 설교 시에 활용할 만한 새로운 예화 하나를 페북에 올려 놓았다.

대화든 스피치든 설교든 일단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데 설득이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설교자들의 설교를 분석해보면 논리가 많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한국 성도들이야 어느 나라 성도들보다 성경과 그것을 전달하는 목회자들에게 권위를 많이 두는 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도들이 충분히 설득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추수감사주일이니까 감사하라!’는 얘기를 주로 할 수밖에 없다. 감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가 터져 나온 실례를 들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손양원 목사님의 9가지 감사얘기가 고전처럼 활용된다. 아마도 내일 주일에는 최근 둘째 아드님을 먼저 천국 보낸 이동원 목사님의 10가지 감사얘기가 많은 강단에서 사용될 것으로 짐작한다. 우리 담임 목사님도 내일 이 목사님의 감사를 예화로 사용할 예정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특별한 고난의 상황에서도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감사하는 분들의 예화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손양원 목사님이나 이동원 목사님의 감사 얘기는 특별히 예외적인 분들의 실례이다. 물론 그런 분들의 예화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큰 도전을 준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성도들에겐 쉽지 않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쉽게 말하면, 남에게 격려하고 설교할 때는 그분들처럼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감사하라고 전하지만, 막상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1988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한창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을 때 중요한 이슈가 사형 폐지론이었다고 한다.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라는 후보는 사형 폐지론을 주장했다. 사형제도는 없애야 된다며 전국을 누비면서 유세를 했다. 어느 날 CNN의 토크쇼에 그가 초대를 받았다. 그 쇼에는 유명한 버나드 쇼라는 앵커가 담당을 하고 있었다. 듀카키스를 앞에 놓고 이 버나드 쇼가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사형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 하신다죠?” “, 그렇습니다.” “참 훌륭한 일을 하십니다. 참 훌륭한 일을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하나 묻겠습니다. 선생님, 만약에 선생님의 아름다운 그 부인이 괴한에게 끌려가서 강간을 당한 후 살해당했다고 합시다. 나중에 그 범인이 잡혔을 때 선생님은 여전히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서 이 사람은 당황했다.

 

머뭇머뭇하고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수천 만 명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 그들이 받은 인상이 어떤 것이었겠는가? 자기와 상관이 없으니까 사형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지 진짜 자기 일이 되면 그런 소리를 할 사람 아니라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 토크쇼 때문에 그가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유명했던 L.A의 수정교회의 담임이었던 로버트 슐러 목사가 있었다.

 

그는 평소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늘 감사하라고 가르친 분으로 유명한 분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냥 무너져버렸다.

내가 아는 시카고의 한 목사님도 부흥회 강사로 가서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치다가 자신의 아들이 코브라에게 물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사람은 그만큼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온전한 정신으로 감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쉽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범사에 감사하십시오!”라고 설교하기는 쉽다. “견딜 수 없는 형편에서도 항상 기뻐하세요!”라고 얼마든지 설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경우를 만났을 땐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유학 가려고 준비하던 두 아들이 공산당 청년에게 총살당했다면 9가지나 되는 감사가 터져 나올 수 있었을까?

 

나 같으면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아들이 43세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다면 과연 10가지나 되는 많은 감사가 터져 나올 수 있을까?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어 가는 아내를 쳐다보는 남편이 과연 감사할 수 있을까? 오랜 지병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아무리 부르짖어도 고쳐주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병은 점점 더 깊어 가는 자신을 보면서 과연 그 입에서 감사가 나올 수 있을까?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설교가 합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설교는 이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교해야 하나? 그렇다고 설교하지 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감사하라고 도전하지 않을 순 없지 않은가?

사람은 진솔한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고집불통이라 할지라도 진실 앞에선 마음이 열리는 법이다.

 

따라서 감사가 쉽지 않다는 언급을 해줘야 한다. 특히 손양원 목사님이나 이동원 목사님과 같이 큰 난관에 빠졌을 땐 그들처럼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란 말이다. 그래야 청중들은 설교자들의 설교에 마음을 닫지 않는다. 과거 자신들이 경험했던 실패를 통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설교자가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해주면 마음이 쉽게 오픈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턴 설교자가 원래 하고자 했던 얘기를 해도 청중들은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예외적인 분들도 있으니, 참 성도라면 그런 분들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흉내 내고 따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이다.

어떻게 전달하면 청중들을 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에 더 신경을 써서 잘 전하면 좋겠다.

내일 추수감사주일은 어느 때보다 감사로 더 충만한 강단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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