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고경태조선대학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Ph. D), 그리고 동신대학교에서 한국어교육(M. A)을 공부했다. 한국성경연구원에서 성경과 신학을 연구하고 있고, ‘크리스찬타임스’로 복음 증진과 교회와 선교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학하기”란 제목으로 유투브 동영상 강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광주시(망월동) 무등산 아래 ‘주님의 교회’를 담임목회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사회가 책을 읽는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책벌레에게 가장 큰 문제

고경태 | 2017.07.16 02:20

책벌레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양식을 비축할 공간이 없는 것이다. 책벌레는 힘없고 가난한 형편에도 양식을 구비하려고 하는데, 정작 양식을 비축할 공간이 없다. 그리고 비축된 양식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책벌레는 고달프다.

 

책벌레는 책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남의 책에 낙서를 할 수도 없으니, 도서관의 책은 그림의 떡이다. 신간 안내 서적은 소개 팜플렛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한 권씩 쌓여진 양식을 관리하기 힘들다. 그 소중한 양식은 가치도 없고, 오직 책벌레에게만 가치가 있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양식을 비축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떤 신문 기사에 책을 인쇄할 때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책벌레에게는 포름알데히드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책을 알지 못하는 것이 무섭다. 그래도 책벌레는 포름알데히드가 있는 책을 비축할 공간을 요구한다. 생활 공간과 분리된 공간을 확보해서 양식 비축 창고를 소유하려고 한다.

 

왜 책벌레는 책을 좋아할까? 그것은 똥개에게 왜 똥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을 것이다. 책벌레이기 때문에 책을 좋아한다. 사람이 책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책을 양식으로 삼는 것은 쉽지 않다. 책벌레는 책이 양식이다. 책의 내용이 양식이 아니라, 책이 양식이다. 책벌레가 있다는 것은 그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디지털, 빅데이터, 스마트폰, 구글, Tom새끼 등으로 사회는 점점 빨라지는데 인간성은 무미건조해지고 있다. 산성화된 인간을 중화할 수 있는 알카리는 오직 책 밖에 없다. 책벌레의 책이 사회를 순화시킬 것이다.

 

대학 시절, 폼으로 타임지(TIMES)를 뒷주머니에 꼽고 다녔다. 지금도 폼으로 책을 갖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PDF, E-book 으로 패드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책을 짊어진 대학생들이 보고 싶다. 공무원 입시 준비용 두꺼운 책이 아니라, 두꺼운 철학책을 옆에 낀 대학생을 보고 싶다. 참고로 공무원 입시 준비용을 PDF로 공부하는 수험생은 없는 것 같다. 고물상에 나오는 책들은 대학입시용 서적, 공무원입용 서적들이 즐비하다. 철학, 역사 서적들은 유통이 쉽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책벌레는 오늘도 책을 찾아 중고서점으로 친구 집으로 헤매고 다닌다. 그리고 비좁은 공간에 양식을 쑤셔 넣는다. 아무리 쑤셔 넣어도 책벌레는 배가 고프다. 책벌레에게 책을 주고, 돼지에게 밥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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