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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말이 되는 하나님

김상일 | 2018.03.02 10:40
말이 되는 하나님 답이 되는 기독교/팀 켈러/윤종석/두란노/김상일 편집위원

말이 되는 하나님

이 책은 변증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팀 켈러의 두번째 저작입니다. 켈러는 이제껏 결혼, 기도,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 등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 주제에서부터 정의, 우상, 설교처럼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주제까지 아주 다양하게 다루어 왔습니다. 변증에 관해서 켈러가 처음 낸 책은 그의 Reason for God ( 켈러하나님을 말하다) 인데, 하나님을 말하다가 본격적인 변증학을 다루고, 기독교에 관해서 비신자들이나 신자들이 가진 질문들이나 논쟁 거리가 될 만한 주제들 (악과 고통의 문제, 과학과 신앙의 관계 등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번에 나온 답이 되는 기독교는  변증학 책이긴 하지만, 주로 세속주의의 허점을 지적하고, 기독교 신앙을 비롯해서 초월적인 신을 인정하는 믿음 체계가 왜, 어떻게 세속주의보다 좀 더 합리적인지를 보여주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책입니다. 말 그대로 왜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잘 설명하게 해주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직접적으로 세속주의를 정의하고, 총론이라는 차원에서 세속주의가 가진 논리적 허점을 지적합니다. 2부에서는 그러한 총론을 바탕으로 1. 삶의 의미, 2. 행복, 3. 자유, 4. 정체성, 5. 소망, 6. 도덕, 7. 정의 라는 순서로 각각의 이슈들을 다루면서 세속주의의 관점과 하나님이 있다고 믿는 관점을 비교 대조합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1부와 2부의 논의를 바탕으로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아주 가볍게 소개를 합니다. 켈러 스스로도 개론 (survey) 정도 수준에서 3부의 내용을 한정 짓는다고 말하는데요. 그 까닭은 이 책의 목적이 기독교 신앙을 자세하게 소개하는데 있기보다는, 세속주의가 가진 한계를 철저하게 지적하는 것을 좀 더 중요한 목적으로 하면서, 거기에 대한 대안으로 기독교 신앙을 “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짓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부에서 켈러가 주로 세속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방식은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세속주의가 너무 단순하고도 기계적으로, 즉 계몽주의와 현대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세속주의는 인간 이성을 과학적이고 환원주의적인 방식의 사고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제한해 놓고, 그러한 방식의 “이성적” 사고를 통해서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종교와 초월적 세계에 대한 인간 이성의 “합리적” 사고에 대해서 완전히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사고의 맹점은 과학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사고만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의 근본 전제를 과학적이고 환원주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세속주의가 주창하는 과학과 합리성의 기저부에도 여전히 “믿음”의 영역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더 심각한 문제는 세속주의가 그러한 “믿음”의 근거를 전혀 설명해내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이에 반해서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통해서 인간 이성의 모든 작용을 합리적 사고라는 틀 안에서 잘 설명해 냅니다. 이미 여기서부터 세속주의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2부에서는 앞서 밝힌 대로 중요한 공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세속주의의 관점과 하나님을 인정하는 관점을 비교 대조하면서 분석합니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만약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스스로가 의미의 창조자이자 주창자가 되어야 합니다. 켈러는 이렇게 의미를 창조하고 주창하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바깥에서 의미가 부여되는게 아니라면 그런 의미를 과연 목숨을 걸고 추구하는 것이 맞는지를 질문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그냥 최대한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할 수 있다. 무의미한 우주지만 어차피 존재하는 당신이니 움켜쥘 수 있을 만큼 움켜쥐어라… 음악의 의미심장한 선율을 순전히 환영으로만 알고 되새긴다면, 음악에서 아주 진지한 즐거움을 계속 얻기 어렵다. 당신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오직 음악을 좋아하도록 비이성적으로 조건화된 신경계 때문임을 안다면 말이다. 여전히 당신은 가장 저급한 의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아주 좋아져서 행여 당신을 불감의 관능에서 진정한 온기와 열정과 기쁨 쪽으로 밀어붙일라치면, 그 때부터 당신은 자신의 감정과 실제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주 사이에서 절망적인 부조화를 느낀다” (100). 켈러는 도덕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논증합니다.

“토론토 대학교 마리 루티(Mari Ruti) 교수는 이렇게 썼다. “내가 믿기로 가치란 신이 내린게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다…. 그럼에도 나는 성차별이 인종차별보다 조금이라도 더 옹호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성차별을 불의로 보지 않고 특정 문화의 ‘관습’으로 일축하려는 집요한 시도는 잘못이다.”

보다시피 처음에 그녀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세속적인 사람으로서 말한다. 모든 도덕 가치는 신에게서 기원한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그녀에게 반론이 들려온다. 그렇다면 성 평등도 문화적으로 구성된 서구의 관습에 불과하므로, 이를 촉구하는 그녀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다. 그러자 그녀는 아니라고 극구 반박한다. 성 평등은 어느 문화에서나 존중 받아야 할 보편 도덕 규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모든 도덕이 사람마다 다르거나 사회적 구성물이라면, 어떻게 어느 한 옳고 그름의 진술이 만인에게 참일 수 있는가? 루티의 말은 사실상 이런 것이다. “당신의 도덕 가치는 사회적 구성물일 뿐이지만 내 도덕 가치는 그렇지 않으므로 만인에게 참이다.” 이처럼 스스로 정당화하는 자기 모순의 태도가 오늘날 세속적 문화에 만연해 있다. (257)

켈러는 계속해서 행복과 정체성, 자유의 문제에 대해서도 세속주의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하나님을 (혹은 신을) 인정하는 관점이 좀 더 합리적임을 책 전체를 통해서 설파해 나갑니다. 행복의 문제에 있어서는 세속주의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의 만족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세속주의 외에는 어떤 종교나 철학도 행복을 그런 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경우, 인간의 사랑의 질서가 어긋난 것이 (즉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이 인간이 찾는 모든 것들을 줄 것처럼 사랑하는 것이) 인간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의미의 부여자이신 하나님을 최고로 사랑하게 되면, 다른 피조물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정체성의 경우, 세속주의의 정체성 이론은 나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서 타자를 가정하고, 그 타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켈러는 기독교의 정체성 이해에는 타자에 대한 배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정체성의 근거가 하나님의 사랑에 있기 때문입니다. 타자를 배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제 당하신 하나님을 정체성의 근거로 두는 사람에게는, 그의 믿음이 정말 올바른 것이라면 타자를 배제할 여지가 전혀 없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으로 기독교를 믿는다고 하는 이들이 타자를 배제한 적이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켈러는 단지 복음 자체의 메세지에는 배제와 우월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런 복음을 따른다고 한다면, 배제와 우월의 요소가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속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이미 수많은 사회학자들에게 비판 받은 바 있습니다. 자유란 항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인데, 세속주의는 그 무언가가 과연 어떤 것인지, 즉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할만한 공동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캐나다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이런 공동선 개념의 부재를 두고 심각한 모호성(extraordinary inarticulacy)라고 말합니다. 이 빈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마음대로 살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런 식의 삶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며,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진단입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기독교가 가진 관점이 우리의 삶을 세속주의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잘 설명해 낸다는 것을 보시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무겁지 않게 제시하고 마칩니다. 3부의 내용은 예수의 생애와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그리고 동시에 성경의 내용에 대한) 역사적 검증이며, 더 나아가서는 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세속주의 관점을 따르는 것보다 합리적인지에 대한 설파입니다. 3부의 경우 사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런 내용에 익숙하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도 될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의의를 두가지로 분석하고, 잠재적 약점 한가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의 의의는 일단은 한 개인의 신앙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겠고, 두번째로는 공적 신앙의 변호라는 측면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잠재적 약점은 세속주의 비판에 집중하다보니 타 종교들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가지씩 차근 차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켈러는 비록 목회자로서 이 책의 내용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켈러가 다루는 주제들은 궁극적으로는 각 개인의 신앙이 성장해 나가면서 (꼭 켈러 정도의 지적 성숙함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씩은 생각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특히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라는 베드로전서 3:15 말씀에 비추어 보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신앙의 성장은 항상 전인적인 성장을 불러오기 때문에 신앙은 우리의 삶의 지혜를 자라게 할 뿐 아니라, 우리를 감정적으로도 성숙하게 만들며,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넘어서서 다른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와 주제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속주의에 대한 고민, 그리고 현대인들이 화두로 삼고 있는 자유, 행복, 정체성, 도덕, 삶의 의미와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 신앙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작업입니다.

두번째로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공적 신앙의 변호라는 측면입니다. 다수의 현대 교회는 (특별히 한국 교회는) 공적인 장에서 신앙이 없는 사람들과 대화할 능력을 점점 더 잃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일차적으로 기독교인들이 가진 근거없는 우월감이 있고, 또 한 편으로는 그 우월감에 걸맞지 않는 도덕적 해이와 타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제 더 이상 교회를 공신력 있는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교회는 점점 더 스스로 세상 속에서 왕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이런 왕따 현상을 두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당연히 겪어야 할 고난으로 미화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은혜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신분을 자처하면서 세상과의 대화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신앙이 아닙니다. 팀 켈러는 바로 그런 면에서 어떻게 기독교 신앙이 세상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신앙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의 서두에서 켈러가 소개하듯이, 이 책이 단지 교회 안에서 신앙인들끼리 우리가 믿는 신앙이 세상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자위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 격주마다 실제로 비신앙인들을 초대하여 그들과 대화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의미심장합니다. 공적인 신앙은 이제 교회가 점점 더 공적인 장에서 그 자리를 잃게 되면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단지 신앙인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그 필요성을 공감할 만한 중요한 주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적 신앙 변호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켈러의 분석과 논증이 자칫 잘못 하면 편견에 사로잡힌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타 종교의 관점이나 서구 문명이 아닌 타 문명의 관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분석을 하지 않은 점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켈러 자신 또한 이 책의 3부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그런 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러는 애초에 목적한 바대로 세속주의를 분석하고 그 허점을 드러내는 작업에 관한 한 아주 충실하고도 논리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공적 신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신앙이 가진 논리를 깊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신앙의 합리성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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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역사적으로 적실한 내용을 탁월하게 담고 있는 책, 그래서 굉장히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의미 있고 도전을 주는 책. 메이첸의 <기독교와 자유주의>가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웨인 그루뎀은 추천사에서 “나는 모든 신학 입문 강의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자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사역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 자유주의 신학과 논쟁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전제를 구축한 책이 바로 <기독교와 자유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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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만나면 영원한 행복이 시작됩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영원한 행복이 시작됩니다
만화,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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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교회’로 알려진 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조현삼은 처음 교회를 개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 전도에 열정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전도지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라는 전도 책자였다. 믿음이 없는 대상자를 염두에 두고, 읽기만 해도 복음이 선포되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성경을 기반으로 한, 예수님 중심적인 전도지를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했다. 그 책이 만화로 나온 것이 바로 <만화: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이다(생명의말씀사, 2023). 기본적인 내용(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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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그루뎀은 <조직신학>, <기독교 윤리학>을 통하여 복음주의적 교리와 실천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가르쳐온 실력 있는 학자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ESV 성경 번역 감독과 ESV 스터디 바이블 총괄 편집을 하기도 했다. 2010년 그루뎀이 이 책 <Politics - According to the Bible>을 냈을 때, 정말 탁월한 저자라고 생각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 현안에 관하여 그루뎀 만큼 조직적으로 풀어낼 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고, 또 <복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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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안으면 불안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 하나님을 안으면 불안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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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손/신하영/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


제목이 독특하다. <당신은 불안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원제는 “Hope in an Anxious World”으로, 직역하면 ‘불안한 세상 가운데 소망’ 정도가 될 것이다. 무난한 책 제목을 독특한 제목으로 바꾼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헬렌 손(한국 발음 ‘손’이 아니라 ‘Thorne, ‘톤’에 가까운 ‘쏜’)이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모두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가운데 우리가 불안을 안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을 통해 말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저자는 불안을 감쪽...
우동 한 그릇이 주는 감동 우동 한 그릇이 주는 감동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최영혁/청조사/고경태 편집위원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1989년)이라는 책이 있다. 1989년 2월 일본 국회 예산 심의위원회에서 공명당의 오쿠보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질문이 아닌 이 소설책을 읽어서 화제였다. 의원들은 오쿠보 의원의 행위에 대해 비난을 한 것이 아니라 함께 울었다고 한다. 예산 심의에서 <우동 한 그릇>를 낭독한 의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함께한 의원들이 울면서 들었다는 것도 그렇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40여년 전에 창조사에서 번역해서 출판하고 있다. <...
'너'의 고통에 반응하는 영성 '너'의 고통에 반응하는 영성
영성 없는 진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함
김상봉/온뜰/모중현 편집위원


누군가를 이겨야만 끝나는 전쟁과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의 진실 여부'보다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시비가 결정됩니다. 사용하는 언어는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는 시대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숨이 막혀 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대화의 가능성조차 없습니다. 서로는 상대방을 향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비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해괴망측한 사람을 지지하지?'​민주주...
우리에게 '희망'은 존재하는가? 우리에게 '희망'은 존재하는가?
희망의 신학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이신건/대한기독교서회/모중현 편집위원


세상이나 현실을 바라볼 때 좌절하게 됩니다. 언제 세상이 옳은 방향,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지에 대한 기대까지 사라지게 만듭니다. 여전히 세상은 잔혹하고, 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는 크게 부각시키며,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합니다.​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회는 새로운 계급이 형성됩니다. 사회적 제도로 인한 계층 구조는 아니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의 위치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가진 자는 현대 사회에서 더 많은 힘을 얻고, 그 힘을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없는...
칠십인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 칠십인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
칠십인역 입문
윌리엄 A. 로스(William A. Ross), 그레고리 R. 래니어(Gregory R. Lanier/이민희/북오븐/모중현 편집위원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에게 칠십인역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칠십인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천차만별입니다. 70명의 번역자가 아닌 72명의 유대 학자들이 번역했다는 정도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지적 만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실제로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된 것은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칠십인역에 대한 우리의 정보는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의 설명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의 요청으로, 72명의 번역가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파견되어 프톨레마이오스 궁궐에서 72일만에 과업을...
참 존재와 대면하는 시간 참 존재와 대면하는 시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강주헌/포이에마/모중현 편집위원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참 존재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상황에 휩쓸려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각자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이러한 삶은 타인과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괜찮은 듯합니다. 문제는 진짜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역할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능수능란하지만, 참 존재에 대한 인식은 흐릿해집니다.스위스의 ...
당신은 하나님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당신은 하나님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당신은 불안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헬렌 손/신하영/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


제목이 독특하다. <당신은 불안을 안고 잘 지내는 사람>. 원제는 “Hope in an Anxious World”으로, 직역하면 ‘불안한 세상 가운데 소망’ 정도가 될 것이다. 무난한 책 제목을 독특한 제목으로 바꾼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헬렌 손(한국 발음 ‘손’이 아니라 ‘Thorne, ‘톤’에 가까운 ‘쏜’)이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모두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가운데 우리가 불안을 안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을 통해 말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저자는 불안을 감쪽...
믿음이 주는 선물, 자유 그리고 순종 믿음이 주는 선물, 자유 그리고 순종
그리스도인의 자유
마르틴 루터/조계광/개혁된실천사/조정의 편집인


칼 트루먼은 마르틴 루터가 쓴 <교회의 바벨론 유수>, <독일 귀족에게 고함>,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종합하면 “종교개혁의 완벽한 선언문이 완성된다”라고 말했다(10p). 각각의 책은 세례와 성찬이 어떻게 말씀과 연관되어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어떻게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지, 기독교 윤리가 어떻게 바르게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다룬다. 트루먼은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루터의 “신학 체계 안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11p). 루터가 선행을 어떤 관점으...
열왕기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만나기 열왕기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만나기
열왕기, 그리스도 중심 성경읽기
레이몬드 딜라드/박성호/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


레이몬드 딜라드는 WBC 성경 주석 시리즈 중 <역대하>를 집필한 성경학자이고(솔로몬, 2005), 이번에 좋은씨앗에서 출간된 <열왕기, 그리스도 중심 성경 읽기>와 함께 단 두 권의 책이 국내 보급되었다. 출판사는 딜라드에 관하여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데 정평이 난 학자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는데, 그의 책을 추천한 사람 중에서 싱클레어 퍼거슨과 D. A. 카슨, 모세스 실바 등 건전하고 성경적인 교리를 가르치는 데 헌신하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이 있어서, 다소 생소한 딜라드 역시 신뢰할...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은 영원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은 영원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다
시간 관리도 영성이다: 목적과 의미가 충만한 시간을 사는 예수의 원칙
조던 레이너/정성묵/두란노/조정의 편집인


솔직히 시간 관리에 관한 신앙 서적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케빈 드영의 <미친 듯이 바쁜>(부흥과개혁사, 2013)이다. 생산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삶을 오히려 규모 없게, 목적을 상실한 채 살지 않도록 경고하고,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충성스럽게 살라고(왜 바쁜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항상 기억하라고) 권면하는 좋은 책이었다. 2019년에는 팀 챌리스가 쓴 <Do More Better: A Practical Guide to Productivity>를 번역해서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실천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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