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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교회와 국가, 이제 제 자리에서 소명을 다하길 바라며

R. C. 스프로울(1939-2017)은 “결정적 질문” 시리즈를(Crucial Questions Series) 통하여 47가지 질문에 답한다. 짧은 소책자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나는 구원을 잃을 수 있는가?’, ‘고통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분노는 언제나 죄가 되는가?’ 등 다채로운 질문에 성경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아마존에서 킨들 버전으로 이 시리즈의 많은 책들이 무료로 제공되는데, 생명의말씀사에서 “리딕스 북스”라는 시리즈 제목으로 4권 정도 번역된 적이 있다(“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 2012). 이번에 출간된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What is the Relationship between Church and State?”)는 2019년 리고니어 미니스트리에서 출간되었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성경적으로 규정하는 간략하면서도 분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스프로울은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성경의 무오성을 비롯한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를 변증하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다. 리포메이션 바이블 칼리지 초대 총장이자 리고니어 미니스트리 대표로서 기독교 진리를 널리 전파하는 일에 전념한 탁월한 교사이자 저자, 강연가였다. 셰퍼드 콘퍼런스에서 존 맥아더 목사와 패널 토의를 하던 스프로울을 지켜보면서 그가 참으로 성경의 하나님과 하나님의 살아있는 진리에 경외심을 느끼며 압도되어 청중에게 전달한다는 인상을 깊이 받았다.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는 그래서 단순히 저자 개인의 의견이나 분별을 담아낸 책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와 국가에 관하여 무엇을 가르치는지 그 핵심적인 답을 정리한 책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 진술서에 서명하면서 많이 고민했다고 밝힌 스프로울은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적, 국가적 사안에 관하여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가 반드시 취해야 하는 자세와 순종해야 하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밝힌다.
오늘날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양극단으로 치우친 것처럼 보인다. 자칭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국가의 정치적 운동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고, 교단의 성경적 분별에 따라 징계를 내린 학생을 국가가 다시 받아줄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한편, 정부의 정책이 명백히 성경에 반하는 것임에도 교회는 아무 소리 말고 복음만 전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따르는 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스프로울은 먼저 모든 권력이 하나님께로부터 났다는 사실을 로마서 13장을 통하여 입증한다.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했을 때, 권력자가 정말 악하고 부패하기로 유명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말씀이다. 하지만, 동시에 스프로울은 하나님께서 모든 권세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것은 사실이지만, 권세가 행하는 모든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뜻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심지어 하나님의 나라 이스라엘 왕 중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일을 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만 행할 권세는 메시아뿐이다.
저자는 또한 시민으로서 성경이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존중과 순종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하는 모든 것을 지지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권세를 세우셨다면, 권세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게 하거나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것을 금지할 때, 최상위 권세자이신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하여 그분의 사역자인 국가에 불복종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와 교회가 결탁한 경우 결과가 늘 좋지 않았다. 중세시대와 종교개혁 시대 모두 교회는 교회의 기준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고, 국가는 특정 종교를 편애하며 시민 모두를 공평하게 다스릴 수 없었다. 그러므로 국가는 하나님이 세우신 목적에 따라 선을 권장하고 악을 공권력으로 억제하는 기능을 해야 하고, 교회는 하나님이 밝히신 선과 악이 무엇인지 국가에 분명하게 가르쳐줄 수 있다. 만일 교회가 국가에 대항하여 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불복종의 방식이 아니라 국가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것을 정당하게 요구하는 선에서 해야 한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면서 “여호와여 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 주는 높으사 만물의 머리이심이니이다”라는 고백을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대상 29:11). 교회는 하늘나라 시민이면서도 이 땅의 시민이다. 이중국적을 가진 존재이지만, 두 나라 모두 다스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교회는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만, 그 국민에 대한 주권은 하나님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국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져야 한다. 짧지만 핵심적인 답으로 우리에게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가르쳐주는 스프로울의 이 책을 통해 양극단으로 치우친 교회의 입장이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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