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독교 세계와 세속주의 이후의 공공신학

일레인 그레이엄의 『종교성과 세속주의 사이』는 변화하는 종교적 지형을 분석하고, 후기 세속 사회에서 공공신학의 역할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서구 사회가 세속적에서 탈세속적 상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검토하며,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앙에 기반한 참여가 부활하는 탈세속의 윤곽을 추적한다. 이 책은 공공신학이 후기 세속 세계에서 설득력을 갖기 위해 신학적·전략적 우선순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독교 변증의 한 형태로서 공공신학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공공신학의 개념과 배경
이 책의 핵심 주제인 공공신학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와 사회의 일반적인 관심에 대하여 참여와 대화를 추구하는 신학으로, 공적인 삶 속에서 교회의 위치와 사회적 형식, 그리고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공공신학자 맥스 스택하우스(Max L. Stackhouse)에 따르면, 이 용어는 교회사학자 마틴 마티(Martin Marty)가 라인홀드 니버를 분석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공공신학은 단순한 정치신학이나 고백 신학과는 구별되며, 국가나 정치보다 일반대중과 시민사회를 더 우선시한다. 또한 공공신학은 성서적 통찰, 철학적 분석, 역사적 인식, 사회 구성체간의 대화를 모두 포괄하는 접근법이다. 즉, 공공신학은 안으로는 교인들이 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설득하는 교회를 위한 신학이자, 동시에 밖으로는 사회와 대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세상을 위한 신학이기도 하다.
책의 주요 내용 분석
1부: 후기 세속 사회의 종교적 지형 변화
책의 첫 번째 부분에서 그레이엄은 현대 서구 사회의 종교적 지형 변화를 분석한다. 흐름의 변화: 어떻게 종교는 ‘공적인 것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1장과 불안한 변경: 후기세속의 지도 그리기라는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전 지구적으로 종교가 공적 영역에 재등장하고 있으며, 세속화 이론으로는 오늘날의 종교 지형을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 미국, 한국 공히 세속화와 탈세속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제도권 교회의 쇠퇴와 대비되는 비종교인의 증가 현상은 시민사회의 종교성이 결코 약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저자는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호세 카사노바(José Casanova), 유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등의 연구를 인용하며, 이른바 후기 세속사회의 종교담론이 근대 세계의 도덕적, 윤리적 자원으로서 종교의 기원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종교와 공적 영역을 분리하거나 최소한 구분하는 서구 자유주의 정치 이론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세속화 이론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1세기 초에 부상하고 있으며 공적 상상력을 지배하는 종교적 신앙은 이전의 신앙과 많은 점에서 매우 다르다. 이는 종교적 부흥이라기보다는, 더 파편화되고 더 지구적이며 더 이종적인 공적 논쟁 안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탐색에 더 가깝다”라고 설명한다.
2부: 후기세속적 공공신학의 도전과 과제
두 번째 부분에서는 후기 세속 사회에서 공공신학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를 다룬다. 번역 중에 잃어버린 의미?: 공공신학의 딜레마, 공적으로 말하기: 세속적 이성과 교회의 목소리, 십자군과 문화 전쟁: 복음주의 정체성과 정치의 위험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그레이엄은 공공신학이 신학적 언어를 일반적인 공적 담론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분석한다. 특히 공공신학을 변증으로 이해하는 태도는 대체로 개혁주의 공공신학자 맥스 스택하우스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공공신학의 과제는 종교의 재부상이라는 바위와 기관의 쇠퇴와 세속주의라는 딱딱한 공간 사이에서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교회가 후기 세속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다양한 세계관과 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3부: 기독교 변증으로서의 공공신학
마지막 부분에서는 공공신학을 기독교 변증의 한 형태로 재해석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유대인, 이교도, 회의론자, 황제와 현전의 변증: 기독교 세계와 세속주의 이후의 공공신학이라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레이엄은 공공신학이 탈세속의 세계에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 신학적·전략적 우선순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교회의 교리와 실천을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증언이라는 일상어로 번역하는 공공신학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특히 그레이엄은 현전의 변증이라는 개념을 통해, 단순히 지적인 논증을 넘어서 기독교 신앙의 실천적 현존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는 후기 세속 시대에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레이엄의 저작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첫째, 이 책은 세속화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 후기세속 사회의 종교적 지형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한다.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의 종교적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저자는 공공신학의 다양한 모델과 접근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특히 이중 언어의 개념을 통해, 종교의 언어와 세속의 언어,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실천하는 공공신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셋째, 그레이엄의 현전의 변증 개념은 후기 세속 시대에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교리적 주장이나 정치적 행동주의를 넘어서, 기독교 신앙의 실천적 현존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결론: 변화하는 시대의 공공신학
일레인 그레이엄의 『종교성과 세속주의 사이』는 후기세속 시대의 공공신학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탁월한 저작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세속화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종교적 지형 속에서 공공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레이엄은 공공신학의 과제가 종교의 재부상이라는 바위와 기관의 쇠퇴와 세속주의라는 딱딱한 공간 사이에서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정확하게 포착한 표현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현전의 변증으로서의 공공신학은 후기 세속 시대에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교리적 주장이나 정치적 행동주의를 넘어서, 기독교 신앙의 실천적 현존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와 타인을 어떻게 인식하며 느끼느냐”는 질문을 중심으로, 사회 속의 교회, 교회 속의 사회'로 존재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계의 리듬과 신의 리듬을 동시에 살며 하모니를 이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그레이엄의 책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공공신학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신학자, 목회자,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의 역할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