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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C. S. 루이스의 글쓰기 조언

C. 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와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으로 잘 알려진 최고의 기독교 작가 중 하나다.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오랜 시간 가르치며, 탁월한 문학적 실력으로 20세기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많은 지성인들과 대중의 마음에 깊이 있게 기독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루이스가 가진 신학이 성경에 충실했는지 여러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평생 술과 담배를 즐겼다는 점도 경건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에게 합당한지 의문을 남긴다. 하지만, 무신론자에서 참된 회심을 경험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순전한 기독교>에서 그가 설명한 기독교를 통하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두란노에서 출간한 <C. S. 루이스의 글쓰기에 관하여>는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원서 제목은 “On Writing and Writers”인데, 이 책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저자들’에 관하여도 이야기한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첫째로 흥미로웠던 점은, 루이스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독자에게 답장했다는 것이다. 하루에 무려 35통의 편지를 쓰기도 하고, 어떤 날엔 편지에 답장하는 데 열네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7p). 우리는 이 책에서 그가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한 편지의 몇몇 문장들을 발견하는데, 능숙하고 실력 있는 문학 교수에게 글쓰기 비법을, 그것도 개인적으로 친절하게 얻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루이스는 또한 장르별(소설, 시, 어린이를 위한 동화, 공상과학소설, 기독교적 글) 글쓰기에 관해 조언을 하고, 다른 작가가 쓴 여러 작품에 관하여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부록으로는 루이스가 언급한 여러 작가에 관한 짤막한 소개가 실렸다.
“글을 쓸 때 네가 묘사하는 대상에 대해 독자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을 그냥 형용사로 말해 버리지 마라. 무언가가 ‘끔찍하다’라고 단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끔찍함을 느끼게끔 그걸 묘사하렴”(15p). 어떤 독자에게 조언한 이 내용이 여러 번 나오는데,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을 쓴 그가 좋은 본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마귀가 어떻게 신자를 유혹하고 괴롭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여 독자가 직접 느끼게 한다. 루이스는 또한 좋은 작가가 되려면 “라디오를 꺼라”라고 조언했다. 오늘날로 하면 ‘스마트폰을 꺼라’라고 했을 것이다. “눈으로 쓰지 말고 늘 귀로 써라”라고도 조언했다. 듣기 좋은 글이 될 때까지 계속 수정하라는 것이다. “네 진짜 관심사에 대해서만 쓰고 그 밖의 것은 쓰지 마라”라고도 권했다. 글을 써야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문체를 개발하”려면 “(1) 본인이 하려는 말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2) 만전을 기하여 정확히 그것만 말해야 합니다”라고 답변했다(25p). 명료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연습, 연습, 또 연습이 필요해”라고 권면하며 꾸준히 노력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C. S. 루이스는 목사나 신학자가 아니라 작가다. 그는 기독교적인 글쓰기의 조언에서 기독교적 요소를 확실히 넣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권한다(132p). 이것은 목사나 신학자가 할 수 있는 조언이 아니다. 목사 또는 신학자는 최대한 기독교적 요소를 확실히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르다. 작가는 문학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기독교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예술가다. 그래서 루이스의 작품은 정확한 교리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한 기독교” 교리를 상상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직접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루이스의 문학 작품을 통하여 기독교 교리를 새로운 시각과 깊이로 맛볼 수 있지만, 그의 저작들을 통하여 성경적인 신학을 정립하려는 시도는 주의해야 한다.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관한 루이스의 입장은 분명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 소설을 극찬한 루이스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시도’라고 이 장르를 비판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기독교 서적은 동화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천로역정> 정도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랑하는 판타지 소설이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상상력 또한 은혜로운 선물이다. 사람이 초현실을 기대하는 이유는 현실 너머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성경이 묘사하는 현실 또한 성령과 마귀의 영적 전쟁이고, 성경이 약속한 미래도 계시록에 기록된 환상으로 주어지지 않았는가? 우리는 영감받은 환상,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만든 상상력의 저작물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C. S. 루이스가 글쓰기와 저자에 관하여 뭐라고 말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평생 글쓰기를 한다”라는 이 책의 부제에 공감하는 모든 독자에게 <C. S. 루이스의 글쓰기에 관하여>는 유익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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