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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맥그래스가 들려주는 제임스 패커의 삶과 사상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들려주는 제임스 패커의 삶과 사상/알리스터 맥그래스/윤종석/CUP/조정의 편집인옥스퍼드 대학교의 과학과 종교학 교수로 기독교 변증 및 역사, 신학 분야의 방대한 문헌을 집대성한 굵직한 책들을 집필한 저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신학이란 무엇인가>(복있는사람, 2020),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생명의말씀사, 2017), <기독교의 역사>(포이에마, 2016), <기독교 변증>(국게제자훈련원, 2014)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졌다. 하지만, 필자는 맥그래스의 분별력에 아쉬움을 느낀다. 전통주의나 문자주의를 맹신할 것을 지지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전통과 문자적인 성경 해석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에 합당한 분별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오직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을 얻는다고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스도 외에 마리아의 중보나 성인에게 기도하는 것으로 은총을 얻으려 하는 종교는 잘못된 것이라고 확실히 밝혀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맥그래스는 기독교의 범주를 굉장히 넓게 잡으려는 것 같다. 물론 불필요한 논쟁으로 분열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 사이에 건전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교회는 언제나 성경으로 개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CUP에서 출간한 <제임스 패커: 성경과 신학을 삶과 연결한 복음주의 신학의 거장>은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큰 기쁨과 유익을 얻게 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틴 로이드 존스에 비하면 맥그래스의 분별에 가까웠던, 그리나 맥그래스 본인에 비하면 로이드 존스에 가까웠던 패커의 삶과 사상을 맥그래스가 매우 흥미롭게 그리고 정확하게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었던 맥그래스의 책들 가운데 가장 복음적인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전기를 전개해 나가는 맥그래스의 문체가 아주 매력적이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는 패커의 대략적인 삶을 다루면서, 중간중간 패커가 그런 삶의 선택을 내린 사상적 특징을 적절히 다룬다. 가령 맥그래스는 패커의 출생과 어린 시절 사고, 자라난 환경을 짧게 다루고, 그가 기독교 고서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옥스퍼드와 버밍엄에서 사역을 준비했던 시절과 청교도 유산, 특별히 존 오웬의 ‘죄 죽이기’를 통해 어떻게 실제적인 도움을 얻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신학 교육자로서 브리스톨과 텐데일 홀에서 섬겼던 기간을 다룬다. 그리고 맥그래스는 이어서 패커가 가지고 있던 신념, 성경의 권위와 해석과 번역에 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한 장을 할애하여 분명하게 밝힌다.
필자가 읽은 패커의 첫 번째 책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맥그래스가 설명한 것처럼, 패커의 깊은 지성을 도구로 하나님을 더 친밀하고 깊게 알아가도록 돕는 책이었는데, 단순히 지식적인 책이 아니라 삶과 밀접하게 연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패커는 자신의 책을 통하여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쌓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칼빈이 기독교강요에서 밝힌 중대한 관점,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통하여 나를 아는 지식을 얻는 원리를 그의 책에서 경험하도록 도와주었다. 맥그래스는 특별히 10장에서 패커의 이 기념비적인 책을 진지하게 다루고 평가한다. 책의 마지막엔 패커의 캐나다 이주와 마지막 벤쿠버 리전트 칼리지에서의 사역을 다루는데, 여기서 패커가 취했던 보수주의 관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가톨릭과의 연합을 꾀하였다는 비판에 관하여 패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패커가 시도했던 기독교 연합의 본질과 한계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견해는 각각 다를 수 있다. 이안 머리의 <분열된 복음주의>(부흥과개혁사, 2009)는 균형잡힌 시각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릴 때 크게 다친 패커가 운동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가 교리와 삶의 부조화를 고통스럽게 경험할 때, 청교도 사상의 도움을 받아 성경에 헌신하는 보수주의 신학자로 자라나게 된 것 등은 하나님이 패커의 삶에 두신 은혜로운 섭리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또한 그동안 여러 책을 통해 얻은 패커의 성경을 보는 관점과 올바른 해석에 기반한 가르침 등의 배경이 되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유익했다. 누구보다도 지적으로 보이고 기독교 지성의 최고봉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이는 패커가 가장 유념했던 것은 그 지식이 삶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우리가 구하고 찾고 쌓는 모든 지식은 결국 ‘하나님을 아는’ 일에 유익해야 한다는 교훈을 새긴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그에게 있을지어다”(벧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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