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라
황금률/권수경/야다북스/서상진 편집위원권수경 교수의 저작은 기독교 전통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황금률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부분의 교인에게 마태복음 7장 12절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단순한 도덕적인 규범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 황금률이 인류 문명 곳곳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원리임을 역사적, 비교종교학적으로 입증한다. 고대 근동의 함무라비 법전부터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 유대교의 랍비 문헌, 그리고 중국의 유교, 인도의 불교, 중동의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도달한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황금률의 핵심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우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황금률이 보편적 도덕 원리라면, 예수께서 가르치신 황금률은 단순히 그러한 일반적 도덕성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한 것일까?
이 질문에 직면할 때 비로소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저자는 칸트의 정언명령이나 동서양의 여타 철학적, 종교적 전통에서 제시한 황금률들과 예수님의 가르침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차이를 조명한다. 철학적 차원에서의 황금률은 주로 이성적 보편성에 기초한다. 칸트가 제시한 정언명령은 “너의 행동의 준칙이 보편 법칙이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이성적 판단의 문제이다. 이는 마치 수학 공식처럼 객관적이고 불변적인 원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예수님의 황금률은 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있다. 그것은 추상적 규칙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발동되는 생명력 있는 원리이며, 이성만이 아닌 마음의 전체, 즉 정감과 의지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산상수훈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 속에서 황금률을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특히 설득력이 있다. 마태복음 5장의 팔복에서 시작되는 산상수훈은 외적 행위에 관한 규정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변화를 추구한다.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은 나아가 형제에게 노하는 것까지 금지한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마음으로 이미 간음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도덕적 행동이 단순한 준칙의 준수가 아니라 마음의 성질, 심령의 깊이로부터 나와야 함을 의미한다. 황금률을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때, 그것은 단순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말라”는 소극적 규칙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참된 필요를 내 것처럼 여기고 능동적으로 행하라”는 적극적 삶의 방식이 된다. 예수님이 제시한 황금률은 이웃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정신, 즉 사랑의 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를 통해 우리는 황금률의 역사적, 종교적, 철학적 보편성과 기독교적 특수성이 모순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편적 인류의 이성이 도달한 황금률의 개념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보편적 양심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황금률은 그러한 인류의 보편적 통찰을 하나님 나라의 참된 의미 속에서 재해석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무한한 사랑과 용서의 능력으로 변화시킨다. 서로 다른 문명과 종교에서 발견되는 황금률들이 모두 ‘이웃을 대접하라’는 원리를 공유하면서도, 기독교의 황금률이 독특한 이유는 그것이 십자가의 사랑, 무조건적 용서,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약속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공하는 또 다른 중요한 통찰은 교회 공동체가 황금률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때때로 황금률을 도덕적 규범의 수준에서 이해하여, 이를 자선과 박애의 영역으로 축소 시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산상수훈이라는 더 넓은 문맥 속에서 읽을 때 황금률은 기독교 삶 전체의 원리, 즉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추종자들의 총체적 헌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향한 기독교의 근본적 태도와 존재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황금률에 대한 이해가 현대 사회의 다원화된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주장할 수 있는 지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와 문명의 사람들과 황금률이라는 공통의 도덕적 지반을 공유한다. 동시에 우리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황금률의 궁극적 근거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은혜에 있음을 증거할 수 있다. 이는 기독교 신앙을 폐쇄적 배타주의로부터 구해내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메시지에 고유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
권수경 교수의 이 저작은 결국 우리 교회 공동체에 다음과 같은 도전을 제기한다. 황금률이 단순한 도덕규범이 아니라 산상수훈이 제시하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반영하는 원리라면, 우리의 신앙 공동체는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인가?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대하라’는 명령이 진정으로 우리 시대의 증오와 갈등, 불의와 차별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어떤 능력과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너무나 자주 반복되었지만, 진정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황금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며, 동시에 우리 신앙의 진정한 변혁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저작이 지니는 교육적이고 영적인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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