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고통의 은혜를 안 사람

채천석 | 2017.12.02 11:19

바울은 누가 보더라도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팔일 만에 할례를 받은 이스라엘 족속으로,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다.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바리새인이며,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었다. 그는 당대 최고 학부인 가말리엘 문하생이었다. 또한, 그는 태어날 때부터 로마 시민권자였다. 다메섹 회심 사건 이후에는 신약 성경을 열세 권이나 썼다. 안디옥 교회에서 선교사 파송을 받고서는 삼차에 걸쳐 선교여행을 했으며, 소아시아와 유럽에 복음을 증거하여 초대교회의 기초를 쌓았다. 아울러, 그는 환상과 비전을 통해 셋째 하늘 곧 삼층천에 올라가서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나 그처럼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그가 받은 은사가 너무 크므로 자만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나님이 그에게 육체의 가시, 즉 사탄의 사자를 주셨던 것이다. 이 육체의 가시가 무엇인지를 그가 정확히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학자들은 그가 안질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다메섹 도상에서 밝은 빛을 보고 삼일 동안 시력을 잃었었는데, 아마도 그 이후부터 약해진 시력으로 고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갈라디아 교회에 편지할 때 너희가 할 수만 있었더면 너희의 눈이라도 빼어 나를 주었으리라”(4:15)고 말한 것도 그가 눈에 상당한 이상이 와서 늘 괴로워하고 있었음을 역시 알게 해준다.

 

따라서 그는 이 육체의 가시가 주는 고통이 너무도 커서 자기에게서 떠나가도록 세 번 주께 간구했다고 하였다. 여기서 세 번은 그냥 세 번이 아니라 사십 일간 세 번 기도했음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보통 작정기도를 할 때 사십일 동안 하였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사십 일간 기도하셨다.

 

사도 바울은 이 기도에 대한 응답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 그는 그 은사로 인하여 교만하여질까봐 하나님이 자신에게 육체의 가시를 주셨다고 고백한다. 이어서 그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 12:10).

 

고통이 없는 세상이란 없다. 이 땅의 삶 자체가 고통이다. 누구에게나 고통은 찾아온다. 믿음이 약한 자나 강한 자나, 많이 배운 자나 적게 배운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어느 누구나 고통은 있다. 만약 고통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그것은 천국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고통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 자녀들에게 허락하시는 모든 고통에는 하나님의 뜻이 숨어있다. 그것은 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다. 고통은 오직 주님만 의지하라는 하나님의 사인이고, 우리에게 더 좋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언젠가 할아버지 밑에서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수박농사는 나에게 귀한 깨달음을 주었다. 수박농사에서 뻗어나가는 가지들을 아깝다고 그대로 두면 맺힌 열매가 작아져서 결국 시장에 내다팔 수가 없다. 모든 좋은 열매는 뻗어나가는 가지를 전지해야 하는 아픔이 선행된다.

 

사도 바울은 이런 고통의 은혜를 안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받은 은혜를 족하다고 찬송하였다. 우리도 사도 바울처럼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들을 기쁨으로 수용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할 때, 영혼이 맑아져서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는 성령충만한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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