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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골방 천재들의 외침, 위대한 이단자들 VS 신성한 모독자
신성한 모독자/유대칠/추수밭
위대한 이단자들/최덕성/본문과현장사이/2005년/고경태 편집위원 서평
유대칠 소장이 저술한 <신성한 모독자>는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준다. 저자는 스스로 “가난한 철학자”라 말하면서 꾸준히 철학을 연구하는 철학자다. 한국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통 철학자로, 중세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라틴어에 정통한 학자다. 필자는 종종 그에게 ‘라틴어’ 해석을 의뢰한다.
유대칠은 윌리엄 오캄 연구자다. 그의 연구소의 이름이 “오캄연구소”이다. 저자는 대구 어느 골목의 골방에 살면서 중세 고전에 대한 연구, 집필, 번역,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철학자다. 스피노자를 보는 듯하다. 스피노자는 독신이었지만 유대칠에게는 자녀들이 있다. 그의 고단한 삶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유대칠은 SNS에서 항상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필자는 가난한 목사이다. 가난한 목사는 가난한 철학자의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순수 학문을 하는 인재는 참 귀한 분들이다. 우리나라가 성숙하려면 이러한 학자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 학문은 빠른 시간에 재력을 얻거나 결실을 보기 어려운 작업이다. 순수 학문을 하는 학자가 많아야 우리나라가 고급 지식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유대칠은 스스로 이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지식탐구의 열매는 독자들이 누리고 있다.
<신성한 모독자>가 다루는 대상의 범위는 중세 철학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근세 철학자까지 다룬다. 여러 명의 철학자들의 에피소드를 묶어 소개한다. 읽어 이해하기 쉽다. 내용은 대중적이다. 이 책은 유대칠 자신의 깊은 연구와 사색의 산물이 아니다. 그가 정립한 중세 철학 분야를 다룬 깊이 있는 책이기를 기대한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럽다. 유대칠이 지닌 철학적 사색의 정수는 다음 기회에 얻기로 하고 미뤄야 하겠다.
필자는 <신성한 모독자>에서 자신이 신성한 모독자가 되는 유대칠의 슬픔과 고뇌와 의지를 읽었다. 저자가 다룬 “신성한 모독자”의 공통점은 천재성이다. 그러나 그것이 철학자들이 살았던 당대에는 모독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비극이다. 저자도 이런 면에서 천재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그를 고독한 천재라고 정의하고 싶다.
유대칠은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다. 그의 책과 비슷한 제목의 책을 쓴 개신교 신학자가 있다. 최덕성 박사의 <위대한 이단자들>(본문과현장사이, 2015)이다. 최덕성의 천재성을 엿보게 하는 책이다. 그는 매우 독특한 발상으로 시대를 선도하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노심초사한다. <위대한 이단자들>은 기독교역사에 등장한 위대한 인물들 곧 이단으로 정죄 받았지만 실상 정통신앙을 가진 위인들을 다룬다.
최덕성은 유대교가 이단으로 정죄한 바울에서 출발하여, 4세기의 아리우스주의자들에 의해 이단으로 정죄당한 아타나시우스, 그리고 20세기에 우상숭배를 거부하다가 목사직을 면직당한 주기철까지 모두 17명의 사례를 제시한다. 그는 ‘재세례파’를 위대한 이단자 범주에 포함시킨다. 이 주제는 각별한 주의와 분별이 필요한 내용이다. 그는 모든 재세례파 인물들이 다 정당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유대칠은 종교개혁시대의 유명한 이단자 세르베투스를 신성한 모독자로 부각시킨다. 최덕성은 그를 이단자로 규정한 “존 칼빈”을 위대한 이단자로 천명한다. 유대칠은 대구 골방에서, 최덕성은 부산 골방에서, 전자는 처녀 작품으로, 최덕성은 만년 작품으로 출판했다. 두 책은 흥미로운 대조를 보인다. 고독한 천재들의 사상은 백년이 지나도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주지 못한다. 고독한 천재 철학자와 위대한 신학자들은 지금도 진한 감동을 준다. 선지자가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함은 슬픈 일이다.
고독한 천재 철학자들을 다룬 유대칠의 <신성한 모독자>와 고독한 천재 신학자들을 다룬 최덕성의 <위대한 이단자들>를 읽어보라. 고독한 선배를 기린 사람은 대부분 고독한 인생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위대한 길은 고독한 길이다. 고독에 맞서고 그것을 이긴 자가 인류에 감동 있는 선물을 제공했다. 위 두 작품은 고독한 인생길을 걷는 사람들, 학도들에게 주는 위로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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