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느 조울증 가족이 정신질환과 동행하는 법
기나긴 정신질환의 터널을 함께 걸어온 어느 조울증 가족의 고백
《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는 두 아들의 조울증 발병 이후 30년 가까운 투병과 회복의 여정을 동행해 온 부모 고직한ㆍ김정희의 인터뷰집이다. 큰아들은 중학생, 작은아들은 대학생 시절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이후 둘이 합쳐 정신병원을 열일곱 번이나 입원하는 과정에서 부모는 50회 넘게 ‘지옥’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두 아들의 부모는 청년대학생 복음화 사역에 오랫동안 몸담은 고직한 선교사와, 국내 최초의 놀이학교(playgroup)를 세워 30년 넘게 운영한 유아교육 전문가 김정희 선생이다.
두 아들은 여전히 회복의 길을 걷는 중이지만, 둘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으며 유튜브 채널 운영 및 음악 활동을 하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 자녀를 양육하는 첫째는 5년 전 정신질환 당사자 및 가족들과 소통하고자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을 열어 운영하고 있으며, 둘째는 여러 차례 음반을 내오면서 틈틈이 ‘한 사람을 위한 공연’ 온리원 콘서트를 열어 80회 가까이 연주해 왔다. 놀랍게도 두 형제의 배우자는 자매지간으로, 정신과 간호사 수준의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결혼 전 ‘싸이코 커플’임을 밝힌 고직한ㆍ김정희 부부의 과거사에서 시작하여, ‘조울러’인 두 아들의 발병 상황과 거듭된 정신병원 입원, 기나긴 투병 과정을 거쳐 상처 입은 치유자의 길을 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여 년에 걸친 이 오랜 이야기는 지난 2021년 가을에 시작해 2023년 여름에 마무리한 일곱 차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인터뷰집으로 나왔다.
책을 열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같은 우울과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에너지 상태인 조증을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통곡하며 무너져내리는 모습이나, 쓰나미처럼 휘몰아치는 사건과 상황 속에서 가족의 일상을 지키고자 생업에 충실하려 애쓰는 나날의 이야기들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그 길고도 캄캄한 정신질환의 터널을 신앙의 빛에 의지해 함께 걸어온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결코 어둡거나 무겁지 않으며, 오히려 잔잔한 웃음과 위로를 안겨 준다. ‘상처 입은 치유자’의 회복력에서 나오는 그 웃음과 위로는 이들이 정신질환을 방송에서 공개하고 정신적ㆍ정서적 약자들과 유튜브로 소통하는 힘이기도 하다.
책 말미에는 아버지 고직한 선교사와 두 아들이 함께하는 인터뷰와,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의 ‘독서밴드’ 추천도서 목록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저자(글)
고직한
고등학생 시절 노이로제와 불면증으로 년간 정신병원을 오갔고, IVF(한국기독학생회) 사역자 시기에는 자신의 정신질환 이력을 공개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했다. 2021년에는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두 아들의 정신질환 투병과 회복 과정을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사단법인 좋은의자 대표로 우리 사회의 정신적·정서적 약자 지원과 정신질환 인식 개선 활동에 힘을 쏟으면서, 틈틈이 조울증 환우·가족을 위한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호주 SMBC(Sydney Missionary & Bible College)에서 신학과 선교학을 공부했다. 1978년 고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 개척준비기도팀 멤버로 참여한 이래, 오랫동안 사랑의교회 청년대학부 디렉터로 섬겼다. IVF 캠퍼스 개척간사 및 서울지역 대표간사를 거쳐 총무를 역임했으며, 선교한국대회와 학원복음화협의회, 청년목회자연합(Young2080) 등을 만들고 이끌었다. 지은 책으로는 《정품교회》 《청년사역 맨땅에 헤딩하지 말자》 《리더십 쉬프트》(공저) 등 다수가 있다.
김정희
기독교심리학자/상담가
대학생 시절 우울증과 경조증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1년간 휴학을 했으며, 당시 교제 중이던 고직한 선교사와 함께 ‘싸이코 커플’임을 후배들에게 공공연히 밝혔다. 두 아들의 조울증 발병 이후 열일곱 차례에 걸친 정신병원 입원과 치료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가정의 일상과 생활을 지키고 꾸려나가는 데 집중했다. 현재 〈조우네 마음약국〉 운영에 참여하면서, 교육전문가로서 쌓아온 오랜 경험을 살려 정신질환 환우 및 가족을 위한 ‘독서밴드’와 ‘일대일 상담’을 이끌고 있다.
서강대 생물학과를 나와 남편과 함께 호주에서 유학하는 동안 유아교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소수 민족 자녀들을 위한 놀이학교(play group)를 운영하면서 유아교육 강사로도 일했다. 고 옥한흠 목사 밑에서 사랑의교회 유아부와 장애 아동을 위한 사랑부 창설을 주도했으며 6년 여간 유아부 교육전도사로 섬겼다. 호주 유학 시절 플레이그룹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놀이학교인 아뜰을 설립해 1986년부터 2018년까지 원장으로 일했다.
목차
여는 글: 낙인과 편견에 맞서는 역설적 선언 고직한 김정희
1. 상처 입은 치유자들의 과거
예고 없이 덮친 쓰나미 | 첫째의 발병 요인 | 가족 내 병력 | 큰 고통이 큰 그릇 만든다?
2.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정신질환의 다양한 스펙트럼 | “놀메 하라우” | 〈조우네 마음약국〉의 시작
3. 두려움과 더불어 살아가다
둘째의 발병과 종교망상 | 발병 원인과 치료 방식에 대한 고충 | 엄하고 단호한 사랑이 필요할 때 | ‘두려움’과 동행하는 삶 | 와이 미? 와이 낫 미!
4. 곁이 되어 주는 이가 있는가
아픔을 이해받는 공간, 〈조우네 마음약국〉 | ‘파도타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 누가 ‘곁’이 되어 주는가 | 용납과 포용의 공동체가 있는가
5. 현재를 지켜야 미래가 열린다
현재 관심사: 〈조우네 마음약국〉, 아둘람, 삼남매 | ‘싸이코 패밀리’에서 ‘패밀리 미니스트리’로 | 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 교회 성장 | 직장 생활이 약이 되다
6. 아픔의 연대가 낳는 힘
동병상련, 아픔의 연대 | ‘안전지대’와 ‘견고한 진’ 허물기 | ‘신경신학’ 관점으로 본 탕부 하나님
7. 지치지 않고 걷는다
아둘람 수련회 이야기 | 아둘람 모임과 ‘4대 웨어’ | 오픈 다이얼로그와 자가활동약 | 인식 개선, 이해의 확장을 향하여
닫는 글: 교회로 향하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범진
부록 1: 삼부자 인터뷰 ‘조울러’를 아시나요?
부록 2: 추천도서 〈조우네 마음약국〉 독서밴드에서 읽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