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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육신의 암흑에서 영혼의 눈을 뜨게 하라
낮은 데로 임하소서/이청준/홍성사/[이종수]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 안요한 목사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안요한 목사의 이야기를 씀에 있어서 실제 사실만을 좇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안요한 목사의 정신과 사랑과 소명의 참뜻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에필로그를 인용해 본다. “그는, 사람에겐 사물을 보는 정신의 눈과 이해하고 생각하는 사유의 눈, 그리고 느끼고 직관하는 영혼의 눈까지, 세 가지 차원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영혼의 눈을 뜨게 되었으므로, 육신의 눈이 어두운 것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세 번째 영혼의 눈이란 어떤 눈인가? 그리고 그 눈은 어떻게 하여 개안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 소설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바쳐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영혼의 구원을 꿈꾼다. 그리고 그 길을 얻지 못하고 자기 유한성에 절망하게 된다. 거기서 찾는 것이 절대자의 존재이다. 영혼의 눈이란 바로 그 절대자를 볼 수 있고 만나는 눈이다. 그리하여 구원을 얻는 눈이다. 그러나 그 영혼의 눈은 저절로 개안이 이루질수가 없다. 그것은 먼저 땅 위에 생명을 얻어 난 자로서의 인간의 소명과 그 소명의 자리를 찾아 행함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명을 통하여 절대자를 만나고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그 아버지 안진삼 목사는 아들 요한이 태어남에서부터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고자 했다. 하지만 요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안요한복음이다. “하나님은 계시지 않느니라아. 안요한복음 1장 1절”. 그렇게 요한은 아버지의 꿈과 어머니의 간구로부터 멀리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을 향한 하나님은 뜻은 변할 수 없다.
그 어느날 요한의 아버지는 요한을 불러놓고, “이 돌멩이를 고물줄 끝에 잡아 매어 보아라. 그리고 그 고무줄을 네 힘껏 돌려 보아라.”며, 미리 준비한 고무줄과 돌멩이 하나를 내어 놓았다. 돌멩이가 매달린 고물줄을 몸 주위로 빙빙 돌릴 때, 고무줄은 돌멩이 무게만큼 길이를 늘이며 주위를 빙빙 돌아갔고, 속도가 빠르고 느려짐에 따라 돌멩이가 그리는 원도 약간씩 크기를 달리 하긴 했지만, 돌멩이는 대체로 일정한 범위의 원주 위에서 회전운동을 계속했다.
그러했다. 요한이 아무리 하나님의 뜻을 거슬려 하나님을 멀리 달아나고자 했지만, 언제나 주님의 세계 안에서 일정한 범위 안을 맴돌고 있었을 뿐, 결코 하나님을 벗어날수는 없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섭리요, 주권적인 사랑의 역사였다. 하지만 요한은 여전히 그 하나님의 사랑을 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이었다.
요한이 결국 병의 원인이나 병증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포도막염이라는 안과 질환으로 인해 두 눈을 완전히 실명하게 되고, 그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육신의 빛이 완전히 꺼져버릴 때까지 그는 숱한 방황 속에서 점점 더 어두운 흑암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끊고자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지 못한 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리곤 이후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의 영적인 흑암을 뚫고 휘황한 광채와 향기로 임한 것이다. “나는 너의 여호와니라. 내가 아직 너를 버리지 않았는데, 어찌 너는 혼자라 하느냐…네가 혼자가 아님의 증거를 보이리라. 구약성경 320면이 너의 것이니라.” 구약성경 320면은 여호수아서 1장이었다.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라…”
이제 안요한 목사는 기쁨으로 회개하고,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리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소명은 곧 새로운 생명의 빛이었다. 육신의 눈을 대신한 영혼의 빛이었다. 그 생명의 빛은 낮은 곳에 임하는 빛이었다. 육신의 눈을 뜬 사람은 볼 수 없는, 영혼의 눈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것을 보게 하기 위하여, 육신의 눈을 멀게 하고, 지금까지 그를 인도하신 것이었다.
이후에 안요한 목사는 맹인들의 재활과 복음화를 위해 한국맹인진흥회를 설립하고, 국내 맹인들을 위한 유일한 점자 월간지 <새빛>을 발행한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염원인, ‘육신의 암흑에서 영혼의 눈을 뜨게 하라’는 자신의 소명을 이룰 맹인을 위한 맹인의 교회인 “새빛교회”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날품팔이로 생활하는 고아나, 또는 거리 아이들을 위한 야간학교도 개설한다.
안요한 목사의 일대기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랑, 그 헤아릴 수 없는 심연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그 깊음 속으로 침잠해가면 갈수록 그 놀라운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에 압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도 그곳에서 나의 소명, 곧 나를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깊음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겠는가?
저자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 출생.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동화로 풀어쓴 것을 비롯한 다수의 창작집과 장편소설를 출간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 안요한 목사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안요한 목사의 이야기를 씀에 있어서 실제 사실만을 좇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안요한 목사의 정신과 사랑과 소명의 참뜻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에필로그를 인용해 본다. “그는, 사람에겐 사물을 보는 정신의 눈과 이해하고 생각하는 사유의 눈, 그리고 느끼고 직관하는 영혼의 눈까지, 세 가지 차원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영혼의 눈을 뜨게 되었으므로, 육신의 눈이 어두운 것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세 번째 영혼의 눈이란 어떤 눈인가? 그리고 그 눈은 어떻게 하여 개안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 소설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바쳐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영혼의 구원을 꿈꾼다. 그리고 그 길을 얻지 못하고 자기 유한성에 절망하게 된다. 거기서 찾는 것이 절대자의 존재이다. 영혼의 눈이란 바로 그 절대자를 볼 수 있고 만나는 눈이다. 그리하여 구원을 얻는 눈이다. 그러나 그 영혼의 눈은 저절로 개안이 이루질수가 없다. 그것은 먼저 땅 위에 생명을 얻어 난 자로서의 인간의 소명과 그 소명의 자리를 찾아 행함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명을 통하여 절대자를 만나고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그 아버지 안진삼 목사는 아들 요한이 태어남에서부터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고자 했다. 하지만 요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안요한복음이다. “하나님은 계시지 않느니라아. 안요한복음 1장 1절”. 그렇게 요한은 아버지의 꿈과 어머니의 간구로부터 멀리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을 향한 하나님은 뜻은 변할 수 없다.
그 어느날 요한의 아버지는 요한을 불러놓고, “이 돌멩이를 고물줄 끝에 잡아 매어 보아라. 그리고 그 고무줄을 네 힘껏 돌려 보아라.”며, 미리 준비한 고무줄과 돌멩이 하나를 내어 놓았다. 돌멩이가 매달린 고물줄을 몸 주위로 빙빙 돌릴 때, 고무줄은 돌멩이 무게만큼 길이를 늘이며 주위를 빙빙 돌아갔고, 속도가 빠르고 느려짐에 따라 돌멩이가 그리는 원도 약간씩 크기를 달리 하긴 했지만, 돌멩이는 대체로 일정한 범위의 원주 위에서 회전운동을 계속했다.
그러했다. 요한이 아무리 하나님의 뜻을 거슬려 하나님을 멀리 달아나고자 했지만, 언제나 주님의 세계 안에서 일정한 범위 안을 맴돌고 있었을 뿐, 결코 하나님을 벗어날수는 없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섭리요, 주권적인 사랑의 역사였다. 하지만 요한은 여전히 그 하나님의 사랑을 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이었다.
요한이 결국 병의 원인이나 병증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포도막염이라는 안과 질환으로 인해 두 눈을 완전히 실명하게 되고, 그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육신의 빛이 완전히 꺼져버릴 때까지 그는 숱한 방황 속에서 점점 더 어두운 흑암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끊고자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지 못한 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리곤 이후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의 영적인 흑암을 뚫고 휘황한 광채와 향기로 임한 것이다. “나는 너의 여호와니라. 내가 아직 너를 버리지 않았는데, 어찌 너는 혼자라 하느냐…네가 혼자가 아님의 증거를 보이리라. 구약성경 320면이 너의 것이니라.” 구약성경 320면은 여호수아서 1장이었다.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라…”
이제 안요한 목사는 기쁨으로 회개하고,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리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소명은 곧 새로운 생명의 빛이었다. 육신의 눈을 대신한 영혼의 빛이었다. 그 생명의 빛은 낮은 곳에 임하는 빛이었다. 육신의 눈을 뜬 사람은 볼 수 없는, 영혼의 눈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것을 보게 하기 위하여, 육신의 눈을 멀게 하고, 지금까지 그를 인도하신 것이었다.
이후에 안요한 목사는 맹인들의 재활과 복음화를 위해 한국맹인진흥회를 설립하고, 국내 맹인들을 위한 유일한 점자 월간지 <새빛>을 발행한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염원인, ‘육신의 암흑에서 영혼의 눈을 뜨게 하라’는 자신의 소명을 이룰 맹인을 위한 맹인의 교회인 “새빛교회”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날품팔이로 생활하는 고아나, 또는 거리 아이들을 위한 야간학교도 개설한다.
안요한 목사의 일대기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랑, 그 헤아릴 수 없는 심연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그 깊음 속으로 침잠해가면 갈수록 그 놀라운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에 압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도 그곳에서 나의 소명, 곧 나를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깊음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겠는가?
저자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 출생.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동화로 풀어쓴 것을 비롯한 다수의 창작집과 장편소설를 출간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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