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수건을 벗어 던지라/정연수/샘솟는기쁨/강도헌 편집위원

온고지신(溫故知新)

 

2007년 12월 23일 단독목회로 갑작스러운 하나님의 부르심에 아내와 나는 뜬 눈으로 이틀 밤을 보낸 후 12월 25일 나와 아내, 아이들 셋(8세, 6세, 5세), 그리고 처형과 조카(18세) 이렇게 일곱 명이 낯선 공간에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렸다.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는 제자삼는교회의 첫 출발이었다. 당시 나에게 이 말을 건넨 담임목사님도 내가 거절할 줄로 예상하셨을 것이다. 물론 인간적으론 거절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당시 아내와 나는 뭔가 다른 무엇에 압도당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굳이 과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 12년 차 제자삼는교회를 섬기고 있는 중 곧 새로운 변화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예상도 준비도 못한 갑작스러운 변화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또한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도와 묵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샘솟는기쁨’ 대표님이 3권의 책을 보내 주셨는데, 나에게 이 책의 내용과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용

 

이 책은 목회에 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출판사에서 편집을 매우 잘 한 것 같다. 1부는 “안들어도 말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복음의 성육신을 말한다. 물론 신학적 성육신이 아니라 방법론적 성육신을 의미한다. 예전에 옥한흠 목사님이 “들리는 설교를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즉, ‘복음의 내용’과 ‘문화의 옷’의 관계성을 피력하고 있다. 천상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로 번역된 복음을 전하라는 것이다.

 

2부는 “모로 가다간 서울 못 간다” 라는 주제이다. 저자는 현실적 언어의 달인이고 현장의 흐름과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탁월한 해석과 적용의 능력을 가진 분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본질과 정체성이 왜곡되어서는 안 됨을 언급하고 있다.

 

3부는 “수건을 벗어 던지라”인데, 타성에 젖어 생명이 없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신앙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생명은 변화를 동반하는데, 더 이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신앙과 교회는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교회로서 타성과 익숙함에 안주하지 말 것, 설렘과 떨림이 있는 새로움과 변화의 성장력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4부는 “상수도 신앙? 하수도 신앙?”은 교회에서 와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해소’하는 신앙인(하수도 신앙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하나님의 가치와 사명을 받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하여 더 높이 올라가는 상수도 신앙이 될 것인가에 대한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5부는 “낚시하려다 저수지 망친다.”에서 무분별한 물량주의적 전도 방식과 시대에 맞지 않은 자기 열심히 인해 오히려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는 목회방식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노하우

 

사실 개척교회를 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나는 현장의 목회방식에 관한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사실 부목사 시절에는 행정-기획-심방의 고단한 삼중직을 수행하기 위해 실용적 목회 서적들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지만, 정작 교회를 개척하니 그 모든 목회 서적들이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한 사람이 소중하였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영혼을 세우는 것과 교회를 세우는 것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과 일치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교회를 세우는 것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숫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복음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 없이 그냥 현재 자신의 교회나 목회 현실에 천착된 설교집이나 실용서적에 시간 낭비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이 책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는 쉬웠지만, 이 책을 읽어내고 수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30년의 목회현장의 몸부림 속에 담겨 있는 현실적 지혜와 노하우는 매우 탁월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서평가로서 어쩔 수 없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우선 나는 이 책의 특징과 가치에 대해 “교회성장주의 시대 목회의 원석”으로 평가하고 싶다. 한 사람의 사상을 이해할 때에도 반드시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상을 함께 보아야 그 사상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목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 시대의 흐름과 목회의 패러다임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자가 살아 내어야 했던 목회의 현장 속에서 자신의 목회 철학과 목회의 노하우를 이 책은 매우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느끼기에 저자는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지혜를 갖춘 분으로 느껴진다. 또한 목회의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문제들과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 교회의 정체성과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한 지혜들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내가 “원석”으로 표현한 이유는 또 다른 시대를 접하고 살아가야 하는 목회를 해야 하는 후배들(독자들)이 여기에 담겨 있는 지혜와 철학 그리고 노하우를 지금의 시대와 현장에 그대로 옮겨 사용하려는 얄팍하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방법이 아니라 그 본질적 의미들을 잘 추출하여 새로운 시대와 새 시대에 맞는 보석으로 가공해 내어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목회에 관한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교회와 신앙’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이 책을 함께 읽어가면서 토론해 봄직한 마중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서평의 제목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배들의 지혜와 방법들을 익힘으로 새로운 것을 깨닫고 익힌다는 뜻으로서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과 같이 단편들로 이루어진 에세이이지만, 성도들과 함께 반복해서 읽고 토론해 본다면 마르지 않는 목회의 지혜들을 끌어올리기에 훌륭한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