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목회의 길을 들어서기 전 십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것이 내게는 큰 자원이다. 그것은 신앙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말씀과 기도를 통한 은혜 받음을 넘어 그 은혜를 가지고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부딪히는 현실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십여 년 전 꽤나 힘든 삶을 살던 한 후배가 교회 대학부 수련회 중 기도회 시간에 나와 이야기하면서 이곳에서 내려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은혜 받은 그가 살아가기엔 견뎌야 할 세상이 결코 녹녹치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후배와는 가끔씩 만나고 상담도 하지만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잘 싸워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기쁘고 든든했다. 그런 것 같다, 신앙은 은혜 받은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이 세상 속에서 부딪혀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가꾸어 나아가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적절한 듯싶다. ‘도시의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의 정기 강연을 통해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한 저명인사들을 불러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한 내용을 묶은 이 책은 그저 저명인사가 아니라 신앙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적용하고 고민하고 살아간 이들의 신앙적 경로와 고민이 담겨 있다. 소크라테스가 도시에 있다는 것은 철학이 단순히 사변적이 아니라 이 강연이 펼쳐졌던 뉴욕이라는 현대의 도시 중의 도시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며 다양한 문제와 질문과 현실이 제기되는 현대의 아덴 같은 곳에서 신앙인의 고민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강연의 각 시작마다 사회자이고 마지막 강연의 연사였던 에릭 메택시스가 소크라테스의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격언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이나 사고는 책속의 지식으로 머물 수 없고 삶의 현장 속에서 제기되어야 하고 검증되어져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교리적 완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이 책의 각 주제를 일일이 평가할 수도 없고 일관성을 그려내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 나름의 복음적 시각을 견지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중심으로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뚫고 나아간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러기에 어떤 주제는 읽는 독자의 관심 밖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신학적 스팩트럼도 다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 강연자들의 진실성과 치열함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속한 영역과 환경이 다른데 그것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강연자들 중에는 다양한 친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알리스터 맥그라스, 오스 기니스, N.T. 라이트, 찰스 콜슨 외에도 다양한 강연자들이 등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일관된 주제를 다루지 않기에 어떤 때는 잘 이해가 안 되거나 관심 밖의 주제일 수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부터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지...
p.s. 사회자인 에릭 메택시스는 편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각 강연자를 소개할 때마다 뉴욕식 유머를 동원하는 듯하지만, 그것에 친숙하지 않은 한국독자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하다. 차라리 편집 때에 약간 드러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개인적인 의견이 든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실린 본회퍼에 대한 그의 강연은 도전적이고 인상적이다. 기회 닿을 때 본회퍼 전기를 쓴 그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은 동기부여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