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술로 처치?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책의 페이지 수보다 무거운 책 내용으로 인해 생각보다 쉽게 속도가 나지 않아 다른 책보다 꽤 긴 기간 동안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를 읽을 때마다 자꾸 내게는 이 책이 원 제목인 '슬로 처치'가 아니라 자꾸 '술로 처치'로 읽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지금도 이 단문을 쓰려고 책을 집어둔 순간 또다시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드는 생각은 어쩌면 '술로 처치'도 맞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 그것은 여기서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은 맨 정신으로는 추구하기 힘든 교회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교회의 세속화에 비판과 비난을 퍼붓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한 교회, 이름 있는 교회를 찾아가는 세상 속에서 성공신화와 물질적 추구에 반하여 교회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결국 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저 사회주의적 이상주의나 인간적 노력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성령 하나님에 경도된 취함이 아니고서는 나아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그렇다고 이 책이 성령의 주도적 측면을 다룬 책은 아니다.
저자들은 책 설명에서도 나오듯 속도, 효율, 성장주의에 경도된 사회 속에서 교회가 거기에 휩쓸려 있음을 지적하고 교회가 추구해야 할 유기적 공동체와 인격성을 강조한다. 또한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사회 속에서 교회가 오히려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지역의 중심에서 해야 할 공공성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실제적인 역할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현대 한국교회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이 책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한계도 지니고 있다. 과연 이러한 모델이 한국의 작은 교회들이 행할 힘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특별히 미친 부동산 가격 속에서 작은교회보다는 중형교회 이상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들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사실 지역 공동체성과 역할은 많이 강조하지만 정작 신앙공동체의 일면은 거의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아있다. 지역 공동체로서의 역할만 한다면 교회가 일종의 지역 사회단체나 NGO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보고 고민해야할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