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앙의 통념을 넘어서
새물결플러스에서 지난번 출간한 “아담의 역사적 논쟁”과 맥을 같이하는 “최초의 7일”은 다루는 주제에 비해서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시중에 나름 무게감있는 창세기 주석들이 1,2장에만 상당한 양을 할애하고 있는 것에 반해 과학과의 관계 속에서 ‘최초의 7일’을 다루면서 이 책은 상당히 얇다. 게다가 책의 절반이 부록으로 되어 있어 과연 이 정도의 분량으로 그 주제를 다룰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그 깊이도 그리 깊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리 두껍지 않은 본 책에서 과학이란 잣대로 맹렬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고심해야 할 포인트를 세련되고 세밀하게 집어 준다.
앞서나온 “아담의 역사적 논쟁”은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담고 있고 그 각각의 논쟁으로 인해 일관된 한 논거보다는 독자에게 그 논쟁의 판단의 결정으로 유보하면서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이 있다. 또 일부 학자들 중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신앙 안에서 과학의 탐구와 답변을 얻고자 하는 치열한 몸부림은 있지만 그럼에도 자주 신앙과 과학 안에서 과학이란 한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이 없지 않아 있다. 좀더 신앙안에서 몸부림쳐야 할 때 쉽게 과학이란 둥지로 쉽게 안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반대로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도 그들은 나름 신앙 안에서 과학을 본다고는 하지만 과학적 정밀성에 있어서는 그 증거가 견고해보이지 않는 면이 있었다. 신앙을 고수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전통적 신앙의 프레임을 고수하는 것이지 그것이 곧 성경의 중심에서 이야기하는 틀과는 약간 상이해보인다.
“최초의 7일”은 앞서 이야기한 “아담의 역사적 논쟁”을 언급하지도 않지만 보다 본질적인 점을 다룬다. 천동설과 지동설 논쟁 속에서 있었던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많은 신학자들이 행했던 오류들이 신학에 대한 고수성이라기 보다는 당시 갖고 있었던 과학의 프레임을 깨지 못함에서 온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하다. 즉 천동설과 지동설의 논쟁은 신앙이 과학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미 당시 갖고 있었던 과학과 상식의 틀안에서 성경을 봄에서 오는 오류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관점은 성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기존의 신앙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자주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의 과학적 관점과 상식 그리고 지식에 의해 성경을 풀어가는 위험성을 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성경해석을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더 열려진 시각 속에서 성경을 읽어나가고 우리의 고정된 통념-신앙의 통념이라기 보다는 일반 상식으로 규정된 가치를 통해본 성경에 대한 통념-을 깨어 나가도록 돕는다. 이것은 과학에 대한 맹신이나 거부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복음에 대한 철저 속에서 성경본문을 다시 읽어 나감을 통해 오히려 성경 속에서 좀더 철저하게 과학을 들여다 볼수 있도록 돕는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얇다, 하지만 성경과 과학, 또는 일반 학문을 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