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너무 친절하지 않은,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는 ...
저자는 ‘키워드로 읽는’이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구약본문 개관서를 썼다. 이 레위기 책은 저자의 개성이 물씬 풍기는 멋진 책이다. 저자는 레위기의 제사와 법조항을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시켜 풍성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하여 풀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제사가 가지고 있었던 여러 의미들을 보여주며, 그 상황 가운데로 우리를 초청한다. 아울러 책 머리에 유진 피터슨의 회고록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레위기 제사의 장면 가운데 들어갈 것을 초청한다. 저자는 레위기를 원독자의 관점에서, 그리고 신약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해석적으로 완성되어졌는지, 그리고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레위기 말씀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각 장에 있는 모든 구절들을 주해하고 있지는 않다. 그 장에 있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어떤 것인지를 밝히고 또 그 장에 있는 중요한 차이점들만을 드러낸다. 거의 매 장마다 들어있는 이 책의 표들은 실제로 본문의 구조를 설명하고 핵심적인 단어들과 용례의 차이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편성되어 있다. 톡특한 판형 때문에 책을 읽다 중간에 노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저자가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들이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자료만 제시해 놓고 판단을 유보해 놓은 부분도 많아서 끊임없이 쌍방으로 소통해야 하는 독서를 하게 한다.
성경 본문의 이해를 도와주는 많은 책들을 읽다보면, 대부분 극단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너무 불친절해서 일반적인 독자로 하여금 질려서 손을 놓게 만드는 한편과 너무 친절해서 성경 본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은 사라지고 오직 필자의 견해만을 따라가게 하는 다른 한편으로 말이다. 전자도 문제이지만 후자도 문제다. 그 친절함 때문에 독자는 성경 본문과 마땅히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씨름을 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주 독특한 위치의 책을 썼다.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불친절하지도 않은 애매한, 그래서 이 책은 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개념이 정리도 되지만, 동시에 이 부분에는 이런 해석과 적용이 어떨까라는 질문을 발생시킨다. 레위기에 대한 능동적 독자가 되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레위기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또 레위기의 본문을 설교하기 위해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 책의 깊이는 참 ‘적절’하지 않은가 한다.
‘레위기’라는 구약의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적 유익을 얻고자 하는 분이라면, 너무 많은 설명보다 꼭 필요한 설명으로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며 이 길을 함께 걷게 해줄 길잡이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여기 너무 친절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어버리게 할만큼 무책임하지도 않은, 그러므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이 길을 완주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에 관심이 많은 특별한 저자의 특별한 책이 큰 유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