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골리앗은 실존 인물이었을까?
예전에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성경본문으로 설교를 준비하다가 한두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마도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녔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가졌을 수 있는 의문인데, 우선 과연 골리앗처럼 270센티나 큰 키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고, 만일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그 정도의 키를 가진 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역사적 자료를 조사해보니 골리앗보다는 조금 작긴 했지만, 상당히 큰 키를 가진 거인이 실제로 여럿 존재했고, 그들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면 아마도 골리앗과 같은 키를 가졌던 이들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또 한 가지 갑작스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손할 수도 있는데, 어쩌면 골리앗이 생각보다는 위협적인 적이 아닐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성경본문은 그가 대단한 체구를 가졌고 위협적인 말도 했지만, 진짜 엄청난 힘과 싸움 기술을 가졌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다윗의 승리는 하나님의 도우심이고 은혜이지만, 골리앗이란 거구의 허상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괜한 두려움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실존했던 거인들은 대체로 거인병이란 특수한 병을 앓음으로써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키가 컸었고, 또 그런 키를 가진 이들은 활동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골리앗의 방패를 다른 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보면 골리앗도 비정상적이고 상당히 둔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찾아본 바로는 이런 해석의 가능성을 둔 성경자료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난 내 해석이 상당한 근거를 지닌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것은 다윗이 운이 좋아서 골리앗을 물리쳤다거나, 성경의 특이한 사건이나 기적을 무조건 과학적으로 해석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더구나 골리앗은 이적과는 관계없는 당시에 그렇게 큰 사람이 존재했을까 하는 궁금증 아닌가? 오히려 성경해석을 위해 실제적 타당성을 찾기 위함이다. 물론 그것을 못 찾는다고 해서 내가 성경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난 그 설교에서 신기루 같은 허상과 두려움에 떠는 우리의 신앙을 주제로 설교했었다.
지나치게 서두가 장황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그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었던 책이 바로 ‘성경 속 의학 이야기’다. 이 책은 나의 의문과 내 생각의 타당성을 제공해주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내 논리에 대한 상당한 타당성과 근거를 제공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게 기쁨을 준다.
종종 성경을 과학이나 역사적 근거를 찾아 규명하려는 책들이 범하는 오류가 있다. 그들의 열심은 분명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그들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증거 한다는 명목 하에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객관적 판단과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다. 특히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전문분야 하고는 관계없는 것들을 설명하려 들기도 한다. 물론 그 모든 의도는 선할 수 있지만,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나름 성도를 강하게 휘어잡는 목회자 중에도 근거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자료를 갖다가 설교나 책에 인용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하는데, 아무리 그 설교나 책으로 은혜를 받았어도 그것은 문제가 있다.
‘성경 속 의학이야기’란 책도 그럴 수 있는 유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런 유혹을 잘 이겨낸다. 일차적으로 저자 중 한 명인 이종훈은 의사이기에 충분한 의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특히 저자의 전공인 안과와 관련된 문제는 전공의로서 풀어내고, 그가 의사이긴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미진한 부분들은 해당전공의의 도움을 받아 상당히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글을 써내려간다.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지키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이해되게 책을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저자인 이노균은 단순히 의학적인 접근에 멈추지 않고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것을 바라볼 것인지를 목회자적 관점에서 풀어나감으로써 조화를 이룬다.
신앙은 믿음을 전제로 하고 우리가 의문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아무 의심 없이 성경을 읽어 나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불신이 아니라, 성경을 읽다가 의문 드는 것들이 있다면 이런 과학적인 종류의 책을 읽어 나감으로써 성경의 이해를 넓히고 성경에 나오는 배경을 더 깊이 알아감으로써 신앙의 깊이를 더해가는 이들도 있다. 그 답이 설혹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신앙의 걸림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해가 잠시 늦추어질 뿐이다.
어떤 때 친구가 한 일은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 친구를 알기에 친구를 신뢰하는 것처럼, 미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심을 믿기에 우리는 그분의 행하심과 약속을 믿고 나아간다. 세상의 불신이나 거부에서 오는 하나님에 대한 의문과는 달리 믿음을 전제로 지금 내게 놓인 의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 말이다. 바로 이런 노력에 도움을 주는 책이 바로 ‘성경 속 의학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