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번째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의 갈림길
저자의 첫 작품이었던 『오두막』은 딸을 유괴당하고 살해당하여 시체도 찾지 못한 한 남자의 참혹한 삶의 상황 속에 찾아온 삼위일체 하나님을 통해 고통의 본질과 용서를 신앙의 중심, 신의 실존과 연결시켜 풀어나간다. 이 만만치 않은 주제를 결코 원론적이거나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갈데까지 가는 과감성을 보인다. 어떤 때는 신학적 경계선을 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흔들기도 하지만 신학적 바름을 지켜내고, 또 고통의 문제를 분노와 용서의 상반된 부딪힘을 극한의 지경까지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기에 『오두막』은 신앙인은 물론이요 그렇지 않은 이도 꼭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갈림길』이 기대되었던 것은 바로 이런 저자의 극한까지 밀어가면서도 신학적 바름을 지켜낸 저자의 작가정신이 이 작품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오두막』과 상당한 유사성을 지녔다. 책 초반에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치유되어지는 듯한 모습이 『오두막』의 반복을 답습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갈림길』은 『오두막』에 소설적 재미를 더한다. 사경을 헤매는 속에서 다른 사람의 내면에 머무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랑과 영혼’이나 ‘존 말코비치되기’의 한 면을 보는 듯한 재미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재미에만 머물지도 않고 형식과 주제에서 『오두막』의 또다른 아류에서도 벗어난다. 주변 어느누구도 믿지 않고 돈에만 집착하는 듯한 주인공 앤서니 스펜서가 혼수상태를 헤매는 속에서 그의 영혼이 치유되고 구원으로 나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이를 치유하는(스포일러 적인 면이 있지만) 단계로까지 승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두막』과는 또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읽으면서 아쉬운 것은 도입부분에 있어서 예수에 대한 연결성을 너무 직접적으로 나타냄을 통해 종교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은 비신앙인이 이 책을 읽는데 거부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과 『오두막』과 같은 주제에 대한 치열성이 이 책은 조금 약화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오두막』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럴 수도 있다. 『갈림길』이 왠만한 강도로는 『오두막』을 읽은 저자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한계일수도 있다.이제 그의 세 번째 작품을 다시 기대하는 것은 이제 그가 『오두막』의 변주곡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치는 작가가 될지, 아니면 세상에 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가 될지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 윌리엄 폴 영
캐나다 태생인 영은 부모가 선교사로 황동하던 뉴기니에서 자랐다. 그곳 원주민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영에게 “오두막”은 모든 비밀, 아픔, 치욕적 기억들을 묻어두는 마음속 깊은 곳을 상징한다. 작가 영은 그의 여섯 자녀들에게 줄 선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2005년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15권을 복사본으로 돌렸던 그는 그들의 강한 권유에 못 이겨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퇴짜를 맞았던 영은 평소 친분이 있던 목사 두 명과 함께 2007년 직접 책을 펴냈다. 단지, 입소문과 웹사이트 광고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6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2008년 여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38주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