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삶과 믿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하는 책
강추, 강추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보통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참 많습니다. 첫째는 과학으로 인해 세상이 이만큼 변했구나 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둘째는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박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인데, 그들은 실로 오늘의 세계를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셋째는 그들의 한계도 알려줍니다. 그들은 도무지 도덕적 사고를 중심에 놓지 않으며, 영적 사고는 할 줄 모릅니다. 이 세 가지를 두리뭉실하게 엮어서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첫째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세상이 크게 변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정하웅 교수의 구글 검색 엔진 이야기입니다. 저는 정말 이 부분을 들추어보고는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책 이름이 재미 있었기 때문에, 대체 무슨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 책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아니라 쇼킹했습니다. 제 방식대로 이야기하자면 정하웅 교수의 이야기는 인터넷 네트워크는 귀납의 종결자라는 말입니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귀납이란 모든 과학적 자료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그것이 일반적 이론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귀납법이라는 사고체계가 나온 뒤로 사람들은 사물을 진정으로 관찰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 프란시스 베이컨이 끼친 말로 다할 수 없는 영향입니다. 베이컨 이후로 모든 학자들은 자기 학문은 어떤 귀납을 하고 있는지 밝혀야 했고, 그것을 통해서 세계는 가장 기본적인 발전을 해 왔습니다. 정하웅 교수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귀납의 덕택입니다.
정하웅 교수의 모든 이야기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눈에 띈 것은 검색 엔진 야후와 구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야후는 말하자면 포스트모던한 도구를 모던한 방식으로 통제한 것입니다. 장차 인터넷에는 헤아릴 수 없는 자료가 들어올텐데, 그것을 어떻게든 논리 구조에 따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것은 포스트모더니티와 모더니티가 어정쩡하게 함께 있을 때에는 상당히 유효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하여 야후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수 없는 자료가 네트워크에 모여들고 그것은 점차 논리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통제하지 않아도 들어와 버리고야 마는 수많은 감각인상과도 같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는 그냥 감각도 아닌 것이 우리의 이성으로 통제는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 정보들을 모아두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구글은 말하자면 이런 정보를 모아두는 방식에 있어서 창안자입니다. 구글은 검색하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자료를 배열하였습니다. 일정한 조치만 해두면 정보들은 검색하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배열됩니다.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배열하기 위해 골치를 썩을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개념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추세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연히 구글은 우위를 점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바로 허브라는 것입니다. 허브는 논리적 중심어가 아니라, 수 많은 자료들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우리 시대 중요 사건들의 발생지이자 교차점입니다. 우리는 이제 논리적 중심어나 중심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세태에 영향을 미치는 교차지점을 찾게 됩니다. 이유야 있게 마련이지만, 한 가지 사실을 두고 여러 사람과 여러 정보가 모여드는 곳에 가게 되면, 우리 시대가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미래도 보일 것입니다. 바로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교차점 그것이 허브입니다. 인천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것은 인천을 정치적 중심지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이 공항을 잘 건설하면, 그냥 사람들이 인천을 거쳐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러면 아무런 다른 이유가 없이 그냥 인천 공항은 허브 공함이 되는 것입니다. 존재와 존재 사건과 사건을 많이 연결시키는 지점이 되면 그것은 허브가 됩니다. 그래서 각각의 존재와 사건은 작은 중요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귀납의 종결자라고 부르는 것이죠.
귀납법만 하더라도 많은 자료들을 섭렵한 후에 거기에서 오는 논리적 이유를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구글은 다 필요 없고 다른 존재 및 사건들과 많이 결부되면 중요성을 획득하는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허브라는 말은 귀납을 대체하는 말로서의 위력을 획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귀납조차 흘러간 이야기가 될지 모릅니다. 아니면 인터넷 네트워크 상의 허브를 설명하는 철학적 용어가 되겠죠. 세상은 지금 그만큼 변했습니다.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들 나름의 세계관 이야기를 해내고 있으니, 그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해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과학과 철학이 통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끼는 강한 거부감은 그래도 그들은 인간의 따뜻함에 대해서 말할 길을 갖고 있지 못하고, 사람의 모든 일을 과학으로 환원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하나님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안다고는 해도, 그리고 생래적으로 세상을 아낀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기도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세상의 변화에 크게 놀랐는데, 그 놀라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길과 그리스도인의 길은 또 다른 과제로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간신히 우리의 영역을 찾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도 이만한 진보를 이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닫을 때 우리는 오히려 삶과 믿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됩니다.
저자: 정하웅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교 연구 교수를 거쳐 KAIST 물리학과에서 지정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복잡계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현재 사회학, 경제학, 인터넷 등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네트워크 과학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09년 KAIST 우수 강의 대상, 2010년 이달의 과학 기술자상을 수상했다.
저자: 김동섭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와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내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이를 기초로 인공 항체 등의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08년 온빛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 이해웅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클랜드 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와 KAIST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물리학과 명예 교수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 정보학 연구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으며, 한국 양자 정보학의 국제적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 2008년 KAIST 우수 강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