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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감춰졌던 찰스 하지의 설교 노트를 발견하다
프린스턴 채플 설교 노트: 교리적이고 실제적인 설교 개요/찰스 하지/아바서원 번역팀/아바서원/조정의 편집위원
프린스턴신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신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신학적 주제에 관하여 토론하고 기도하는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A. A. 하지는 그 시간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신학을 지성으로만 쌓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 예배의 전통을 시작한 핵심 인물로 새뮤얼 밀러 박사, 아치볼드 알렉산더 박사, 그리고 찰스 하지 박사를 꼽는다. 찰스 하지 박사는 밀러나 알렉산더 박사에 비하여 젊은 축에 속했지만 탁월한 가르침과 뛰어난 정신세계로 프린스턴의 대표적인 신학자가 되었다. 하지 박사는 3년마다 바뀌는 청중에게 같은 것을 가르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원고를 사용했으며, 꼼꼼하게 정리된 원고를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본인 외에 아무도 볼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 원고가 세상 밖으로 나와 번역된 책이 바로 <프린스턴 채플 설교 노트>이다.
A. A. 하지는 이 원고가 “분석적인 형태를 통해 엄청난 양과 질의 설교 모범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아마도 영어로 집필된 설교 노트 가운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27p). 868쪽에 이르는 방대한 설교 노트로서 이 책은 정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린스턴 채플에서 활용된 방식을 고려하면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때 활용해도 좋다. 분명히 이 책은 일반 신앙 서적이나 강해서처럼 읽어나가는 방식으로는 금세 흥미도 잃고 유익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설교 개요’라는 특별한 형식을 감안하며 읽으면 충분히 다음과 같은 유익을 얻을 거라 확신한다.
첫째, 당신은 교리적인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책의 전체 구성은 조직신학적이다: 신론(1부 하나님과 그 속성), 기독론(2부 그리스도의 위격과 직분), 성령론(3부 성령과 그의 직무), 사탄론-죄론(4부 사탄과 그의 영향, 죄), 구원론(5부 그리스도인의 시작, 회심, 6부 그리스도인의 특성과 특권, 7부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의무, 8부 은혜의 방편, 9부 그리스도의 죽음과 구속의 완성), 교회론(10부 목사 후보생을 위한 권면). 관련 주제로 설교를 하거나 강의를 할 때, 신학적으로 보완하거나 점검을 하기 위해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 찰스 하지의 탁월한 분석과 사고를 통해 당신의 원고를 감수받을 수 있다.
둘째, 당신은 실제적인 유익을 얻을 수 있다. 각각의 설교 노트는 몇 가지 소제목으로 구분이 되는데, 마지막엔 거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해당하는 적용을 다룬다. 교리적으로 아무리 건강하고 풍성해도 그것을 삶으로 어떻게 소화시킬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프린스턴 채플이 지성과 영성을 함께 자라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프린스턴 채플 설교 노트>는 당신이 준비한 강의나 설교에 매우 적합한 실제적 의미 즉 적용을 발견하게 해준다. 가령 2부 “그리스도의 위격과 직분” 중 23번 “그리스도의 죽으심(2)”에서 하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의 구체적 적용으로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우리가 묵상해야 할 부단한 주제가 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감사와 헌신에 대한 이유가 된다” 등을 제시했다(119p).
설교학의 기준에서 보자면 찰스 하지의 설교는 강해 설교이기보다는 주제 설교에 가깝다. 본문이 매우 짧고 그 본문이 다루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관된 여러 교리를 잘 정리해 둔 형식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하지 박사의 정신세계를 “자신이 아는 한 어떤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말했고, 칼빈과 비교하기도 했다(26p).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특정한 신학 주제 아래 무엇이 와야 하고 어떤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지 도움이 필요하다면, <프린스턴 채플 설교 노트>가 하지가 쓴 <조직신학>과 더불어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설교 원고는 그것을 만든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독자는 자신이 활용하려는 목적과 방법을 분명히 정하고 하지의 설교 노트에 매이기보다는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고 참고하여 자신만의 원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소중한 역사적 자료이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에게 교리적이고 실제적인 유익을 줄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매주 토요일 겸손하고 성실한 교수들 그리고 들을 귀를 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토론의 장에서 영적으로 복된 교제를 풍성히 누렸던 학생들이 이 책에 담긴 유익을 누렸던 것처럼, 이 책 <프린스턴 채플 설교 노트>를 읽고 유익을 얻는 이들도 지성과 영성을 함께 성장시키는 하나님의 은혜롭고 능력 있는 손길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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