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이들 눈 높이에서 ‘기도 많이 걱정 조금’
예전에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와 집이 서울 성산동과 인천이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다가 교회에서 차도 제공이 되지 않아 아내가 출퇴근 때 쓰는 차로 새벽기도설교를 하고 집에 다시 차를 놓고 다시 교회로 출근을 하곤 했다. 집으로 오는 이유는 차를 다시 가지고 오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이쁜 딸과 등굣길을 같이 하기 위해서였다. 그 거리가 걸어서 십오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역자이기에 같이 할 시간을 턱없이 부족하기에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내 나름의 절박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바쁜 중에도 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보려 노력했다. 그래서 딸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나도 들으려 노력했고 신보가 나오면 먼저 구해주기도 했다. 여름휴가도 제대로 가족들과 쓸 수 없던 때에 딸아이랑 이틀 동안 일곱 군데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닌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딸아이는 스스럼없이 서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비록 세대적 시각차이가 있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숨김은 없다.
유치부와 초등부 사역을 내가 했던 때도 기억이 난다. 제자훈련과 청년들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한 번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비전도 따로 관심이 없던 상황에서 교회사정상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게 되면서 책도 많이 보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동기부여를 받게 하기 위해 다양한 미술도구와 만들기를 통해 흥미유발과 복음에 대한 접목을 위해 사비도 쏟아 부었다.
이번에 읽은 ‘청소년 기도 많이 걱정 조금(정석원, 사자와 어린양)’을 읽으며 저자의 아이들에 대한 사역자로서의 관심과 애정을 보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015B의 정석원과 이름이 같다. 이건 그냥 015B를 좋아했던 이로서의 쓸데없는 사족이다.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들 구성원은 모두 신앙적 베이스는 있었지만 그 칼라는 꽤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저자의 이 책은 사자와 어린 양에서 나왔던 도나 K. 말티즈의 ‘기도 많이 걱정 조금’과는 다른 책이지만 청소년 신앙과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한 눈높이 접근으로 ‘기도 많이 걱정 조금’의 접근과 인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가질 고민을 꼰대(?)시각이나 전형적인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영역과 시각에서 담아내려는 시도의 노력을 저자는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다가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그들의 힘듦을 이해하고 어깨를 내어주려는 것을 넘어 그들의 걱정을 조금 줄여주기 위해 신앙적 솔루션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어떤 때 그것이 조금은 너무나 뻔한 모범 답안(?)처럼 비쳐질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기에 그들에게 그러한 답변조차 진정성을 지니고 있어서 하나의 위로와 격려, 인도가 될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은 앞선 도나 K. 말티즈의 책이 성경구절과 그에 대한 묵상을 담아낸 것에 더해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책에서 인용된 구절을 담고 있다. 특히나 그 인용구절이 종종 기독교저자들이 행하기 쉬운 책인용을 신앙서적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 작가들(그것도 꼭 신앙있는 이들만이 아니라)과 심지어 아이돌의 노래가사, 웹툰, 영화 대사까지 다양한 곳에서 인용함으로써 아이들이 세상의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신앙인으로서 소화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도를 돕는 책을 넘어 신앙인으로서의 성장과 고민극복을 도와주는 책이다.
벌써 12월이다. 교회는 아이들에 대한 시상과 교회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성탄 선물을 할 때이다. 이럴 때 청소년을 위한 좋은 신앙서적이 드문 때에 이런 책을 선물하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