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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의 이야기
삶을 너무나 사랑했기에/편집부/가이드포스트/[조영민]
어릴 적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던 형이 있었다.
하루는 그 형이 자신의 방 가득히 쌓여 있던 모든 소설책을 헌책방에 팔아버렸다. 왜 그랬냐는 내 질문에 형은, “삶이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 서른이 넘어가면서 이제야 형이 던진 선문답 같은 선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도 삶은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다.
언덕빼기 집으로 향하던 길에, 어제 밤에 내려 건물들의 지붕 위의 쌓여 있던 눈들이,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바람에 날려 온 천지에 조그만 가루들로 뿌려지는 것을 봤다. 추위와는 상관없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던 태양 빛 때문에 그 조그만 눈가루들은 온통 금빛 가루가 되어 온 세상을 채우며 반짝 거렸다. 세찬 바람 앞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그 눈부신 광경에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올랐다. 역시 세상은 살만하다.
아내가 지난 11월 6일 출산했다. 18시간이라는 해산의 고통 속에서 3.2kg의 공주님을 낳았다. 그리고 아내가 방금 전 눈물 흘리며 죽을 듯 고통의 비명을 질렀던 아내가 아기의 탄생과 동시에 웃으며 “아기 예뻐!”라고 물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막 태어난 아기는 너무 오래 산도에 걸려 있었기에 첫울음을 터트리지 못했다. 이미 먹어버린 양수를 꾸역꾸역 토해 내며 가늘게 신음 소리만 냈을 뿐이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갑작스럽게 아기를 둘러싸고 급하게 무언가를 조치했다. 그 사람들 사이로 언뜻 언뜻 내 아기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아직 아기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아내의 재차 하는 질문이 들려왔다. “여보, 아기 예뻐!” 나는 아내 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래 예뻐! 엄마 닮아 진짜 예쁘네...... ” 삶은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다. 아기는 긴급조치와 산소치료를 받은 후 약간의 후유증과 함께 며칠 후에야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홀로 아내를 집에 두고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아야 했던 나는 하루 종일 아기에게 매여 있는 아내의 마음과 영혼을 위해 무언가 좋은 것으로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책을 사고 싶었다. 먼저 그 내용의 짧아서 짬짬이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은 그 짧은 시간 짧은 분량의 내용을 통해서도 힘들어할 아내에게 깊은 감동을 남겨 줄 수 있는 책이어야 했다. 그러다 고른 책이 이 책, ‘삶을 너무도 사랑했기에’다.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서점의 책장을 스치며 많은 책들을 지나가다가 이 책을 만났고, 책의 첫 번째 이야기만 읽어보겠노라며 책을 펼쳤다.
그러다 가슴이 저려오며, 눈물이 눈에 고였다. 남자라고, 서른이 넘은 어른이라고, 눈물은 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 눈물과 미소가 함께 올라왔다. 세 남매의 죽음과 그들의 죽기 전까지의 삶에 대한 충실함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봐왔고 그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나머지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눈물과 미소가 함께 올라 올 밖에.... 당장 사 들고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었다.
집에 와 아내에게 선물하기 전에 한편 한편의 글들을 읽어나갔다. 하나하나 다른 사람들의 글이었고, 그 글이 담고 있는 주제도 문체도 전혀 다른 개별적인 글들이었다. 그러나 그 개별적인 글들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여운을 남겼다. “삶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과 사연들 속에 담겨 있는 공통점이었다.
40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던 가이드 포스트지에 실렸던 이야기 가운데 특별히 고르고 고른 글들이었기에, 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가 살아냈던 ‘역사적 삶’이라는 것을 알기에, 별로 삶의 무게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의 마음에도 그들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 그리고 거기서 나온 선택과 눈물, 결단과 의연함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집을 나오며, 밤새 아기와 씨름하다 갓 잠든 아내의 머리맡에 작은 쪽지와 함께 이 책을 올려두었다. 아내의 그 피곤한 삶에 따뜻한 위로의 글들이 될 것을 확신하면서, 아내 역시 눈물짓기도 미소짓기도 또는 그 둘을 함께 하기도 하며 이 책을 읽어내려 갈 것을 상상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아기로 인한 과다한 일과 부족해진 수면 시간과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들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져 있을 아내의 마음에 조그만 즐거움과 따뜻함을 전해 줄 수 있을 것들을 또 그녀가 다양한 표정들로 ‘오늘 그녀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해 줄 것들을 상상했다. 아내는 아마 칭얼거리는 아기를 보며 한없이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줄 것이리라.
1999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현실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어찌하였건 그 모든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은 그 삶 속에 놓여져 있는 당사자의 몫임을 알려줬다. 삶은 환경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네’의 몫이다. 이 책은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아낸 역사적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의 모음이다.
당신의 얼굴에도 나와 같은 미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어릴 적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던 형이 있었다.
하루는 그 형이 자신의 방 가득히 쌓여 있던 모든 소설책을 헌책방에 팔아버렸다. 왜 그랬냐는 내 질문에 형은, “삶이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 서른이 넘어가면서 이제야 형이 던진 선문답 같은 선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도 삶은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다.
언덕빼기 집으로 향하던 길에, 어제 밤에 내려 건물들의 지붕 위의 쌓여 있던 눈들이,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바람에 날려 온 천지에 조그만 가루들로 뿌려지는 것을 봤다. 추위와는 상관없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던 태양 빛 때문에 그 조그만 눈가루들은 온통 금빛 가루가 되어 온 세상을 채우며 반짝 거렸다. 세찬 바람 앞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그 눈부신 광경에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올랐다. 역시 세상은 살만하다.
아내가 지난 11월 6일 출산했다. 18시간이라는 해산의 고통 속에서 3.2kg의 공주님을 낳았다. 그리고 아내가 방금 전 눈물 흘리며 죽을 듯 고통의 비명을 질렀던 아내가 아기의 탄생과 동시에 웃으며 “아기 예뻐!”라고 물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막 태어난 아기는 너무 오래 산도에 걸려 있었기에 첫울음을 터트리지 못했다. 이미 먹어버린 양수를 꾸역꾸역 토해 내며 가늘게 신음 소리만 냈을 뿐이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갑작스럽게 아기를 둘러싸고 급하게 무언가를 조치했다. 그 사람들 사이로 언뜻 언뜻 내 아기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아직 아기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아내의 재차 하는 질문이 들려왔다. “여보, 아기 예뻐!” 나는 아내 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래 예뻐! 엄마 닮아 진짜 예쁘네...... ” 삶은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다. 아기는 긴급조치와 산소치료를 받은 후 약간의 후유증과 함께 며칠 후에야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홀로 아내를 집에 두고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아야 했던 나는 하루 종일 아기에게 매여 있는 아내의 마음과 영혼을 위해 무언가 좋은 것으로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책을 사고 싶었다. 먼저 그 내용의 짧아서 짬짬이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은 그 짧은 시간 짧은 분량의 내용을 통해서도 힘들어할 아내에게 깊은 감동을 남겨 줄 수 있는 책이어야 했다. 그러다 고른 책이 이 책, ‘삶을 너무도 사랑했기에’다.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서점의 책장을 스치며 많은 책들을 지나가다가 이 책을 만났고, 책의 첫 번째 이야기만 읽어보겠노라며 책을 펼쳤다.
그러다 가슴이 저려오며, 눈물이 눈에 고였다. 남자라고, 서른이 넘은 어른이라고, 눈물은 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 눈물과 미소가 함께 올라왔다. 세 남매의 죽음과 그들의 죽기 전까지의 삶에 대한 충실함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봐왔고 그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나머지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눈물과 미소가 함께 올라 올 밖에.... 당장 사 들고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었다.
집에 와 아내에게 선물하기 전에 한편 한편의 글들을 읽어나갔다. 하나하나 다른 사람들의 글이었고, 그 글이 담고 있는 주제도 문체도 전혀 다른 개별적인 글들이었다. 그러나 그 개별적인 글들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여운을 남겼다. “삶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과 사연들 속에 담겨 있는 공통점이었다.
40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던 가이드 포스트지에 실렸던 이야기 가운데 특별히 고르고 고른 글들이었기에, 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가 살아냈던 ‘역사적 삶’이라는 것을 알기에, 별로 삶의 무게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의 마음에도 그들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 그리고 거기서 나온 선택과 눈물, 결단과 의연함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집을 나오며, 밤새 아기와 씨름하다 갓 잠든 아내의 머리맡에 작은 쪽지와 함께 이 책을 올려두었다. 아내의 그 피곤한 삶에 따뜻한 위로의 글들이 될 것을 확신하면서, 아내 역시 눈물짓기도 미소짓기도 또는 그 둘을 함께 하기도 하며 이 책을 읽어내려 갈 것을 상상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아기로 인한 과다한 일과 부족해진 수면 시간과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들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져 있을 아내의 마음에 조그만 즐거움과 따뜻함을 전해 줄 수 있을 것들을 또 그녀가 다양한 표정들로 ‘오늘 그녀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해 줄 것들을 상상했다. 아내는 아마 칭얼거리는 아기를 보며 한없이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줄 것이리라.
1999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현실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어찌하였건 그 모든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은 그 삶 속에 놓여져 있는 당사자의 몫임을 알려줬다. 삶은 환경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네’의 몫이다. 이 책은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아낸 역사적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의 모음이다.
당신의 얼굴에도 나와 같은 미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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