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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성령에 관한 바른 신학과 바른 체험을 회복하라
바울, 성령,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고든 D. 피/길성남/좋은씨앗/조정의 편집위원
고든 피는 벤쿠버에 위치한 리젠트 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름 있는 신학자로 높은 평점을 받은 NICNT 주석 시리즈 고린도전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빌립보서의 저자이고 UBC 시리즈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NCC 시리즈 요한계시록을 썼다. 국내엔 성경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인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성서유니온, 2016), 성경 각 책별 개관을 제공하는 유익한 책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성서유니온, 2016)로 알려졌고, 특히 이번에 좋은씨앗에서 출간된 <바울, 성령,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의 기본이 된 엄청난 분량(1,766페이지)의 책 <성령: 하나님의 능력 주시는 임재> 역시 고든 피의 대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다(새물결플러스, 2013). 참고로 <바울, 성령,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은 2001년 좋은씨앗에서 초판이 나왔고 2022년 재조판 된 책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작 “자세하고 심도 있는 논증으로 이루어진 <성령: 하나님의 능력 주시는 임재>”는 학자들과 목회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9-10쪽). 1,700페이지 분량을 300페이지로 요약한 이 책에 관하여 저자 피는 단순히 “첫 번째 책에서 700쪽이 넘는 주석을 뺀 나머지 내용을 다시 인쇄만 해놓은 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10쪽). 이 책은 “더 많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내용과 구성을 모두 새로 손본” 책이다(10쪽). 길고 긴 논증을 통해 결론을 얻는데 도달하는 과정이 어려운 이들에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장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 이 책이 더욱 유익할 것이다.
기독교가 토속신앙과 뒤섞이면서 자주 오해받고 오용되는 부분이 바로 성령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성령 하나님은 어떤 배우자와 결혼할지 결정해주고, 어떤 사업을 해야 길할지 혹은 망할지 예지해주며, 때로는 ‘접신’처럼 사람에게 들어와 놀랍고 은혜롭기보다는 기괴하고 무서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은사중지론(예언, 방언, 치유 등 특정한 기적의 은사는 성경의 완성과 함께 중지됐다고 보는 관점)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성령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저자 피는 “현대 교회는 영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 성령의 ‘신학’과 ‘성령의 ‘체험’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24-5쪽).
책 전반에서 성령 하나님의 인격과 종말, 삼위일체의 사역이 강조된다. 먼저 저자는 성령 하나님은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확실하게 그리고 인격적으로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느낌, 에너지, 영향력 등이 아니라 전지, 전능하시고 사랑과 자비와 공의가 풍성하신 인격체로서 하나님은 실제로 교회와 함께하신다. 또한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종말의 시기를 살고 있고 마지막 때를 향해 가고 있음을 분명히 알려주신다. 성도가 얻은 구원, 그 완전함에 이르는 과정에서 성령 하나님은 영원하고 확실한 보증이 되시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구원의 역사에 변함없이 소원과 능력을 제공하시는 분이다. 성령은 성부께서 성자 안에서 택하고 부르시고 의롭다하시고 영화롭게 하신 공동체 즉 교회의 일원이 되는 데 세례로 함께 하시고 지체가 하나 되게 하시며 은사로 섬기게 하시고 하나님의 생명과 성품을 드러나게 하신다.
고든 피는 회심을 ‘들어가기’와 ‘머물기’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회심과 성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성령 하나님은 복음을 듣고 회심하는 순간, 그리고 계속해서 그리스도 안에 머물며 합당한 열매를 맺는 일에도 적극 관여하신다. 옛 성품, 육신의 소욕과 싸워 이기게 하시는 분도 성령 하나님이시고, 마귀와 싸워 이기게 하시는 분도 성령님이시다. 저자는 예배에 관하여도 인상 깊은 설명을 하는데 “창조 사역에 함께하시고 구속 사역에서 우리를 살리신 성령님은 이제 우리의 구속주요 창조주를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신다”라고 말한다(249쪽). 저자가 성령과 관련하여 기도를 설명한 것도 참 좋았다: “결국 기도는 두 시대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를 드러내는 제일 가는 표현이다. 기도는 우리가 전적으로 의존적인 위치에 있음을 증거한다. 또한 기도는 우리가 현시대에 계속해서 연약함 가운데 있음을 증거한다. 성령 안에서 드리는 기도는 하나님께 요구하지 않고(우리의 기도가 종종 그러하더라도), 겸손하게 기다리며 하나님께 귀를 기울인다. 또 성령 하나님이 성부 하나님의 뜻과 기뻐하시는 바에 합당하게 우리를 위해 중보하실 것을 기대한다”(233쪽).
저자가 설명하는 14장 “논란이 되는 은사”의 결론과 신자가 옛 성품과 싸우는 본문에 관한 설명(9, 10장)에 관하여는 이견이 있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모든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령에 관한 바른 신학을 가졌음에도 바른 체험을 간과하는 이들에겐 성령의 임재와 능력을 구하는 계기를, 반대로 잘못된 신학과 그에 따른 왜곡된 체험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성령의 감동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성경이 정말 성령님에 관해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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