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못난 인생 못난 교회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한 청년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왔다. 검은 뿔테 안경에 키는 185센치미터는 되어 보이고, 체형은 말라보였다. 송구영신예배 이후로 이 청년은 계속해서 교회 예배에 참석을 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한주에 한 번씩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 청년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목사님 전화를 이렇게 마음 편하게 받아본 적이 오랜 만인 것 같아요. 전에 있던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전화 오면 내가 무슨 잘못을 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불안감과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 왜냐하면 그 청년이 다니던 교회에 나도 부교역자로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부교역자로 그 교회에 있었을 때, 목사님이 전화가 오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과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청년은 교회에 등록을 했고,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이런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행신교회 이야기에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행신교회에서 사역하는 우성균 목사가 행신교회에 등록을 한 후, 그곳에서 몇 년간 성도로, 목회자로 지내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한편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써내려 온 이야기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교회 내에서 있었던 상처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행신교회 목회자가 느낀 이야기다.
우리들도 흔히 느끼는 이야기이지만, 한국교회에 전도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고, 회심을 하고, 세례를 받아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되어 가는 이야기가 많이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옮기고, 교회를 쇼핑하듯 찾아다닌다. 소그룹이 잘되는 교회, 자녀들 교육을 잘할 수 있는 교회, 설교가 자기의 마음에 맞는 교회, 연령대가 맞는 교회 등 그렇게 쇼핑을 하듯이 교회를 찾아다닌다. 책에서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속상한 부흥이라고 하는 글의 내용을 보면 회심자는 없고, 다른 교회에서 상처를 받은 성도들이 자꾸 모여드는 아픔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성도들을 잘 다듬고 치유하고, 그들이 온전하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교회가 해야 되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이다. 행신교회 담임목사인 김관성 목사와 한 번씩 전화를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픔과 상처를 받아 나온 성도들의 이야기와 사연들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교회가 가져야 할 아주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그런 이야기가 교회가 건물을 짓고, 행사를 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담임목사가 함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사람이 가진 삶의 흔적들을 함께 하려고 하는 애씀과 노력들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져 있다. 특히 교회 재정 문제로 인해서 상처받고 낙심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에 많이 쓰여져 있다. 재정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이유는 교회의 재정이 불투명하다고 하는 이야기이고, 교회 재정이 상식선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결국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은퇴목사의 전별금, 선교지 방문을 빙자한 해외여행, 나열하기도 힘든 헌금의 종류, 담임목회자가 가지고 가는 각종 명목의 사례비는 상식적인 성도들이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행신교회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담임목사와 저자와의 관계가 너무 아름답고 친밀했기 때문이다. 보통 교회에서는 물론 필자도 그랬지만, 상하관계가 너무나도 분명하다. 담임목사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신교회 내에서의 교역자들의 관계는 그저 형님 동생의 관계로서 편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일이다. 이런 모습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일이다. 김관성 목사는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2박 3일 동안 말씀 사경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본 김관성 목사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촌놈(?)이었다. 거침없는 경상도 사투리에, 투박한 어투, 그리고 필자를 향해서 나이를 물어본 뒤 그냥 나오는 ‘형님’이라고 하는 호칭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함께 지내는 동안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구에 코로나로 어려웠을 때, 전화가 와서 ‘형님 교회는 괜찮나?’라고 물어보는 그의 말 한마디는 너무 고마웠고, ‘힘들면 전화해래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친근감은 더해져 갔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고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을 친밀하게 대하고, 편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이 교회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저자는 그런 담임목사의 모습을 투명하게 글로서 적었고, 특히 담목뒷조사라고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일주일간의 설교 준비의 과정을 잘 그려내었다. 페이스북에서 한 번씩 댓글로 소통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페북 친구로 지냈던 우성균 목사가 행신교회의 이야기를 못난 인생, 못난 교회로 표현하면서, 비록 서툴고 어리석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적어 내려간 이 책은 부정적이고, 분노의 기사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곳에 마데카솔과 같은 치유함을 주는 아름다운 교회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