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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다면..
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전원희/지우/모중현 편집위원
기쁨과 행복이 강요받는 시대입니다. 힘들어도 기뻐하라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감사하라고 합니다. 눈물을 빨리 닦고 다시 일어서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충분하게 울어보지도 못한 채, 경쟁의 틈바구니 속으로 재차 들어갑니다. 소리 내어 크게 충분하게 울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우리에게 어쩌면 슬픔에 오롯하게 잠기어 있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시간은 고요하게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이 됩니다. 아픔을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울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눈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기쁘고 즐거운 승리의 소식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실의 경험 가운데 아파하며 울고 있는 우리들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 어찌할 바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들의 절규는 성경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눈물 흘리는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에 동참하지 않았으니, 우리 또한 다른 사람의 눈물에 반응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승리와 쟁취, 복에 대한 강조는 우리의 정서를 메마르게 했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해야 하는 순간에 나의 유익과 만족이 먼저 생각나게끔 만들었습니다.
예레미야는 눈물의 선지자입니다. 선지자는 함께 아파하며 울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지자의 눈물의 노래가 예레미야애가입니다. 지금까지 잘 다루어지지 않은 애가의 말씀을 이 책 『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가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구약학을 전공했으며, 말씀과 삶, 신학과 신앙의 연결에 큰 관심을 두고 사역하는 이 책의 저자 전원희. 저자는 전작인 『네 이름이 무엇이냐』(이레서원, 2023)에서 구약과 신약, 신구약 중간기, 초기 기독교를 꼼꼼하게 살피며 사탄의 정체를 분석했습니다. 이 책은 사뭇 다른 느낌의 묵상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자의 섬세함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본문 말씀이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원어와 문맥, 배경 등을 두루두루 살펴봅니다. 다소 어려운 전문적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독자의 묵상에 도움이 된다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내용들이 저자를 통해 잘 소화되어 매우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명확한 근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깊은 묵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명제에서 섣부르게 뛰어들지 않고, 본문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적용을 위한 도움과 공동 기도는 본문의 메시지가 우리의 삶과 내면에 깊숙하게 내려오도록 만들어줍니다. 머리로 끝나는 묵상의 시간이 아니라 존재와 삶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참 묵상이 일어나게 합니다. 슬픔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러한 이 책의 장점들은 독자의 상황이나 필요, 목적에 따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개인적인 묵상도 가능하지만, 공동체적으로 함께 성경을 깊이 읽어나갈 수 있게도 합니다. 목회자들이나 성경 교사들에게는 강해를 위한 아주 훌륭한 재료를 공급해 줍니다.
힘겨운 고통의 순간,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복음이 아니겠습니까? 누군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록 희망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애가와 같은 상황일지라도, 여전히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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