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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로마서 강해의 모범 사례

나그네 교회 담임목사이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인 김병훈이 쓴 책 중에서 처음 읽어본 것은 개혁된실천사에서 출간된 <슬픈 인생과 그리스도의 위로>였다(2021). 책 제목만 보고 가졌던 선입견이 금세 무너졌다. 저자는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신앙 서적이 그렇듯 몇 구절의 성경 본문을 가볍게 훑고 나서 숯한 예화와 쉴 새 없는 권면으로 독자를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다. 주해가 풍성한 책이었다. 그 말은 저자가 성경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연구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는 걸 의미한다. 어쩌면 그런 저자의 열심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성경의 책이 바로 로마서라고 생각한다. 체계적인 복음 교리로 가득 채워진 서신서를 통해 개혁주의 정통신학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혁된실천사에서 출간한 저자의 <로마서 강해>에 기대가 됐다. 2023년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 나타난 성령 하나님의 존재와 사역” 강의를 듣고 난 후라, 기대감이 더 컸었다.
1권을 읽고 난 후,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것은 강해이면서 동시에 조직신학 강의라고. 저자는 전체 로마서 연속 설교 서문에서 이 책이 “로마서를 주석한 책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9p). 당연한 얘기다. 로마서 원문의 주해와 여러 문법적, 문맥적 해석의 과정을 밝히다가는 강해가 아니라 연구 서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저자는 “책의 성격은 일반적인 설교에 비해 강의를 담고 있다고 평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순순히 인정한다(9p). 그 이유는 저자가 로마서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과정 중에 “개혁신학의 교리와 성경의 주해가 만나는 진리 발견과 복음 이해의 큰 기쁨을 누려왔”기 때문이다(10p). 바로 독자가 이 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로마서에 담긴 명백한 진리와 그 진리의 깊고 풍성한 의미를 전달하여 독자로 하여금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능력과 영광을 찬미하게 한다.
김병훈의 <로마서 강해>는 동시에 세 권이 출간되었다. 1권은 로마서 1-2장, 2권은 로마서 3-4장, 3권은 5-7장을 다룬다. 실제로 저자는 나그네 교회에서 2016년 1월 6일부터 2018년 1월 31일까지 총 65회에 걸쳐 로마서 11장까지 강해했고, 이후 2018년 3월 11일부터 같은 해 9월 2일까지 로마서 마지막 장인 16장까지 설교했다(끝까지 출간된다면, 앞으로 3-4권의 책이 추가될 것 같다). 그러면 먼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왜 교리가 필요한가? 왜 정통신학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고,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과 영원한 기업을 주셨다고 믿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복음은 단순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 될 수 있다.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 신학 박사 학위가 필요하지 않다. 헬라어와 히브리어 원어를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신학 교육을 받아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수 있는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지혜를 자랑하지 않는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셨다. 겸손히 어린아이처럼 믿는 믿음이 성령께서 복음의 효력을 신자 안에서 일으키시는 데 필수적이다(믿음 또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지만 복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아는 데 신학이 필요하다. 예수는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었고 ‘그리스도’라는 칭호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의롭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거룩하게 되었다는 것 혹은 되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진리를 알면 알수록 로마서의 저자 바울처럼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광스러운 하나님과 그분이 우리를 위해 하신 놀라운 일에 감격하며 찬양과 경배를 돌려드리게 된다. 신학의 최종 목적은 그래서 예배다. 김병훈의 <로마서 강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바로 예배다. 로마서 본문에서 발견하는 깊은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을 깨닫고 묵상하면서 독자는 그 하나님을 예배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병훈은 <로마서 강해>가 “로마서 설교를 하고자 하는 분에게 하나의 사례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했다(9p). 이 책은 단순히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원 저자인 사도 바울이 복음에 담긴 풍성한 교리를 로마에 있는 교회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서신서의 목적이 이 강해서에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에게 이 책을 통해 같은 유익을 끼치려 한다. 갈수록 인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목회 현장과 도덕적 교훈적 설교로 전락한 강단의 현실 속에서 교회에게 간절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풍성한 하나님의 복음, 그 안에 담긴 신비로운 진리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신앙의 열심은 있으나 신앙의 본질이 빈약한 성도들에게 김병훈의 <로마서 강해>는 하나님의 아들을 바르게 알고 믿는 일에 하나가 되도록 돕는 귀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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