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것
얼마 전 인천의 모 장애인 단체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정기적으로 가서 설교를 하는 곳인데 다양한 장애와 연령층을 가지신 분들이 모이기에 설교의 초점과 톤을 항상 생각하는 곳이었다. 이번에는 설교를 시작하면서 요새 만화책을 하나 보고 있었다고 말하면서―지금 생각하니 두 권이다―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이 또리네 집➀, ➁(장차현실, 보리)이다. 이 책은 1권은 부제로 ‘나땜에 너땜에 산다’이고 2권은 ‘니들이 나를 책임져라’인데(몇 년의 시차를 두고 발매되었다), 만화가인 저자가 재혼한 연하의 남편과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 은혜, 그리고 아들 또리랑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최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 덕이다. 옴니버스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그중 14회, 15회에서 영옥의 쌍둥이 언니로 나오는 영희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정은혜이다. 이 편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이 드라마에는 농인배우, 영희의 아역을 맡은 또 다른 다운증후군 배우가 등장한다). 그 주변의 단역들로도 여러 명의 다운증후군 환자가 등장한다―드라마 대사처럼 주변에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를 직접적으로 만나보고 교제해보지 않는 이상 당황하거나 놀라서 실례를 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착한 드라마이고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경험을 통해 그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좋은 기여를 했다. 자폐라든가 지적장애, 뇌성마비 또는 외형적으로 비슷한 증세를 나타내는 환자들과 가족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에도 이 드라마는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또리네 집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저자인 장차현실의 가족과 그 구성은 일견 남들 보기에는 정상가정(?)을 넘어선다. 이혼과 자신보다 연하인 남편―영화감독이지만 백수와 다를바 없어 가사를 주로 책임지기도 한다―다운증후군을 가진 딸, 그리고 세상과는 다른 교육관으로 키우는 아들까지 그 가족들은 특별하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가졌다면 그로 인한 아픔과 어려움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딸과 같이 살아가고 또 그러면서 이 딸이 홀로 설수 있도록 돕는 부모의 마음과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한 노력은 결국 그림을 좋아하는 은혜가 캐리커쳐 화가로 설수 있도록 돕는다―근 시일 안에 그림 그리는 정은혜를 주인공으로 하는 ‘니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빠 서동일 감독의 연출로 개봉한다고 한다.
이 두 책은 1편이 ‘나 땀에 너땜에 산다’라는 제목처럼 다운증후군 딸을 돌보는 것을 넘어 같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주는 반면, 2편은 ‘니들이 나를 책임져라’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것인 가족만의 책임을 넘어 같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가정들끼리 서로 돕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실례로 새로운 여러 시도들과 그러한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 나가는 투쟁도 담아낸다.
앞서 설교 때 이 책을 언급했지만 그 설교 때 이 책은 예배에 모인 장애인과 돕는 이들이 아니라 바로 비장애인과 사회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장애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다름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는데 이 책은 우리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