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막의 영성이 필요한 시대

우연찮게 내 품에 들어와 읽게 된 이 책은 미세먼지와 코로나로 외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혼탁해 있는 듯한 내게는 부제 때문에 더 끌리게 되었다. ‘말씀에서 말씀으로 살아낸 사막교부와 교모의 인생가르침’이란 문구가 눈에 스며들었고 아마도 영성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느낌에 더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엮어내고 풀어낸 이덕주 교수님의 머리말은 더더욱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전 내 머릿속에 먼저 자리 잡았다. 그런데 첫 챕터를 읽어 나가며 그런 주관적 선행 학습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읽어나가면 읽어 나갈수록 학창시절 읽었던 탈무드같은 이야기풍과 외경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내가 방향을 처음부터 많이 잘못 잡았던 걸까?
책의 중반을 넘어 가면서는 오래전 읽었던 니코츠 카잔차키스의 ‘성 프란시스코’나 ‘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 나오는 사건이나 일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류하고는 사뭇 결이 다름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 책의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만은 없었다. 그런 생각은 책의 후반을 거의 읽어나가며 더욱 깊게 들게 되었다.
최근 이어가는 설교 시리즈 제목이 분주함이었는데 그 설교의 바탕이 ivp의 busyness라는 성경공부교재를 기본 베이스를 두고 행했다. 그런데 그 부제가 ‘Finding God in the Whirlwind’이다. 마치 우리 시대의 회오리치는 듯한 환경속에서 우리는 분주함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에서 마저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기 쉽다.
그처럼 사막교부들이 살았던 시대도 고난이 사라지고 교회가 풍요를 누림으로 오히려 하나님을 깊게 만나지 못했기에 이들은 사막으로 자진해서 들어가 수도의 삶을 살기로 작정하는 이들이 생겨났었다. 그들은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지길 포기하고 불편하고 힘든 삶을 택한다. 어떤 때 이들의 행동은 과해 보이고 어떤 때는 기행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교회안에서 찬양과 여러 가지 봉사를 행하고 사역자들은 좋은 참고도서와 연구서적들로 세련된 설교를 쏟아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깊은 경건과 영성이 느껴지는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닐까?
혹하는 설교, 감각적이고 사이다같은 설교들은 있지만 그들의 설교가 며칠만 지나면 차트의 상위에서 사라져 기억도 남지 않는 유행가같이 우리의 심장의 표피에만 머물고 가는 경우가 허다한 듯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우리는 ‘Whirlwind’같은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는 그러한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또 그러한 하나님의 만남은 그저 혼자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영성은 아니다. 사막교부들이 하나님을 깊이 만나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세상과의 결별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과 섬김으로 세상과의 만남이 있었고 영적 영향력을 끼친 것처럼 진정한 영성은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빛나게 된 우리의 얼굴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이다.
이 책을 다읽고 난 뒤에야 이 책의 차례를 제대로 볼수 있게 되었다. 이덕주 교수님이 풀어 엮음이란 표시처럼 교수님은 다수의 사막교부들의 책들 속에서 추리고 정리해서 20가지의 분류를 통해 사막교부들의 영성과 삶에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그 길을 열어준다.
이 시대의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말은 잘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들의 영성을 증거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영성은 말이 아니라 그들의 중심에서 나오고 그 마음의 우물이 깊을 때 그 진함이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혀로 느껴지는 영성이 아니라 땀과 피맛이 느껴지는 영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