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범법함을 위한 가르침: 자유의 실천으로서 교육!
이 책은 모교 미시간 칼빈 신학교의 D.Min. 프로그램에 입학 후 처음 읽어야 하는 책들 중 하나입니다. 여러 필독서들 중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입니다. 범법을 가르치고 자유를 주는 것이 교육이라니요?!
bell hooks는 아주 유명한 필명입니다. 원래 이름은 Gloria Jean Watkins입니다(1952년 9월에 나서 작년 12월에 타계). 저자는 미국 남부 켄터키 출신의 흑인 페미니스트, 좌파 사회운동가였습니다. 명문 스탠포드 대학 영문학과 출신이며 20대 대학원 시절부터 미국 소설과 페미니즘을 가르쳤으며 수많은 문학작품과 평론, 수필집, 정치 사회적 글들을 남겼습니다. 이 분이 남부 깡촌 흑인 여성 출신에 무시와 질고를 아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서인지 책들과 강연 후에는 야유와 환호를 모두 받는 논란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남부출신 천재 흑인 소녀가 지성계와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제 막 대두되며 고약한 비판으로 기존의 학문을 무차별로 폭격하는 페미니즘(그것도 흑인 페미니즘)을 택한 것이고 그 그룹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섰으니 꿈을 이룬 것이 아니겠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교육, 특별히, 흑인 페미니즘/문학을 가르치는 선구자가 되었는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자신의 교육철학과 실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에세이들로 밝히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 권의 책이라고 보기에는 이어진 에세이들의 모음이어서 널뛰는 듯한 방만한 구성과 내용이지만 교육에 대한 혜안이 가득합니다(교육의 본질과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교육 전공자들과 흑인 여성사 혹은 흑인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다만, 그녀의 혜안은 ‘교육이란 선생과 학생들 간의 심오하면서도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도출하는 과정으로서 정신과 신체적 오감을 통해 교류하는 자유를 향한 도전(파괴, 범함, 창조)’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그녀의 수업은 전통적 수업과는 다른 학생이 선생과 함께 교육하는 장(engaged pedagogy)이었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교수들이 그녀를 의심하며 교수의 질과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비난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교육의 원리대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넘어서고, 범하고, 자유를 향해 파괴하도록 가르쳤다고 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말이죠.
책의 많은 부분을 페미니즘 교육 철학에 할애하고 있어서 내용상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만―특히 자신의 주장만을 강화하기 위한 비난을 위한 비난, 기존의 교육철학에 대한 해체주의적 사고는 foundationalist인 저에게는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교육 방법론은 제 자신도 신학교 교수로 몸담고 있을 때 실천하려 했던 것들―조직신학 수업이었지만 주입이 아닌 지식의 산파법, 어떤 의견과 질문이라도 존중하며 시간을 들여 함께 논의하며 결론을 합의해 가는 것, 유익함과 재미와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수업현장―등 이어서 우리는 ‘죽은 시인의 사회’ 선생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물론 저는 그녀처럼 담담히 야유까지 받아내는 그런 대담한 선생은 아닙니다만).
교육이든 목회든 원목사역이든 누군가와 함께하며(engaged) 어떤 진리, 지식,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분명 일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말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그녀가 책 내내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이든 학생이든, 그 누구든, 다 목소리(a voice)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소리는 어느 한편의 목소리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흑인 여성의 목소리가 흑인 남성, 혹은, 전체 흑인 해방이라는 거대한 목소리에 묻혀서 안 되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회 전체의 운동이나 방향에 매몰되어서도 안 되고.
아무리 한 사회와 나라의 대의가 공명정대하다 해도 각 개인의 생각과 목소리를 무시하며 “가만 있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의 원리.
그것이 바로 네 생각과 네 목소리가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그것이 교수님이든, 교육 시스템이든, 사회정의이든, 잘난 사상가이든, 권위와 힘을 가진 그 누구든―“네 목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함께 또 합의를 도출해 보자” 라고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이 저자의 교육 사상의 핵심입니다.
참 좋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교육을 당해보지 않았고 다만 이런 교육을 하려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애써왔지만, 이 책을 통해, 이제 더욱 저의 앞으로의 교육방법론이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자유를 경험하는 교육!
May be an image of text that says 'LA ESCALERA Teaching to Transgress Education as the Practice of Freedom bell h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