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다시 출발하려면
병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지막 남았다고 할 수 있는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착용이 드디어 해제되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공포와 위기에서 그래도 풀려나는데 싶었는데 국내외적인 상황은 지금도 하나도 녹녹치 않다. 교회로도 그렇다. 코로나로 인한 교회의 타격은 어디 못지않게 컸다. 한 번도 없었던 비대면 예배로 인해 예배참석을 절대적 가치처럼 여겼던 성도들의 의식은 바뀌었고 그동안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교회내의 문제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해제 후에도 성도들의 교회와 예배에 대한 태도는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어찌해야 할지 방향을 제대로 못잡는 듯하다. 적지 않은 교회가 그저 예배참석 숫자가 옛날 같지는 않지만 상당수 회복되는 것에 만족하고 시간만 지나면 예전의 모습으로 예배와 교회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런 지금의 시점에서 비아토르에서 나온 김형국 목사님의 요엘서 강해인 <다시 재난, 다시 하나님 나라>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이 쓰여졌던 코로나 상황속의 한국과 교회는 요엘 선지자가 말씀을 선포하던 가뭄과 메뚜기 떼 등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고 그 메시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에 저자의 이번 책은 지금의 시점에서 적절하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그저 예전의 교회상태의 회귀만을 바라는 듯하다. 아니 성도들은 어느 정도 교회의 위기와 문제를 인식하는 듯하는데 목회자들과 교회리더들은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위기를 요엘서를 통해 깊이 분석하고 통찰한다.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가 맞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는 그저 갑자기 생겨난 전염병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사회와 한국교회가 속 깊이 묻어두었던 문제와 죄들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이고 심판임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좀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내면 깊숙했던 은밀한 문제가 아니라 이미 곪아 터질 대로 터져 난장판 되어지고 아수라 같아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너무나 무감각해지고 완악한 마음이라 그것을 외면하거나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한국교회의 완악함과 둔감함으로 인해 저자는 요엘서를 통해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우리 사회를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그저 경고와 심판만을 선포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우리를 다시 살릴 계획을 갖고 있음을 저자는 요엘서를 통해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가 변화해야 하고 예전의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변화를 동반한 회개가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은 벗어났지만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또 다른 형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저자의 강조 중 가장 인상적인 지적 중 하나는 공동체성과 그 깊이라 할 수 있을 듯싶다. 저자는 그러한 예로 타 종교에 비해 모임 횟수가 훨씬 많은 개신교임에도 자살률이 더 높은 것은 개신교 모임과 그 교제가 피상적이었음을 보여줌을 지적한다. 저자의 그런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제 평신도로서 후배들을 양육할 때, 부교역자로서 성도들을 돌볼 때, 또 지금 광야 같은 현장에서 여러 교회 성도들과 일명 가나안 성도들을 상담하거나 만날 때도 그러한 면에 힘썼다. 그러기에 성도들이 잘 지내시나요란 물음에 잘 지낸다는 말 이면에 있곤 하는 아픔과 문제들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교회는 달라져야 한다. 그저 세수정도가 아니라 온몸을 철저히 씻어야 한다. 마치 기름유출로 인해 온통 그 기름 범벅이 된 동물을 씻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처럼 교회는 그 작업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교회가 특히 목회자부터 마음을 열고 읽어야 할 책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의 경고는 좀더 강렬하고 좀더 직설적이어야 했었을 듯싶다. 비록 그 부분에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은 불편하고 분노를 느낀다 할지라도 말이다.